print

천양현 최대 1256억원 김범수는 810억원 차익

천양현 최대 1256억원 김범수는 810억원 차익



IT 벤처 1세대인 NHN·다음·엔씨소프트 3개 기업의 스톡옵션을 알아봤다. 인터넷 포털업체 NHN과 다음, 온라인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2000년 벤처 열풍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현재 IT 벤처기업 중 시가총액 1~3위를 달리고 있다.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자사 주식을 정해진 만큼 매입하거나 처분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자기 회사 주식을 살 수 있어 주가 변동에 따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국내에선 벤처 붐과 함께 스톡옵션이 화제가 됐다. 대신증권에서 인터넷 기업을 분석하는 강록희 애널리스트는 “자본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발전하는데 스톡옵션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스톡옵션을 기대한 인재들이 벤처 기업에 몰려들었죠. 특히 회사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을 보유한 직원들은 큰 돈을 벌 수 있어요.이는 일종의 촉매제로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높였습니다.”스톡옵션으로 10억원 이상 돈을 번 IT 벤처 임원들을 조사했다. NHN, 엔씨소프트, 다음의 임원을 대상으로 했다. 기간은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부터 올해 9월14일까지다. 금액은 부여 받은 스톡옵션주식 수와 행사가격을 곱한 값에서 행사한 주식의 수와 매도가격의 곱을 빼서 계산했다. 스톡옵션의 매도 시기는 본인 마음이기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어렵다. 행사 이후 주가가 가장 높은 최대값과 주가가 가장 낮은 최소값을 모두 계산했다.

퇴임 후 처분했거나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은 9월 14일 주가 기준으로 미 실현 이익을 추산했다. 행사기간전 퇴임이나 행시기간이 넘어 취소된 주식은 계산하지 않다. 차익 순위는 최대값 기준이다. 최대값이 같을 경우엔 최소값에 가중치를 뒀다.최대 10억원 이상 번 임원은 모두 30명이다.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발행한 곳은 NHN이다. 2000년 2월부터 임원 및 직원들에게 315만주 가량을 줬다. 행사기간 만료 등 스톡옵션이 취소된 경우를 제외한 것이다.

그 뒤로 다음이 1999년 8월을 시작으로 모두 304만3640주를 발행했다. 엔씨소프트는 2001년 3월부터 시작해 약111만주의 스톡옵션을 임직원에게 줬다.스톡옵션 행사가격은 5000원에서 22만5500원까지 다양했다. 최근 주가와 비교하면 행사가격은 낮은 수준이다. 예컨대 NHN 직원이 2005년 3월28일 행사가격 2만9096원에 스톡옵션을 받았다고 하자. 2년 후 2007년 주가는 최고 30만원까지 올랐다. 만약 이날 주식을 행사해 매도했을 경우 주당 약 27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NHN 출신 7인, ‘거금’ 손에 쥐어2000년부터 현재까지 스톡옵션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번 임원 30명 중 NHN이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엔씨소프트가 11명으로 뒤를 따랐다. 다음은 4명으로 가장 적다. 상위 10명이 모두 NHN 임원이다. 이들은 최대 850억원에서 최소 6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100억원 이상 거둬들인 임원은 NHN의 천양현·김범수·문태식·권혁일·최휘영·김정호·허홍 등 7명이다.이들 중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챙긴 사람은 천양현 코코네 대표다. 그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최대 1216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NHN재팬 회장이었던 천 대표는 NHN에서 스톡옵션으로 약 60만주를 받았다.

그는 2009년 퇴임 전 14만9505주를 행사해 최대 405억원의 차익을 냈다. 퇴임 후 다시 44만8513주를 행사해 최대 850억원의 추가 이익을 남겼다. 행사 후 가장 낮은 주가에 팔았더라도 483억원 넘는 이익을 냈다.NHN창립 멤버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최대 810억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1차로 2007년 2만9096원에 29만9010주를 행사했다. 만약 최고주가인 30만원에 주식을 처분했을 경우 주당 최대 27만원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가장 낮은 주가인 8만8800원에 팔았어도 주당 5만9704원의 차익을 냈다.

문태식 전 NHN USA 대표도 스톡옵션으로 큰 돈을 손에 쥐었다. 그는 2007년에만 두 차례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3월28일 8만9703주, 4월9일 11만9605주로 도합 20만 9308주를 행사했다. 최대566억원의 차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재혁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돋보인다. 그는 총 20만주를 부여받아 18만주를 행사해 최대 18억원을 벌었다. 행사하지 않은 2만주의 이익까지 더한다면 19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에서는 지난 3월에 퇴임한 이재호 전 부사장이 눈에 띈다. 그는 2009년 행사 후 최고 주가인 36만8500원에 1만2000주를 팔았다면 최대 27억5940만원의 차익을 낼 수 있다. 미행사 된 1만500주를 매도할 경우 20억원 가량의 추가 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흥미로운 것은 스톡옵션 부자 30명 중 절반이 넘는 18명이 퇴사했다는 점이다. NHN 13명, 엔씨소프트 4명, 다음 1명 등이다. NHN 임원 중엔 신중호 연구개발이사와이람 관리사무이사 두 사람만 회사를 지키고 있다. 특히 NHN 창업 멤버인 천양현·김범수·문태식·김정호는 NHN을 떠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나머지는 동종업계에 스카우트 됐거나 재단 대표로 변신해 열심히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강록희 애널리스트는 벤처기업 임원들이 스톡옵션 행사 후 회사를 떠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대기업 스카우트 제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던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지금까지 고생을 보상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자연히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때 대기업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권유할 경우 옮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두 번째는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돈을 자신의 꿈이나 비즈니스에 쓰기 위해서다. 리스트에 오른 임원들은 후자가 많았다.



스톡옵션 차익으로 새 길 찾아천양현 대표 역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NHN재팬을 그만두고 2008년 9월 일본에서 코코네를 설립했다. 코코네는 언어학습앱과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2010년 5월엔 한국법인을 세웠다. 그는 지난 7월 ‘룰 더 스카이’와‘레알 에이전트’를 만든 조성준 대표에게 코코네코리아의 지휘봉을 넘겼다.김범수 의장은 2009년 NHN을 떠나 블로그 관련 사업체 ‘아이위랩’을 창업했다. 당시 외부 자금을 거의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스톡옵션 차익으로 창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2월엔 마이크로카페 카카오아지트를 공개했고, 이어 3월에 카카오톡 앱스토어를 출시해 대박을 터트렸다. 카카오톡은 2년 반 만에 국내외 사

용자가 6000만명을 돌파했다.

문태식 NHN 전 USA대표는 독특하게 스크린 골프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NHN 내 게임제작센터를 분리해 설립한 엔플루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엔플루토에서 스크린골프 소프트 ‘티업(T-up)’을 개발했다. 지난해 스크린골프업체 ‘보이알스포’와 손잡고 회사를 설립했다.현재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고문으로 활동 중인 김정호전 한게임 대표는 모든 직원이 발달장애인인 인쇄전문기업 ‘제이엔조이(JNJOY)’를 만들었다. 최근 NHN과 사내교육 자료·NHN넥스트학교 교재 제본 등을 아웃소싱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동종업계 회사로 스카우트돼 친정을 떠난 사람은 이석우 전 NHN USA 대표, 장준수 전 엔씨소프트 상무, 최성호 전 NHN서비스 본부장 등이 있다. 이석우 대표는 지난해 김범수 의장이 설립한 카카오에 영입됐다. 그 해 11월 이제범 대표와 카카오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는 스톡옵션으로 최대 81억원을 번 것으로 추산된다. 24억원을 번 장준수 전 엔씨소프트 상무는 2010년 XL게임즈의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XL게임즈의 대표는 2003년 엔씨소프트를 떠난 송재경 전 부사장이 맡고 있다. 최성호 전 NHN서비스 본부장은 지난 6월 LG전자의 스마트비즈니스그룹장으로 스카우트 됐다. 스마트비즈니스 그룹은 구본준LG전자 부회장의 직속 소프트웨어 조직인 ‘스마트 비즈니스센터’ 산하 부서다.

퇴직 후 회사계열 재단에 들어가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이도 있다. 권혁일 전 NHN 사회공헌이사는 해피빈재단 대표는 맡고 있다. 해피빈은 NHN의 온라인 나눔 포털사이트로 출발해 2009년 5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했다. 권혁일 대표는 세 차례의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최대 457억원을 남겼다. 오승환 대표는 현재 NHN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문효은 다음 부사장은 2001년 설립된 다음세대재단을 맡고 있다. 다음세대재단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주주와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비롯해 보너스, 현금 등을 자발적으로 기부해 만든 비영리법인이다. 문효은 대표는 스톡옵션으로 최대 11억원을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퇴직한 홍은택 전 부사장은 NHN 넥스트 대학인문학 교수로 초빙됐다. 과거 동아일보 기자였던 홍 교수는 네이버에서 뉴스캐스트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스톡옵션으로 최대 1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천양현 대표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을 걱정했다. 그는 “스톡옵션 차익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자신의 도전과 회사의 성장에서 나온 부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톡옵션은 능력 있는 직원을 격려하고 기업을 발전시키는 유익한 장치”라며 “스톡옵션의 차익은 또 다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6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7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8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9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실시간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