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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엔 채권 하반기엔 주식 노려라

상반기엔 채권 하반기엔 주식 노려라

미국·중국 회복 따라 투자환경 달라질 가능성…예금은 3·6개월 단위로 굴리며 새 기회 엿봐야 올 3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직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했다. 기준금리는 10월 연 2.75%로 떨어졌다. 내년에 한두 차례 인하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개입에도 달러당 원화 가치는 계속 오르고 있다. 저성장·저금리·저환율의 3저(低)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의 경기 회복도 확신할 수 없다. 중국도 예전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은행과 증권, 보험사를 대표하는 프라이빗뱅커(PB) 5명에게 3저(低) 시대에 재산을 늘릴 수 있는 지름길을 물었다.



‘위기 속 기회 엿보기’.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5명의 PB들은 2013년 재테크 화두를 이렇게 설명했다. 돈을 벌기 위해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진부하게 들릴 수 있는 답이지만 내년에도 투자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PB들은 유로존 재정위기 완화와 중국 내수 확대, 미국 경제 회복 등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회복되느냐가 내년 투자의 성공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 “내년에는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원자재 펀드 매력적PB들은 “내년에는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주식 투자는 ‘저가 매수 전략’을 주문했다. 올해는 저금리 기조와 불확실한 주식시장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채권에 투자가 몰렸다.

하지만 내년 초 미국 재정절벽(정부의 재정 지출이 줄거나 중단되는 현상)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면 미국과 중국의 경기 부양책 기대효과로 주식시장 흐름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엄블루센터장은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으로 봤을 때 안전자산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라며 “당분간 코스피 지수의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내년 1분기까지가 저가 매수 타이밍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기대되는 업종으로는 정보기술(IT)을 꼽았다. 조 센터장은 “올해 음식료품이나 통신, 철강주 등 경기방어주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화학이나 IT 등 경기 민감주에 투자하고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 투자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의 저금리 기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채권 투자도 필요한 투자처로 꼽았다.

김기홍 한화생명 강남FA센터장은 “신흥국 채권형펀드나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 채권형 펀드에는 3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PB들은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기홍 센터장은 “미국과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채권 금리는 0~0.5% 수준에 불과할 만큼 이미 낮지만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10% 안팎의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에 비해 금리가 높아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유동성 자산을 은행에 맡겨두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이관석 팀장은 “현재 예금금리는 2~3%인 만큼 이자로 수익을 얻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며 “가능하면 현금은 10% 내외로 보유하고 만기가 긴 장기상품에 가입하거나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내겠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1분기 중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그랜드인터컨티넨탈지점 부장도 “예금 비중을 최소화 하고 예치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 상품보다는 만기가 3개월이나 6개월인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금리가 어느 정도 올랐을 때 확정금리형 신탁상품이나 특판예금으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다. 우선진 동양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장은 “여유자금의 일부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 뒀다가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투자하는 전략도 취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부동산값 상승 기대 어려워내년부터 금융소득 과세부담이 4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비과세나 소득공제 상품 가입을 권하는 PB도 많았다. 국내 펀드에서 주목해 볼만한 상품은 2013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장기 펀드다. 연간 240만원 한도로 납입 금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비과세 재형저축(펀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연말정산 때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연금저축펀드가 대표적이다. 김기홍 센터장은 “현재 부자들이 하고 있는 절세 효과가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돈 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PB들은 기대수익률을 낮추더라도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관석 팀장은 주식형 펀드에 20%, 채권 25%, 현금성 자산 25%, 글로벌 리츠 20% 원자재 투자에 10% 등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했다. 이 팀장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등도 틈새 상품으로서 눈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금, 구리, 은 등 귀금속 가격도 상승하면서 원자재 관련 상품 투자를 밝게 보는 PB도 많았다. 본격적인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원자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다 인플레이션에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철식 부장은 “조만간 원자재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 상장되면 자금이 더 유입되고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다만 원자재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시장 전망을 점검하고 농산물, 에너지, 광업 등에 분산 투자한 뒤 시장 움직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전망은 여전히 어두웠다. 다만 저평가된 소형 아파트, 수익형 부동산 등은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데는 의견이 같았다. 총분양가 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주택가격을 낮추기 위해 부채상환비율(DTI·연간소득에서 대출상환 비중을 나타내는 것) 규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등 주택 공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등 주택거래 활성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관석 팀장은 “수도권 주택 가격은 실수요자가 접근하기에는 아직 높은 수준인 데다 실물경기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가 많은 데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 지역, 지하철 9호선 연장선, 분당선 인접 지역은 투자가치가 있는 편이라고 의견도 있었다. 조재영 부장은 “주거용 부동산은 DTI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살아나기 힘들고 재건축 시장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수십억원대 자산가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기 때문에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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