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경제硏·위스콘신大·서강학파 ‘근혜노믹스’ 5년 이끈다
대우경제硏·위스콘신大·서강학파 ‘근혜노믹스’ 5년 이끈다
최고권력자 곁에는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2인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는 예외다. 뚜렷한 2인자가 없다. 누군가 부각되다가도 새로운 인물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특정 주변인에게 절대 과도하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박근혜 식 사람 관리의 특징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그의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으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광범위한 인재풀을 보유했다.
특히 경제 분야는 ‘박근혜노믹스’를 구체화할 외곽 전문가와 당내 인사가 고루 포진해 있다. 그만큼 경제를 우선한다는 얘기다.
힘 실리는 2007년 경선 멤버우선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눈에 띈다. 박 당선인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해 초반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 당선인과 경제관이 잘 맞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선거 과정에서 경제민주화의 범위, 구체적 정책 등을 놓고 두 사람이 2~3차례 대립하기도 했다. 집권 초기 외곽에서 새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두 단장은 재수 끝에 결실을 맺었다. 김 단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당시 박 당선인이 내놓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설계한 장본인이다.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꾸준히 박 당선인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왔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가미래연구원을 설립해 원장을 맡았다. 이번 대선 경선 때 7인 정책위원회에 참여했고, 본선에서는 박 당선인의 성장 공약을 다듬었다.
자칫 경제민주화로 치우칠 뻔한 경제정책의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김 단장은 외부 전문가 그룹을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며 “장기간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박 당선인의 심중을 가장 잘 읽는 외부 인사로 꼽힌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박 당선인과 서강대 동문이자 함께 경제 정책을 공부한 ‘5인 공부모임’ 멤버이기도 하다.
5인 공부모임의 나머지 멤버인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김영세 연세대 교수, 최외출 비서실 기획조정특보, 안종범 의원도 주목 받는 인물들이다. 신 교수와 김 교수는 박근혜 식 경제 정책을 만든 핵심 전문가다. 박 당선인의 과외교사이면서 2007년 대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도와 신뢰가 두텁다.
신 교수는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을 거쳤고 김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 특보는 박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박 당선인이 정계에 입문한 뒤 줄곧 뒤에서 그를 도왔다. 1998년 달성군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2002년 탈당과 창당, 2007년 대선 경선 때까지 박 당선인의 곁에는 늘 그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국가미래연구원의 멤버다. 2010년 12월 설립된 이 연구원은 박 당선인 측 전문가 그룹의 핵심이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정·복지 분야에서는 최성재 서울대 교수, 옥동석 인천대 교수, 거시·금융 분야에서는 김인기 중앙대 교수, 조명현 고려대 교수 등이 주축이다.
박상기 숭실대 교수, 김진현 서울대 교수 등도 주목 받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또 다른 한 축은 서강학파다.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78명 중 서강대 소속 교수가 가장 많다. 전준수 서강대 교수, 홍기택 중앙대 교수 등이 눈에 띈다. 김종인 위원장, 남덕우 전 총리 등이 서강학파를 대표하는 원로 인사다.
당내에서는 이한구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이 중심이다. 이 원내대표는 오래 전부터 박 당선인의 경제교사로 불려온 만큼 당선 이후 당이든 내각이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원내대표로서 야당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990년대 초·중반 안종범, 강석훈, 정희수 의원과 대우경제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다. 이 원내대표가 소장을 맡았고 안 의원이 재정팀장, 강 의원이 금융팀장, 정 의원이 지방산업팀장으로 뒤를 받쳤다. 대우경제연구소가 국내 민간 연구계를 이끌던 시절이다.
최 의원은 박 당선인의 오랜 측근이다. 대선 초기 캠프를 총지휘하다가 인혁당 사건, 정수장학회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자진해서 캠프에서 나왔다. 공식적인 직책은 없었지만 막후에서 정책을 조정하고 조직을 챙기는 등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종범 의원은 교집합이 가장 많다.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5인 공부모임 멤버, 대우경제연구원 출신인 동시에 박 당선인의 핵심 경제 브레인으로 알려진 ‘위스콘신 4인방’ 중 하나다. 위스콘신 4인방은 안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강석훈·유승민 등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4명을 말한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비슷한 시기에 위스콘신 대학에서 함께 공부했다. 안 의원은 2010년 12월 박 당선인이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을 때 발제자로 나서 주목 받았다. 재정전문가지만 복지에도 해박해 재정과 복지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훈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비서실에서 박 당선인을 보좌했다. 박 당선인이 공약을 발표할 때는 항상 두 사람이 자리를 지켰고,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브리핑하는 역할도 했다. 실질적인 경제정책을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두 사람은 이종훈 의원과 함께 당내에서 ‘초선 브레인 3인방’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노동 전문가다.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캠프에서 행복한일자리추진단장을 맡아 박 당선인의 노동·일자리 공약을 다듬었다.
재계 인맥 김호연·김성주 주목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인맥도 관심의 대상이다. 유승민·이종훈 의원과 이혜훈 최고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유승민 의원은 박 당선인의 당 대표시절 비서실장 출신이다. 당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위로 지도부에 입성할 만큼 개인적인 파워도 상당하다.
박 당선인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획력이 뛰어나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당선인의 대변인 출신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국내 몇 안 되는 여성 경제학자다. KDI 연구위원, 영국 레스터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지냈다. 4월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뒤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데 공을 세웠다.
전문가 그룹에 비해 박 당선인의 재계 인맥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불법 정치자금 등 문젯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 재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재계에서도 서강대 인맥이 눈에 띈다. 서강대 총동문회장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캠프 종합 상황실 부실장으로 활약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김철규 SK텔링크 사장은 전자공학과 후배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이휘성 한국IBM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민유성 티스톤 회장 등이 서강대 출신 CEO다.
벤처업계에서는 올해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가 핵심이다. 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 김병기 애플민트홀딩스 대표 등도 벤처업계에서 박 당선인을 도왔다. 이번 선거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돼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는 역할을 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향후 역할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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