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KAI(한국항공우주산업)·대우조선·우리금융 남았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대우조선·우리금융 남았다

금액 차이, 정치 논리 탓에 매각 지연…새 정부 들어서면 매각 속도 낼 듯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어갈 차기 정부의 행보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연말연시를 맞은 산업계와 금융권에서는 2013으로 넘어온 대형 인수합병(M&A) 매물의 향방이 또 하나 관심 대상이다. 정책금융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기관이 각각 지분을 보유한 매물의 매각이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박근혜 정부에서 매각될 ‘M&A 대어’ 첫 손에 꼽힌다. KAI는 12월 17일에 본입찰을 진행했지만 애초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던 대한항공이 입찰을 포기하고 현대중공업만 본입찰서를 내면서 또다시 유찰됐다. 팽팽한 찬반양론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질 것 같았고 KAI 매각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대한항공 포기로 KAI 매각 다시 연기대한항공은 지난 10년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KAI 인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종 단계에서 인수를 포기했다. 역시 가격이 문제였다. 조양호 회장은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열린 박근혜 당선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에게 “(KAI 인수가격이) 비싸서 살 수가 있겠느냐”며 “미국 보잉사보다 (지분 평가 가치가) 비싼데 적정 가격 이상이면 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후속주자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현대중공업은 KAI의 인수 제안 가격으로 1조2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1조원 안쪽을 적정 인수 금액으로 책정하고 “KAI에 대한 시장 평가가 과한 면이 있어 무리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나타냈다. 이번 유찰로 향후 KAI 매각은 공개입찰 대신 수의계약(경쟁 또는 입찰에 의하지 않고 상대를 골라 체결하는 계약)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여지는 남아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조선업종 등 주력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해 이번 결과로 KAI 인수가 더 유력해진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되려면 시장 예상보다도 1000억~1500억원이 높은 가격을 써냄으로써 비가격 부문에서의 격차를 줄여야 했지만 일단 무리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817%에 달한다. 무리했다가는 자칫 KAI를 인수하고도 재무구조가 더 나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입찰 하루 전인 12월 16일 열린 제3차 TV 토론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민주통합당)가 모두 KAI 매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날 토론에서 “KAI 민영화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부분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민영화를 해야 한다, 또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항공우주기술 분야의 민영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더욱이 KAI 민영화는 경남 지역 내에서 반대 여론이 뜨거운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기에 이런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향후 KAI 매각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인수가격이나 인수업체 등 산업적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문제까지 포함됐다는 이야기다.

국내 조선업체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도 다음 정부로 넘어간 M&A 대어에 속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12월 초에 캠코는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19.1%의 매각을 내년으로 미룬다는 방침을 이미 확정했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주가가 11월에 최저점(2만1000원)을 기록했다가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12월 27일 기준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2만7000원대까지 올랐다.

캠코는 이명박 정부 막바지에 불거질 수 있는 졸속 매각,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는 한편 다음 정부에서 주가가 더 올랐을 때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는 대우조선해양의 내년도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저평가돼 있으며 지금보다 20%는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캠코도 내년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단독 매각하거나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31.3%와 묶어 매각하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민영화 분리 매각으로 재추진 전망변수 중 하나는 박근혜 당선인 공약의 일부인 ‘국민행복기금’이다. 박 당선인은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가계부채 해결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 따르면 이 기금은 캠코의 고유계정과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기존에 운용 중이던 신용회복기금 등으로 조성된다. 캠코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묶인 대우조선해양 지분매각을 차기 정부에서 좀 더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조선 업황이 바닥인 상황에서 인수 후보자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한때 대우조선해양을 노렸던 한화그룹이나 GS, 포스코, 두산그룹 등은 모두 발을 뺀 상태다. 매각을 주간하는 모건 스탠리와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지주와 ING생명 등이 차기 정부로 넘어간 대형 M&A 매물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KAI와 함께 민영화를 놓고 거센 찬반양론 대상이다. 거대 은행의 민영화에 대한 거부반응이 만만찮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보이던 7월 16일에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우리금융 매각은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KB금융지주 등 인수 후보자에게 뜻을 분명히 전한 것이다. KB금융은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지만 정치권 등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채 결국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들어 2010년부터 3번이나 시도됐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선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근혜 당선인의 한 측근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매각 방식이 일괄 매각이 아닌 경남은행·광주은행·우리투자증권 등의 분리 매각으로 선회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금융당국이 “원매자를 찾기어려우면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서다.

보험사인 ING생명 한국법인은 지난 1년간 KB금융이 어윤대 회장을 중심으로 인수를 추진했지만 마찬가지로 차기 정부에서나 매각 여부가 정해지게 됐다.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열린 KB금융이사회에서는 9명의 사외이사 중 7명이 반대 5표, 기권 2표로 인수건을 부결시켰다.

KB금융 이사회는 “2013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가시화할 어윤대 회장의 레임덕이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KB금융 외엔 AIA생명과 한화생명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차기 정부에서 다시 구체적인 매각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감기 증세랑 비슷' 조류인플루엔자 공포…캄보디아서 20대 남성 사망

2LA 산불로 88조원 손실 추정…‘박찬호’ 자택도 전소

3"양자컴퓨터 발언 의미는…" 젠슨 황 발언, 돌려서 지적?

4성폭행 실패하자 흉기로…도주한 20대 군인 구속

5 제주항공 사고기 음성기록장치, 충돌 4분 전부터 “저장 無”

6부부 연기가 현실로...20년 만에 재결합 “묘한 인연 느껴”

7‘탄핵 딱 질색이니까’ 노래 부르는 윤대통령 등장 ‘화들짝’

8속도가 도시를 바꿀까

9‘가짜 면허 파문’ 파키스탄 항공…‘에펠탑 여객기 충돌’ 광고 논란

실시간 뉴스

1'감기 증세랑 비슷' 조류인플루엔자 공포…캄보디아서 20대 남성 사망

2LA 산불로 88조원 손실 추정…‘박찬호’ 자택도 전소

3"양자컴퓨터 발언 의미는…" 젠슨 황 발언, 돌려서 지적?

4성폭행 실패하자 흉기로…도주한 20대 군인 구속

5 제주항공 사고기 음성기록장치, 충돌 4분 전부터 “저장 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