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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 전통부자는 거미줄 학맥·혼맥 신흥부자는 각개약진

SPECIAL ISSUE - 전통부자는 거미줄 학맥·혼맥 신흥부자는 각개약진

포브스코리아는 1월호에서 대한민국 부(富)의 이동을 조사했다. 이번에는 이를 토대로 100대 부자의 네트워크를 알아봤다. 전통부자들은 학맥·혼맥·모임 등 네트워크가 강한 반면 자수성가한 신흥부자들은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이끄는 3인은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도우며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키우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주 NXC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NHN 의장.



한국 100대 부자 네트워크의 근간은 학교다. 학맥도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먼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2위) 등 대기업 오너와 재계 3세다. 상당수 대기업 오너들의 학맥은 분산돼 있는 편이다. 1950~60년대 국내 교육 여건이 어려울 때 초·중·고를 다닌 경우가 많아서다. 이건희 회장만 해도 초등학교 때 6.25가 터져 여러 차례 전학을 다녔다.

재계 3세부터는 교육 수준이 확 달라진다. 보통 사립초등학교, 국내 명문대, 해외 MBA 등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한국 100대 부자가 가장 많이 졸업한 초등학교는 경기초등학교다. 삼성가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17위),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24위)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9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19위), 조현준 효성 사장(84위),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87위) 등이 경기초 동문이다.

1965년에 문을 연 경기초는 경복·리라초와 함께 서울 3대 명문 초등학교로 꼽힌다. 재계 인사 외에도 전 대통령 일가 중에 경기초 동문이 많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전재만씨도 경기초를 나왔다.



경복·경기고 출신 강세중학교는 쏠림 현상이 덜하다. 유일하게 청운중 동문이 눈에 띈다. 1968년생 동갑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이 경기초를 거쳐 청운중에 들어갔다. 고종사촌인 두 사람은 고등학교까지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다. 현대가 형제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30위)과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58위)도 청운중 동문이다.

네 사람 모두 경복고 동문이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청운중 시절 중요한 사람을 만났다. 바로 고(故)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차남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다. 이 인연으로 이 부회장의 동생 이서현 부사장이 김재열 사장을 만난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에 이르면 학맥이 뚜렷해진다. 경복고와 경기고가 강세다. 경복고 동문 중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정몽구 회장이다. 그를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16위),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37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위) 등 13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경기고 졸업생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7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21위),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26위) 등 11명이다.

대학 인맥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SKY’ 대학을 나온 이가 46명이다. 100대 부자 중 절반 가까이다. 고려대 21명, 서울대 18명, 연세대 7명 순이다. 이중에서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5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14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23위), 허창수 GS 회장(39위),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52위) 등 12명이다.

해외 MBA 인맥도 빼놓을 수 없다. 전체 30명이 해외 MBA를 땄지만 동문은 많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MBA를 마치고 다시 하버드대에서 MBA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64위)도 하버드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정의선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대 MBA를 거쳤고, 구광모 LG전자 차장(42위)은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땄다.



롯데·LG家 거미줄 혼맥100대 부자의 네트워크 중 혼맥을 빼놓을 수 없다. 부자 100명 중 60%가 넘는 64명이 직계 가족 또는 친인척을 통해 관계를 맺었다. 특히 재벌가끼리의 혼맥이 두드러진다. 그룹 별로 살펴보면 롯데가(家)와 LG가(家)가 각각 5개로 가장 많았다. 먼저 롯데가는 태광·동부·한진·현대·아모레퍼시픽그룹과 혼맥을 맺고 있다.

농심그룹 신춘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동생 김희선 씨와 결혼했다.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의 딸 신유나 씨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25위)과 부부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막내 딸 신윤경 씨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6위)의 부인이다.

LG가도 재계에서 거미줄 혼맥을 자랑한다.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 씨와 결혼했다. 한진그룹과는 구자학 회장의 차녀 구명진 씨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65위)의 결혼을 통해 관계를 형성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의 장녀 구은아 씨는 이수영 OCI 회장(56위)의 동생 이복영 삼광유리 회장의 며느리다.

사돈으로 맺어진 기업들은 비즈니스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경우가 있다. 현대차는 사돈 관계인 LS그룹과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카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혼맥으로 맺어진 두산과 LS는 지난 2005년 선박용 엔진 등에 사용되는 주물 제품을 생산하는 ‘캐스코’를 공동 설립했다.

혼맥은 세대별로 차이가 있다. 100대 부자 중 2세가 9개, 3세가 5개의 혼맥을 맺고 있으며, 4세끼리 혼맥을 맺은 경우는 없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은 평범한 교육가 집안의 딸과 결혼했으며,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도 초등학교 동창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상대적으로 정략결혼이 많았던 재벌 1,2세에 비해 연애결혼이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부자들은 친목 모임을 통해서도 네트워크를 쌓는다. 1961년 발족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가장 대표적인 재계 단체다. 허창수 회장, 이건희 회장 등 주로 대기업 총수들이 회장단으로 참여한다. 1월10일 열린 첫 회의에는 박근혜 정부 시대를 맞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의지를 다졌다. 최근 이슈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골목상권 침범 자제 등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2000년 설립된 V소사이어티는 재계 2·3세와 벤처 경영인이 공동 투자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됐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 협력을 위한 포럼을 주기적으로 열며, 이너서클 성격이 짙은 모임이 됐다. 요즘은 모임이 뜸하지만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정용진 부회장 등이 V소사이어티의 주요 멤버였다.

어린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재계 3세들은 관심사·취미 모임을 선호한다. 평소 예술에 조예가 깊은 정용진 회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허용수 GS 전무 등이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Young Friends of the Museum: YFM)’ 멤버로 문화 후원에 앞장서고 있다. 재계 여성들도 ‘미래회’ ‘아름지기’ 등 종교 모임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서로 친분을 쌓는다. 이런 모임은 혼맥을 성사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조용한 내조로 경영을 돕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신흥 부자 4인방신흥부자들은 전통부자와 달리 네트워크가 촘촘하지 않다. 제각각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다만 유일하게 엔터테인먼트 부호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김정주 NXC대표(3위), 이해진 NHN 의장(41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62위), 이준호 NHN 최고운영책임자(COO, 50위)는 모두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이준호 COO가 83학번으로 4명 중 선배다. 김택진 사장이 전자공학과 85학번이고, 김정주 대표와 이해진 의장이 컴퓨터 공학과 86학번 동기다. 김택진 사장을 제외한 세 사람은 카이스트대학원에서 전산학을 공부했다. 특히 김 대표와 이 의장은 카이스트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로 지낼 만큼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네 사람이 게임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서로간의 도움이 한 몫 했다. 게임업계에 가장 먼저 뛰어든 김정주 대표는 1996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면서 주목 받았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온라인 게임 시장이 활성화 되지않아 수익이 크지 않았다. 김 대표는 게임과 별도로 시스템통합(SI) 사업도 벌였다. 김 대표는 친구인 이 의장의 부탁으로 NHN에 서버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NHN 주식을 받았다.

이 의장은 사업초기 대학 선배인 이준호 COO를 찾아갔다. 이 의장은 네이버 창업 때부터 ‘검색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았다. 이 분야 최고 검색엔진 개발자인 이 COO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COO는 이 의장의 권유로 2005년 숭실대 전산학과 교수를 휴직하고 NHN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했다. 이후 네이버의 검색엔진 개발과 서비스를 총괄했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공대 1년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게임 시장을 두고는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였다. 김택진 대표가 김정주 대표보다 3년 늦게 엔씨소프트틀 세웠다. 이때 넥슨을 공동 창업하고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스카우트했다. 송 대표가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한 게임이 바로 ‘리니지’다. 이 게임으로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 강자로 떠올랐다.

사업에서는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두 사람이 지난해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김정주 대표가 넥슨재팬을 통해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를 인수한 것. 넥슨재팬은 엔씨소프트 주식 321만8091주를 주당 25만원에 샀다. 총 투자금액은 약 8045억원. 그 결과 넥슨이 엔씨소프트 최대 주주가 됐고 김택진 대표는 지분이 줄면서 2대 주주로 물러났다. 업계에선 엔씨소프트의 개발력과 넥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세계적인 게임사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엔터테인먼트 부자처럼 동종업계에서 자수성가한 신흥부자들이 있다. 바이오 부자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1위)과 천종윤 씨젠 대표(74위)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부자로는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78위)와 정지완 솔브레인 회장(79위)이 꼽인다. 서 회장과 천 대표는 1957년 생 동갑에 건국대 동문이다. 서 회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천 대표는 농대를 졸업했다. 두 대표 모두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승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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