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TRAVEL - 푸른 바다에서 꿈꾸는 ‘아라비안 나이트’
Features TRAVEL - 푸른 바다에서 꿈꾸는 ‘아라비안 나이트’
홍해를 사이에 둔 샤름엘 세이크와 후르가다는 짙푸른 바다와 구릿빛 이방인, 히잡을 벗어 던진 미녀들의 활보가 어울리는 이집트의 별천지
다이빙과 휴양의 천국 샤름엘 세이크홍해 시나이 반도 남단에 위치한 샤름엘 세이크의 이미지는 확연하게 다른 세상이다. 별 다섯 개짜리 호화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아득하게 들어섰으며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다이버들의 천국이 펼쳐진다. 유럽의 유명 인사들은 이곳에서 ‘나만의 휴식’을 갈구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여름 휴가차 샤름엘 세이크를 찾았고, 전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 역시 이곳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다. 중동의 부호 등 VIP들은 요트를 타고 와 직접 리조트에서 입국수속을 밟기도 한다.
140여개의 리조트 앞 해변은 홍해의 산호초가 피어나는 화려한 놀이터다. 라스 무함마드 국립공원과 연결된 바다 밑으로는 1000여종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닌다. 템플, 라스 움 시드, 티란 등은 샤름 엘 세이크를 다이빙 메카의 반열에 올린 대표적인 다이빙 스폿이다.
홍해가 간직한 푸른 도시는 지난한 과거도 간직하고 있다. 시나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샤름엘 세이크는 중동전쟁 중 오랜기간 이스라엘의 점령지에 속했다. 전쟁의 상흔이 지워진 뒤에야 이집트에 넘겨졌고 이방인들을 품에 안았다. 바다가 깊고, 해안절벽이 가득한 군사적 요충지는 훈풍이 불면서 휴양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샤름엘 세이크의 중심가는 나마베이다. 한낮에 나마베이를 도보로 활보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뜨거운 햇살아래거리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숙소와 도심을 빠져나와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이른 오전부터 배에 오른다. 홍해의 푸른 바다, 붉은 땅, 하얀 리조트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라비안 나이트’는 피어 오른다.
한적했던 나마베이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은 밤이 이슥해지면서부터다. 수백m 늘어선 노천 바는 양탄자 위에 앉아 물담배 ‘시샤’를 피고, 이집트 맥주 ‘스텔라’로 목을 축이는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이집트에서 음주는 규제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카지노의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며, 유명 체인의 커피숍과 식당들도 문을 연다.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옥상 카페들은 해변을 뒤로 한 채 구릿빛 근육남과 벽안의 미녀들로 들썩거린다. 샤름엘 세이크의 밤과 낮은 이렇듯 홍해의 두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촌의 일상이 뒤섞인 후르가다샤름엘 세이크가 완연한 휴양지의 모습이 강하다면, 홍해 건너 후르가다는 옛 어촌의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고대 파라오 문명의 유적인 룩소르에서 사막을 지나 5시간 가량 달리면 후르가다에 닿는다.
다이빙 포인트와 연결되는 해변의 모습들은 어떻게 보면 샤름엘 세이크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곳곳에 전통복장의 주민들이 지나고, 현지인들을 위한 퍼블릭 비치가 있으며, 저렴한 가격 덕에 배낭여행자나 러시아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 것은 또 다른 홍해도시의 단상이다.
어촌마을이었던 후르가다는 지속적인 개발로 휴양지의 형태를 갖추게 됐지만 도시 북쪽의 다하르 지역은 현지 주민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재래시장인 수크에 들어서면 시골 5일 장터 같은 분위기다.
골목을 돌면 작은 식당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뻐끔뻐끔 시샤를 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머리에 흰 두건을 얹은 채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이집트 노인들의 콧수염도 한층 친근하게 다가온다.
홍해를 오가는 쾌속 페리들의 선착장이 있는 인근 시가라 지역은 도심과 관광지가 혼재된 풍경이다. 1만~2만원에 하룻밤을 머물수 있는 숙소도 시가라 곳곳에 흩어져있다. 리조트들이 들어선 남쪽 코라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용 해변을 지닌 고급 리조트와 전세계 내로라하는 체인 호텔들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후르가다의 진화는 인근의 계획형 고급빌라촌인 엘구나까지 이어진다. 호텔, 빌라, 골프장 등을 마을 안에 갖춘 엘구나는 전세계 명사들과 유럽의 부유한 장기체류자들을 위한 휴양 특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홍해 도시에서의 반전은 이렇듯 유쾌하게 진행된다. 럭셔리 리조트, 짙푸른 산호바다, 수크에서 만나는 현지인의 일상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다이빙이 곁들여지는 은밀한 휴식은 홍해 나들이의 짜릿한 덤이자 축복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이빙과 휴양의 천국 샤름엘 세이크홍해 시나이 반도 남단에 위치한 샤름엘 세이크의 이미지는 확연하게 다른 세상이다. 별 다섯 개짜리 호화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아득하게 들어섰으며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서면 다이버들의 천국이 펼쳐진다. 유럽의 유명 인사들은 이곳에서 ‘나만의 휴식’을 갈구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부부가 여름 휴가차 샤름엘 세이크를 찾았고, 전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 역시 이곳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다. 중동의 부호 등 VIP들은 요트를 타고 와 직접 리조트에서 입국수속을 밟기도 한다.
140여개의 리조트 앞 해변은 홍해의 산호초가 피어나는 화려한 놀이터다. 라스 무함마드 국립공원과 연결된 바다 밑으로는 1000여종의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다닌다. 템플, 라스 움 시드, 티란 등은 샤름 엘 세이크를 다이빙 메카의 반열에 올린 대표적인 다이빙 스폿이다.
홍해가 간직한 푸른 도시는 지난한 과거도 간직하고 있다. 시나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샤름엘 세이크는 중동전쟁 중 오랜기간 이스라엘의 점령지에 속했다. 전쟁의 상흔이 지워진 뒤에야 이집트에 넘겨졌고 이방인들을 품에 안았다. 바다가 깊고, 해안절벽이 가득한 군사적 요충지는 훈풍이 불면서 휴양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샤름엘 세이크의 중심가는 나마베이다. 한낮에 나마베이를 도보로 활보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뜨거운 햇살아래거리는 조용하고 한적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숙소와 도심을 빠져나와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 이른 오전부터 배에 오른다. 홍해의 푸른 바다, 붉은 땅, 하얀 리조트의 앙상블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라비안 나이트’는 피어 오른다.
한적했던 나마베이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은 밤이 이슥해지면서부터다. 수백m 늘어선 노천 바는 양탄자 위에 앉아 물담배 ‘시샤’를 피고, 이집트 맥주 ‘스텔라’로 목을 축이는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이집트에서 음주는 규제되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카지노의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며, 유명 체인의 커피숍과 식당들도 문을 연다. 요란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옥상 카페들은 해변을 뒤로 한 채 구릿빛 근육남과 벽안의 미녀들로 들썩거린다. 샤름엘 세이크의 밤과 낮은 이렇듯 홍해의 두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촌의 일상이 뒤섞인 후르가다샤름엘 세이크가 완연한 휴양지의 모습이 강하다면, 홍해 건너 후르가다는 옛 어촌의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고대 파라오 문명의 유적인 룩소르에서 사막을 지나 5시간 가량 달리면 후르가다에 닿는다.
다이빙 포인트와 연결되는 해변의 모습들은 어떻게 보면 샤름엘 세이크와도 유사하다. 하지만 곳곳에 전통복장의 주민들이 지나고, 현지인들을 위한 퍼블릭 비치가 있으며, 저렴한 가격 덕에 배낭여행자나 러시아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 것은 또 다른 홍해도시의 단상이다.
어촌마을이었던 후르가다는 지속적인 개발로 휴양지의 형태를 갖추게 됐지만 도시 북쪽의 다하르 지역은 현지 주민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재래시장인 수크에 들어서면 시골 5일 장터 같은 분위기다.
골목을 돌면 작은 식당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뻐끔뻐끔 시샤를 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조우하게 된다. 머리에 흰 두건을 얹은 채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이집트 노인들의 콧수염도 한층 친근하게 다가온다.
홍해를 오가는 쾌속 페리들의 선착장이 있는 인근 시가라 지역은 도심과 관광지가 혼재된 풍경이다. 1만~2만원에 하룻밤을 머물수 있는 숙소도 시가라 곳곳에 흩어져있다. 리조트들이 들어선 남쪽 코라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용 해변을 지닌 고급 리조트와 전세계 내로라하는 체인 호텔들도 이곳에 자리 잡았다.
후르가다의 진화는 인근의 계획형 고급빌라촌인 엘구나까지 이어진다. 호텔, 빌라, 골프장 등을 마을 안에 갖춘 엘구나는 전세계 명사들과 유럽의 부유한 장기체류자들을 위한 휴양 특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홍해 도시에서의 반전은 이렇듯 유쾌하게 진행된다. 럭셔리 리조트, 짙푸른 산호바다, 수크에서 만나는 현지인의 일상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다이빙이 곁들여지는 은밀한 휴식은 홍해 나들이의 짜릿한 덤이자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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