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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RAIL BOOM IN KOREA - 신세계 vs. 롯데 기차역 對戰(대전)

THE NEW RAIL BOOM IN KOREA - 신세계 vs. 롯데 기차역 對戰(대전)

기차역과 쇼핑몰. 오랜 기간 찰떡궁합을 과시해 온 관계다. 신세계그룹이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건설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다시 조명 받고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유통업계 경쟁에서 기차역은 롯데·신세계·현대에 전략 요충지가 될까.
롯데·신세계백화점, 경방 타임스퀘어가 경쟁하는 서울 영등포역 일대.



2월 24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구 신천동에서 열린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기공식에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첫 복합환승센터 개발인 만큼 꼭 성공해야 한다”며 “국내관광산업을 선도할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복합환승센터는 열차·지하철·버스 등 교통수단 간 갈아탈 수 있는 환승시설과 상업시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을 말한다. 복합환승센터가 개발되면 고속버스·시외버스 터미널이 통합되고 대구도시철도, 기차역과도 연결된다. 예상 일일 유동인구는 13만 명가량이다.

신세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조감도.
신세계는 이곳에 백화점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테마파트 등을 결합한 유통문화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2016년 완공 예정인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는 연면적 29만6841㎡(약 8만9000평), 매장 면적 9만9170㎡(약 3만평)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는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신세계는 이곳에 센텀시티보다 2000억원 정도 더 많은 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동대구역에서 승부수를 던진 데는 교통의 요지라는 기차역의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2000년 일본 나고야 역사의 JR 센트럴타워 복합개발 이후 상권이 사카에 지역에서 나고야역으로 옮겨온 사례를 들어 대구뿐 아니라 경북 지역까지 아우르는 광역상권을 꿰차겠다는 야심을 내보였다.

손윤경 키움증권 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는 “동대구역 복합개발센터가 대구 전체 상권을 일으킬 지 지켜봐야겠지만 현대백화점 대구점,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매출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까지 역사(驛舍)백화점 하면 ‘롯데’를 떠올렸다. 서울·영등포·청량리역에 대형 점포가 있어 그렇다. 롯데백화점은 1991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역사백화점인 서울 영등포점을 열었다. 그보다 7년 전 신세계백화점이 먼저 영등포에 점포를 냈지만 기차역과 떨어져 있어 편리한 접근성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롯데는 이어 1994년 서울 청량리역에 점포를 열었다. 롯데가 백화점 출점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얼마나 많은 고객을 모을 수 있느냐다.

기차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애용하던 시절 기차역은 고객을 끌기 위한 최적지였다. 청량리점 개점을 신호탄으로 롯데는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폈다. 1995년 부산본점, 1997년 관악점, 1998년 광주점에 이어 1999년에는 분당·부평·일산점, 2000년에는 강남·대전·포항점 등 한 해 세 곳에 점포를 열었다. 1979년에 롯데백화점 1호점인 본점을 내고 9년 후 2호점인 잠실점을 개점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롯데는 역사백화점인 영등포·청량리점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캐시카우’ 역할을 한 덕에 다점포 전략을 쓸 수 있었다. 영등포점과 청량리점은 개점한지 오래됐지만 꾸준히 매출이 늘고 있다. 전국 31개 점포 가운데 영등포점은 5위권, 청량리점은 10위권이다.

현대백화점은 기차역과 인연이 없었다. 영등포역은 목동·신촌점과, 청량리역은 미아점과 상권이 겹쳐 출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부지를 매입해 출점하는 방식을 선호해 임차방식의 역사백화점 입점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권이 매력적이면 앞으로 기차역에 입점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인구가 집중되고 대중교통이 발달한 역세권은 전통적으로 황금 상권이라 불려왔다. 하지만 이제 풍부한 유동인구만으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손 애널리스트는 “지하철역사와 연결된 쇼핑몰이 다 성공하진 못했다”며 “볼거리, 즐길거리에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 경쟁이 규모와 상품 구색(MD)의 경쟁으로 바뀌어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시설을 더한 복합쇼핑몰이 뜨고 있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기공식에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센텀시티점의 성공 이후 복합쇼핑몰은 신세계그룹의 중심 사업모델로 떠올랐다. 2012년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을 새 단장할 때도 극장, 서점 등을 입점시켰다. 2016년에는 경기도 하남에 복합 쇼핑몰 유니온스퀘어를 열 계획이다.



유동인구 경쟁에서 규모와 MD 경쟁으로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말 경기도 김포에 명품 매장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점할 예정이다. 프리미엄 아울렛 송도점과 경기도 판교점은 내년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판교점은 연면적 23만5338㎡(약 7만1000평), 매장 면적 5만2800㎡(약 1만6000평)의 대형 복합쇼핑몰로 백화점 부문에서 명품과 글로벌 SPA(제조·유통일괄형) 브랜드 등을 갖춰 분당·용인 상권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규모를 키우고, 패션 브랜드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역시 복합화 전략도 빠지지 않는다. 롯데마트나 롯데시네마를 곁에 둬 즐길 거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롯데는 지난해 매장 면적 5만3000m²(약 1만6000평)에 브랜드 353개가 입점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이천점을 열었다.

서울역 롯데아울렛은 역사 쇼핑몰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롯데아울렛이 들어오기 전 한화갤러리아의 콩코스백화점은 쓴 맛을 봤다. 더 이상 교통의 요지라는 이점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규모 경쟁을 벌이는 백화점들은 점점 도심에서 교외로 옮겨가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기차권 상권은 놓칠 수 없는 전략 요충지다.

손 애널리스트는 “교외는 자가용이 있는 고연령대 고객층이, 도심 역세권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30대 이하 고객층이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차역의 장점과 복합쇼핑몰의 장점을 접목한 신세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는 2016년 문을 연다. 그전인 올 8월 롯데가 경기도 수원역에 대형 복합쇼핑몰 롯데몰을 개점한다. 이에 맞서 애경 AK플라자 수원역점은 10월에 증축공사를 마치고 새롭게 오픈할 계획이다. ‘주무기’는 바뀌었지만 역사 쇼핑몰의 경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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