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MAKEUP CEO KANG, DAE-YOUNG - “분장사는 조물주 같은 직업”
KOREA MAKEUP CEO KANG, DAE-YOUNG - “분장사는 조물주 같은 직업”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국내 드라마·영화·공연 등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스타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성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콘텐트의 질적 성장을 이끈 숨은 공로자들의 덕이 크다. 국내 최초의 분장전문 연구소, 프로덕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강대영 한국 분장 대표가 그중 하나다.
강 대표는 한국 분장 업계의 대부다. 42년 동안 분장 외길을 걸어오며 방송·영화·무대 분장 등 각종 분야의 경험을 고루 쌓았다. 한 분야에만 특화되기 쉬운 국내 분장 업계에서는 드문 사례다. 드라마 ‘전설의 고향’, 예능 ‘개그 콘서트’, 영화 ‘왕의 남자’ 등 그가 가진 포트폴리오가 무려 1500편이 넘는다.
그는 1972년, 갓 스물이 된 해 KBS 분장사로 입문했다. 원하는 대학을 갈 정도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재수를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KBS 분장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 시작이었다. “어릴 때 꿈이 발명가나 작가였습니다. 글쓰기랑 만들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우연찮게 분장 일을 시작했는데 적성에 너무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일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20년간 KBS에서 분장을 담당했다. ‘여로’ ‘전설의 고향’ 등 수많은 드라마가 그의 손길을 거쳤다. 당시 심형래, 임하룡 등이 등장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재능이 발휘됐다. 지금의 인기 예능 프로램인 ‘개그콘서트’ 분장 개그의 원조격인 셈이다. 이때의 인연으로 강 대표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서 분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갔는데 준비해간 콧수염이 없어졌어요. 동료가 쓰고는 깜빡한 거예요. 결국 당시 장발이던 제 머리카락을 잘라서 붙였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검은데 필요한 수염은 반백이라 흰색으로 칠하면서요. 그런데 너무 감쪽같아서 다들 놀랐죠.” 실력이 알려지면서 그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PD 들이 스케줄을 맞춰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강 대표는 “후배 PD와 작업 중인 나를 선배 PD가 ‘보쌈’해가 기도 했다”며 웃었다. 분장에 대한 열정은 그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다. 특히 촬영차 방문한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 ‘킹콩’의 소품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나도 방송사 다니면서 분장 실력으로 폼 잡고 다녔는데, 할리우드의 기술을 보니까 제가 하는 건 소꿉장난이더라고요. 공부를 더 해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공부할 곳이 없는 거예요. 당시만 해도 각 분야에서 도제식으로만 배웠지 분장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정식 코스가 없었으니까요. 그때 전문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할 연구소와 교육을 담당할 아카데미를 설립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했고, 돈을 모 았다. 1988년 지금의 한국 분장의 모태가 되는 한국분장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5년 뒤인 1992년 KBS에 사표를 냈다.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에서 더 다양한 분장 공부를 하고 회사 소속으로는 할 수 없는 영화·무대 분장 등의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연구소와 프로덕션, 아카데미를 설립하면서 분장 연구와 동시에 후진 양성에 힘쓰기 시작했다.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당시 제출한 논문 주제는 ‘수염 유형에 따른 남성 인상형성에 관한 연구’다. 강 대표는 “선행연구가 전혀 없어 논문 쓰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했다.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한국 분장 아카데미에서는 방송, 영화, 무대공연 등 여러 분야가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다. 분야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렇게 여러 분야를 다각적으로 경험해봐야 분장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지론이다. 27년간 그가 키운 제자는 180여 명. 강 대표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방송·영화·뮤지컬 등 각계에서 활약 중 이다. 그러나 긴 시간 치고는 제자가 많지 않다. 강 대표는 “돈을 좇기보다는 진정한 후학을 양성한다는 생각에 소수 정예로만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스트를 거쳐서 가르칠 이들을 선발한다.
“일반 학원처럼 오는 사람을 전부 가르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책임감 있는 교육이 아닙니다. 진짜 프로 분장사를 만들기 위해서 적성을 보고 제가 가르칠 사람을 뽑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과 인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런 원칙의 바탕에는 그만의 직업관이 녹아 있다. 강 대표는 “분장사는 예쁜 사람, 노인, 괴물, 동물 등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조물주 같은 직업”이라며 “이렇게 행복한 일을 하면서도 근무 조건만 따지며 스스로를 ‘노동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그는 후학을 위해 지금은 도입이 확실시된 분장의 국가자격증제도 신설을 주도해왔다. 젊은 분장사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민간자격증만 소지한 국내 분장사가 해외에 가면 공신력을 얻지 못하고 무자격자 취급을 받는다”며 “관련 규정을 세워 전문가를 선별할 필요했는데 이번에 관련 규정이 생길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40년을 넘게 분장을 하면서 살았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특히 분장차량을 만들어 보육원과 양로원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게 다음 목표다. 보육원에 가서는 아이들이 평소에 바라던 왕자·공주를 만들어주고, 양로원에서는 평소에 자신을 꾸미지 못하는 어르신들 메이크업을 하면서 지방을 다닌다는 계획이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분장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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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한국 분장 업계의 대부다. 42년 동안 분장 외길을 걸어오며 방송·영화·무대 분장 등 각종 분야의 경험을 고루 쌓았다. 한 분야에만 특화되기 쉬운 국내 분장 업계에서는 드문 사례다. 드라마 ‘전설의 고향’, 예능 ‘개그 콘서트’, 영화 ‘왕의 남자’ 등 그가 가진 포트폴리오가 무려 1500편이 넘는다.
그는 1972년, 갓 스물이 된 해 KBS 분장사로 입문했다. 원하는 대학을 갈 정도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재수를 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KBS 분장사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것이 시작이었다. “어릴 때 꿈이 발명가나 작가였습니다. 글쓰기랑 만들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우연찮게 분장 일을 시작했는데 적성에 너무 잘 맞더라고요. 그렇게 일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그렇게 그는 20년간 KBS에서 분장을 담당했다. ‘여로’ ‘전설의 고향’ 등 수많은 드라마가 그의 손길을 거쳤다. 당시 심형래, 임하룡 등이 등장했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그의 재능이 발휘됐다. 지금의 인기 예능 프로램인 ‘개그콘서트’ 분장 개그의 원조격인 셈이다. 이때의 인연으로 강 대표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에서 분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갔는데 준비해간 콧수염이 없어졌어요. 동료가 쓰고는 깜빡한 거예요. 결국 당시 장발이던 제 머리카락을 잘라서 붙였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검은데 필요한 수염은 반백이라 흰색으로 칠하면서요. 그런데 너무 감쪽같아서 다들 놀랐죠.” 실력이 알려지면서 그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PD 들이 스케줄을 맞춰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강 대표는 “후배 PD와 작업 중인 나를 선배 PD가 ‘보쌈’해가 기도 했다”며 웃었다.
수염 연구해 박사학위 취득
회사를 다니며 관련 자료를 꾸준히 수집했고, 돈을 모 았다. 1988년 지금의 한국 분장의 모태가 되는 한국분장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첫걸음을 뗐다. 5년 뒤인 1992년 KBS에 사표를 냈다.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에서 더 다양한 분장 공부를 하고 회사 소속으로는 할 수 없는 영화·무대 분장 등의 경험을 쌓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연구소와 프로덕션, 아카데미를 설립하면서 분장 연구와 동시에 후진 양성에 힘쓰기 시작했다. 관련 분야의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당시 제출한 논문 주제는 ‘수염 유형에 따른 남성 인상형성에 관한 연구’다. 강 대표는 “선행연구가 전혀 없어 논문 쓰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했다.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쌓은 그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한국 분장 아카데미에서는 방송, 영화, 무대공연 등 여러 분야가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다. 분야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렇게 여러 분야를 다각적으로 경험해봐야 분장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지론이다.
분장 국가자격증화 주도하기도
“일반 학원처럼 오는 사람을 전부 가르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건 제가 원하는 책임감 있는 교육이 아닙니다. 진짜 프로 분장사를 만들기 위해서 적성을 보고 제가 가르칠 사람을 뽑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신념과 인성이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런 원칙의 바탕에는 그만의 직업관이 녹아 있다. 강 대표는 “분장사는 예쁜 사람, 노인, 괴물, 동물 등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조물주 같은 직업”이라며 “이렇게 행복한 일을 하면서도 근무 조건만 따지며 스스로를 ‘노동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그는 후학을 위해 지금은 도입이 확실시된 분장의 국가자격증제도 신설을 주도해왔다. 젊은 분장사가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이 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민간자격증만 소지한 국내 분장사가 해외에 가면 공신력을 얻지 못하고 무자격자 취급을 받는다”며 “관련 규정을 세워 전문가를 선별할 필요했는데 이번에 관련 규정이 생길 것으로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
40년을 넘게 분장을 하면서 살았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특히 분장차량을 만들어 보육원과 양로원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게 다음 목표다. 보육원에 가서는 아이들이 평소에 바라던 왕자·공주를 만들어주고, 양로원에서는 평소에 자신을 꾸미지 못하는 어르신들 메이크업을 하면서 지방을 다닌다는 계획이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분장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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