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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부는 재생에너지 개발 바람

사막에 부는 재생에너지 개발 바람

네바다 접경 인근의 모하비 사막 바로 북쪽에 위치한 이반파 호수 태양광 발전 단지(사진)에선 생물다양성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한 달에 2만8000마리의 새가 날아들어 불타 죽는다고 한다.
LA 국제공항 근처에서 출발해 샌타 모니카 고속도로를 타고 정동방으로 나아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혼잡하기로 손꼽히는 도로다. 고급 6기통 엔진 승용차, 배기가스를 뿜어내는 픽업, 하이브리드(휘발유+전기) 세단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모두 LA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대도시가 연결돼 이뤄진 도시지대) 속을 엉금엉금 기어간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남서부의 태양 아래 차들이 반짝거린다. 고속도로가 교외 주택지구를 지난다. 잘 다듬어진 잔디와 현대적인 맨션 주택 지구들이 사방으로 뻗어 있다. 그 틈틈이 체인 레스토랑과 상업단지들이 무질서하게 박혀 있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간 고속도로 I-15를 타고 험준한 샌 가브리엘 산을 타고 오른다. 마침내 반대편에 평평하고 메마른 땅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선 잠바 주스(과일 주스 브랜드) 대신 조슈아 트리(미국 남서부 사막지대에 자라는 유카 나무의 일종)가 방문객을 맞는다. 눈에 띄는 생물이라곤 큰뿔양(bighorn sheep)과 솜꼬리 토끼(cottontail rabbits)가 전부다. 일단 해가 지면 하늘의 별들이 레이저를 쏜 듯 또렷하게 눈 앞으로 다가온다. 모하비 사막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연결된 사막지대의 일부다. 이들 사막지대를 모두 합치면 북미대륙의 미국 48개 주(Lower 48, 알래스카 주 제외)에서 최대의 황야 지대를 이룬다. 세계 최대의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가 들어설 곳이기도 하다.

이미 그중 13개가 건설되거나 건설 중이다. ‘데저트 선라이트 솔라 팜(Desert Sunlight Solar Farm)’은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바로 동쪽에서 건설 중이다. 연방 토지관리국(BLM)이 관할하는 공유지 16.2㎢가 태양 전지판으로 덮이게 된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척될 경우 2015년 완공된다. 정격출력(nominal power)이 550M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상 최대 발전용량의 태양발전 단지가 된다. 모하비 사막 한복판에 자리잡은 ‘맥코이 솔라 에너지 프로젝트(McCoy Solar Energy Project)’도 있다. 완성되면 데저트 선라이트보다 더 크고 발전용량이 많아진다. BLM 관할지 31.2㎢와 사유지 1.9㎢를 아우른다. 발전용량은 750MW에 이른다.

풍력 발전소도 있다. 태양광 발전소보다 발전량이 적으며 공간을 더 많이 차지한다. 예컨대 ‘오코틸로 풍력발전 시설’은 멕시코 접경 근처에 있는 안자-보레고 사막 주립공원 가장자리의 50.3㎢에 조성된다. 발전량은 315MW다.

이들 프로젝트는 독자적인 생태계와 경제를 형성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소규모 프로젝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도시 만한 규모다.” 미국 국립공원보전협회(NPCA)의 캘리포니아 사막 프로그램을 이끄는 데이비드 램프럼이 말했다. “미국 최대 황무지 지대 한복판에 도시 하나를 떨궈놓는 셈이다.”

이들 새 풍력 및 태양광 단지(farms)는 도시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하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단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년 동안 계속 급증할 전망이다. 향후 10년 사이 청정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최근 제각기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로 하는 역사적인 합의를 발표한 참이다. 두 가지 공약이 협약의 핵심을 이룬다. 미국은 2025년까지 배기가스를 2005년 기준선 대비 26~28% 감축한다. 한편 중국은 2030년의 가스 배출량 상한을 설정하고 그뒤부터는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풍력발전시설. 모하비 사막에 새로 들어서는 풍력발전 시설은 ‘풍력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규모가 크다. “이는 지역 경제에 대못을 박을 것이다.”
이 같은 공약은 상당 부분 상징적인 제스처다. 많은 기후법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실제로 무엇이든 집행할 만한 메커니즘이 없다. 게다가 설정된 목표가 기후변화의 진로를 바꿔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지정학적 영향은 막대하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의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지금껏 일종의 대치 상태에 있었다. 양국이 서로 눈치만 살피며 먼저 변화를 주려 하지 않았다. 그 동안 국제적인 배기가스 감축 협상은 미국이나 중국이 참여하지 않아 거의 정체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구경만 하고 있다”는 핑곗거리가 사라졌다. 캘리포니아대(버클리/LA) 법과대학원 산하 기후변화 및 비즈니스 프로그램의 이선 엘킨드 부소장이 말했다. “중국이 이런 공약을 했다는 사실로 전 세계의 배기가스 감축 노력이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캘리포니아주가 이 특정한 배의 조타수 역할을 맡아왔다. 산업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cap-and-trade) 정책 그리고 기업과 주택소유자들이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결합해 상당히 성공적인 정책을 수립했다. 배출권거래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한(cap)’를 설정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의 ‘거래(trade)’ 시장을 조성하는 정책이다. 이를 비롯한 그밖의 노력으로 캘리포니아주는 자신들의 신재생 에너지 목표에 부응할 뿐 아니라 뛰어넘는 위치에 서게 됐다.

“과학적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미국의 에너지 중 3분의 1선을 신재생 에너지에서 얻어야 할 듯하다”고 엘킨드가 말했다. 현재 미국은 에너지의 10% 안팎을 신재생(태양광·풍력·수력) 에너지에서 얻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22.53%에 이르렀으며 2020년에는 가볍게 40% 선을 돌파할 기세다.

캘리포니아에선 녹색 에너지 개발이 고속 질주하고 있다. 5년 전 캘리포니아주를 태양광 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만드는 구상이 제시됐을 때 “골드러시가 일었다”고 램프럼이 말했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지도를 펼쳐놓고 장소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그와 같은 개발 속도(와 장소)가 많은 자연보호 운동가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문제였다. 그들은 녹색기술은 훌륭하지만 지금까지의 프로젝트는 지역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네바다 접경 인근의 모하비 사막 바로 북쪽에 위치한 브라이트소스 에너지사의 이반파 호수 태양광 발전 단지가 대표적인 예다. 생물다양성센터(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의 추산에 따르면 이 곳에 새가 몰려와 한 달에 2만8000마리가 죽는다고 11월 초 AP 통신이 보도했다. (브라이트소스는 그 수가 1000마리에 가깝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발전설비의 집중적인 태양광선 속으로 날아드는 새들을 ‘비행운(streamers)’으로 부른다. 공중에서 타버릴 때 나오는 연기 기둥에 빗댄 표현”이라고 AP가 전했다.

“우리는 이론상 이반파 프로젝트를 지지하지만 입지는 지지하지 않았다.” 태양광발전 단지가 건설되기 전 NPCA의 램프럼이 CBS 로스앤젤레스 방송에 말했다. NPCA는 신재생 에너지를 지지하지만 무늬만 환경보호인 프로젝트에 언론과 대중이 속아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램프럼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런 프로젝트들이 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은 환경에 해롭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형 신재생 에너지 업체들의 설명은 다르다. 녹색 에너지를 더 많이 공급하고 싶어도 제약조건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주장이다. 햇빛과 바람이 가장 풍부한 사막 황무지 지대에서의 개발에 따르는 제약이다. 그리고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웹사이트에서 지적하듯이, 신재생 에너지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 중 하나는 건설 허가를 받는 일이다.

청정 에너지와 청정 개발 간의 이처럼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데는 사막신재생에너지보전계획(DRECP)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 8000쪽 분량의 초안이 최근 공개됐다. 각급 기관(연방 및 주 당국)이 협력해 5년 간에 걸쳐 캘리포니아 사막의 공유지·사유지 91054㎢를 분석한 결과다. 에너지 업체들이 어디에 시설을 세울 수 있는지 규정하는 노력도 했다. 2040년까지 대략 8090㎢에 걸쳐 펼쳐진 시설에서 2만MW 이상의 (아마도 친환경적인)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캘리포니아 사막 이해관계자 대다수는 DRECP로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그러나 DRECP가 “최초의 실질적인 조경 차원의 입안 시도이지만 … 여기에는 계획의 취지를 저해하는 몇몇 프로젝트가 있다”고 램프럼이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소다 마운틴 솔라’ 프로젝트를 지목한다. 벡텔사(미국 최대의 건설 및 토목 회사)가 모하비 국립보전지구 바로 옆에 세우겠다고 나선 태양광 시설이다.

“조삼모사(a sleight of hand)”라고 램프럼이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주 훌륭한 일을 하는 듯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느 사업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예컨대 국립공원관리국은 그 지역에서의 어떤 개발사업이든 가령 사막거북, 큰뿔양, 그리고 노랑머리찌르레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한다. 그 프로젝트는 이처럼 중요한 야생동물 이동통로(wildlife corridor)를 침범하는 외에 지역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지역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방문객들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가꿔왔다”고 램프럼이 말했다. 그 땅이 파괴되면 그런 관광수입이 몽땅 날아가게 된다. 그 프로젝트에선 약 170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8.9㎢에 설치된다(수㎞에 걸쳐 신설되는 도로, 변전소 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감안할 때 풍경을 크게 바꿔놓을 게 확실하다. 모하비 국립보전지구도 그 입지에 반대했다. 공원 보호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11월 말 또 다른 말썽 많은 개발계획의 적용을 공식 거부했다고 BLM이 발표했다. ‘실러리안 밸리 솔라’ 프로젝트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의 승리다. 그러나 실러리안 밸리의 풍력발전 프로젝트 계획은 아직 유효하다. 66~133개의 풍력 터빈(각각 약 137m 높이)이 밸리의 25.9~62.2㎢에 들어서게 된다.

그 풍력 도시는 규모 면에서 샌프란시스코(600㎢)보다는 포모나시(60㎢)에 더 가깝다. 하지만 “우리 땅과 경제에 대못을 박아 넣을 것이다.” 1980년부터 쇼숀을 관리해온 수전 소렐스가 말했다. 쇼숀은 50인으로 이뤄진 캘리포니아주의 사막 마을이다. “이들 대형 단지보다는 분산된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훨씬 더 지속가능하고 생태학적으로 타당한 신재생 에너지 계획이라고 소렐은 주장한다. 다시 말해 태양광 패널과 기타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캘리포니아 해안의 개별 주택과 마을에 설치하는 방안의 모색이다. 현재 사막에서 생성된 에너지는 모두 캘리포니아 해안지대로 공급된다.

일부 전문가의 의견도 같다. “하나의 큰 덩어리, 하나의 공급원에서 모든 전력을 얻는 편이 더 싸다”고 엘킨이 말했다. “하지만 더 분산된 옥상형 태양광 발전시설에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사용되는 지역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전력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효율적이다.” 어쩌면 혼합 시스템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마이크로 전력망’으로 소규모 지역 태양광 발전시설을 인근 동네와 연결해 전력을 공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미국과 중국 간에 합의된 규모의 배기가스 감축은 “일정 수준의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개발 없이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 국가자원보호협의회 산하 서부신재생에너지프로젝트의 헬렌 오셔 국장이 말했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이 계속 제동을 건다면 나무를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이 된다. 컬럼비아대 ‘사빈 기후변화법 연구소’ 마이클 제라드 소장의 말이다. “우리는 대멸종(mass extinction, 환경 급변으로 많은 종류의 생물이 한꺼번에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는 현상)에 직면했다”고 그가 말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신재생 에너지의 대규모 증산밖에 없다. 불행히도 상당수 신재생 에너지 설비의 신설이 정체되거나 중단됐다. 특정한 종류의 생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젠 그런 사치를 부릴 만한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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