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 2015 | 빈곤 타파책은 기본소득 보장제
ISSUES 2015 | 빈곤 타파책은 기본소득 보장제
세계의 모든 부자 나라에서 그렇듯이 미국에서도 빈곤의 근절은 자원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빈곤연구소(IRP)의 소장을 지낸 위스콘신대의 티머시 스미딩 등 많은 경제학자들은 모든 선진국이 빈곤을 뿌리뽑는 데 필요한 경제적 수단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탈공업화 시대의 생산성이 자원의 부족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어처구니 없는 핑계로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큰 이유다. 또 때때로 정치적으로 눈길을 끌 요량으로 복지에 반대하는 경우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기아와 노숙, 죽음을 지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정책이나 이데올로기 또는 정당은 없다.
하지만 빈곤은 계속 존재한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의 약 15%(그리고 전체 어린이의 약 20%)가 가난 속에서 살아간다. 그 중 약 2%가 1인 당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한다.
복지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하느냐가 큰 문제다. 현재 미국의 복지 체제에는 수조 달러가 투입되지만 그 값어치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보수·진보 양쪽 정치 진영이 모두 불만을 표한다. 일례로 보수주의자들은 ‘복지 여왕(welfare queen, 부당한 수법으로 복지 혜택을 과도하게 받아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진보주의자들은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 비싼 약물 검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에 불만을 나타낸다. 현재 미국의 복지제도는 효율적인 감독이 불가능할 만큼 파편화돼 있다. 관공서의 불필요한 요식에 발이 묶이고 각 도시와 주, 연방 정부 사이에 일관성이 없다. 이런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있을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현금 지급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모든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누구도 예전처럼 일주일에 40시간씩 일할 필요가 없는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바버라 제이콥슨이 말했다. 그녀는 이런 종류의 보조금 지급을 지지하는 유럽 시민과 기관의 연합 ‘무조건적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Europe)’의 회장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의 시간 당 생산성이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임금 상승이나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제이콥슨이 말했다. “게다가 그것이 없다면 사회가 붕괴할 만큼 중요하지만 보수가 주어지지 않는 일이 꽤 많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일(예를 들면 육아와 노인 돌보기 등)을 하는 사람들은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편부나 편모의 경우 세 자녀를 돌보는 동시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유급 일자리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제이콥슨은 모든 가구에 현금 보조금(예를 들면 미국의 퇴직자가 받는 사회보장 수당의 연 평균 액수 1만5000달러)을 지급할 경우 빈곤층과 중산층이 생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만한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정말로 해야 할 일이 뭔지 생각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단순히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도록 훈련 받았는지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단순히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도록 훈련 받았는지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이것은 현금에 쪼들리는 미국 정부를 위해서도 경제적으로 타당한 방식이다. 2012년 미국 연방 정부는 사회보장에 7860억 달러, 실업에 940억 달러를 지출했다. 여기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이 푸드 스탬프(식료품 할인 구매권) 등 식료품 복지에 1조 달러를 추가로 쓴다. 이 비용을 합치면 1조8800억 달러인데 그 액수가 앞으로 더 줄어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매년 사회복지 혜택을 요청하는 사람과 노숙자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난다. 또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가면서 사회보장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의 수지균형이 맞을 뿐 아니라 심지어 흑자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총 1억1522만7000 가구가 있다. 만약 1조8800억 달러를 모든 가구에 나눠준다면 각 가구는 1만6315.62달러를 받게 된다. 다시 말해 복지제도를 1만5000달러의 기본소득 지급 방식으로 바꿀 경우 정부는 총 1500억 달러(가구 당 1315.62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물론 기본적인 제안에 변형을 가해 더 타당한 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 연간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는 정부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 나머지 가구에 2만 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도 정부는 꽤 많은 액수를 절약하게 된다.
이런 어림잡은 계산이 희망적으로 들리긴 해도 푸드 스탬프와 미국 복지제도의 다른 낡은 유물들을 무조건적인 현금 지급 방식으로 바꾸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조각조각 쪼개져 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 제공자(연방·주·지역 정부)들을 꿰어 맞춰 새로운 방식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 위크의 칼럼니스트 파스칼-엠마누엘 고브리는 모든 사람에게 생필품을 구입할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노동력의 대량 탈출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공짜로 놀고 먹으려는 사람(freeloader)’이 늘어나 경제를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는 새삼스럽지 않다. 1970년 가구당 연간 1600달러의 기본소득(그리고 푸드 스탬프 800달러)을 제공하려 했던 리처드 닉슨의 가족지원계획은 수급자들에게 근로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수파의 반대에 부닥쳤다. 하지만 근로 의무가 추가되자 이번엔 그것이 사람들에게 너무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좌파가 반대 했다. 결국 닉슨의 가족지원계획 안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몇몇 지역사회에 기본소득을 제공한 시범 프로그램을 분석해보니 반대파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소득을 제공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체적인 근무시간 감소율은 매우 낮았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제공 받은 후 일을 그만둔 참가자들은 두 부류에 국한됐다. 자녀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되는 어머니들과 이전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던 10대 청소년 들이었다. 이들 중 어떤 쪽도 전체 인구에서 광범위한 부분을 차지 하지 않는다.
자유시장과 사회정의에 관한 블로그 ‘블리딩 하트 리버테리언스(Bleeding Heart Libertarians)’의 설립자 매트 졸린스키는 기본소득 지급이 수급자가 직장을 갖게 되면 공급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현재의 복지제도보다 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결과적으로 가난한 가족들은 일을 더 많이 해도 돈을 더 받을 수 없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졸린스키는 자유주의자들과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이 현재의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체제로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 체제는 그들의 정치 신조인 정부 규모 축소와 개인적 독립 증진에 도움이 된다.
기본소득 보장 체제의 또 다른 반대자들은 빈곤층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미 전국민에게 초·중등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이자 뉴욕에 있는 비정부기구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경제학자들’의 이사인 바버라 버그만이 말했다. 버그만은 식량과 주거, 대학 교육, 보육도 정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거라면 전국민 현금 지급보다 더 유용하게 쓸 방법이 많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기본소득보장네트워크의 조정관 마이클 하워드는 자동화 시대에 기본소득이나 그에 준하는 뭔가가 꼭 필요해질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차원에서 소득과 고용을 어느 정도 분리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보장제는 미국에서 잠정적으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외국에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위스는 기본소득 보장에 관한 전국 차원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됐다. 스위스 의회는 2015년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2600달러)의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할지에 관해 투표를 실시 할 예정이다. 한편 인도에서는 마디아 프라데시주의 20개 마을에서 실시된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한 후인 2013년 연방 정부가 29개의 복지 프로그램을 현금 지급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기본소득 지급의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알래스카주에서는 석유 수입을 모든 주민에게 동등하게 분배한다. 매년 연말에 지급되는 수표의 액수는 보통 1인당 약 1000달러다. 한 가구가 살아가기엔 부족한 금액이지만 이 보조금은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경제학자 스콧 골드스미스는 이것이 알래스카주 경제에 새로운 산업 한 가지, 또는 새 일자리 1만 개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추정했다.
이 정책은 알래스카 주민 90%의 지지율을 자랑한다. 또 월리 히켈(공화)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 많은 정치인들이 이 정책을 새롭고 탁월한 경제정책의 청사진으로 여겨 열렬히 지지해 왔다. 골드스미스는 2012년 “땅과 자원에 대한 공동 소유권으로부터 현대 사회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 주의 소유주로 여긴다. 우리가 가진 것은 공유재산이다. 우리는 이 정책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뛰어넘는 모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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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빈곤은 계속 존재한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전 국민의 약 15%(그리고 전체 어린이의 약 20%)가 가난 속에서 살아간다. 그 중 약 2%가 1인 당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한다.
복지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하느냐가 큰 문제다. 현재 미국의 복지 체제에는 수조 달러가 투입되지만 그 값어치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보수·진보 양쪽 정치 진영이 모두 불만을 표한다. 일례로 보수주의자들은 ‘복지 여왕(welfare queen, 부당한 수법으로 복지 혜택을 과도하게 받아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진보주의자들은 복지 수당을 받기 위해 비싼 약물 검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에 불만을 나타낸다. 현재 미국의 복지제도는 효율적인 감독이 불가능할 만큼 파편화돼 있다. 관공서의 불필요한 요식에 발이 묶이고 각 도시와 주, 연방 정부 사이에 일관성이 없다. 이런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있을지 모른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현금 지급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모든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누구도 예전처럼 일주일에 40시간씩 일할 필요가 없는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바버라 제이콥슨이 말했다. 그녀는 이런 종류의 보조금 지급을 지지하는 유럽 시민과 기관의 연합 ‘무조건적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Europe)’의 회장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의 시간 당 생산성이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임금 상승이나 임금 삭감 없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제이콥슨이 말했다. “게다가 그것이 없다면 사회가 붕괴할 만큼 중요하지만 보수가 주어지지 않는 일이 꽤 많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이런 종류의 일(예를 들면 육아와 노인 돌보기 등)을 하는 사람들은 빈털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편부나 편모의 경우 세 자녀를 돌보는 동시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유급 일자리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제이콥슨은 모든 가구에 현금 보조금(예를 들면 미국의 퇴직자가 받는 사회보장 수당의 연 평균 액수 1만5000달러)을 지급할 경우 빈곤층과 중산층이 생활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만한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정말로 해야 할 일이 뭔지 생각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단순히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도록 훈련 받았는지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단순히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하도록 훈련 받았는지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이것은 현금에 쪼들리는 미국 정부를 위해서도 경제적으로 타당한 방식이다. 2012년 미국 연방 정부는 사회보장에 7860억 달러, 실업에 940억 달러를 지출했다. 여기에 연방 정부와 주 정부들이 푸드 스탬프(식료품 할인 구매권) 등 식료품 복지에 1조 달러를 추가로 쓴다. 이 비용을 합치면 1조8800억 달러인데 그 액수가 앞으로 더 줄어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매년 사회복지 혜택을 요청하는 사람과 노숙자 비율은 점점 더 늘어난다. 또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가면서 사회보장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정부의 수지균형이 맞을 뿐 아니라 심지어 흑자를 내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총 1억1522만7000 가구가 있다. 만약 1조8800억 달러를 모든 가구에 나눠준다면 각 가구는 1만6315.62달러를 받게 된다. 다시 말해 복지제도를 1만5000달러의 기본소득 지급 방식으로 바꿀 경우 정부는 총 1500억 달러(가구 당 1315.62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물론 기본적인 제안에 변형을 가해 더 타당한 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 연간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인 가구는 정부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면 나머지 가구에 2만 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도 정부는 꽤 많은 액수를 절약하게 된다.
이런 어림잡은 계산이 희망적으로 들리긴 해도 푸드 스탬프와 미국 복지제도의 다른 낡은 유물들을 무조건적인 현금 지급 방식으로 바꾸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우선 조각조각 쪼개져 있는 사회복지 프로그램 제공자(연방·주·지역 정부)들을 꿰어 맞춰 새로운 방식에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부터가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 위크의 칼럼니스트 파스칼-엠마누엘 고브리는 모든 사람에게 생필품을 구입할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 노동력의 대량 탈출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공짜로 놀고 먹으려는 사람(freeloader)’이 늘어나 경제를 망칠지 모른다는 우려는 새삼스럽지 않다. 1970년 가구당 연간 1600달러의 기본소득(그리고 푸드 스탬프 800달러)을 제공하려 했던 리처드 닉슨의 가족지원계획은 수급자들에게 근로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수파의 반대에 부닥쳤다. 하지만 근로 의무가 추가되자 이번엔 그것이 사람들에게 너무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좌파가 반대 했다. 결국 닉슨의 가족지원계획 안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몇몇 지역사회에 기본소득을 제공한 시범 프로그램을 분석해보니 반대파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소득을 제공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전체적인 근무시간 감소율은 매우 낮았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제공 받은 후 일을 그만둔 참가자들은 두 부류에 국한됐다. 자녀를 출산한 지 얼마 안 되는 어머니들과 이전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하던 10대 청소년 들이었다. 이들 중 어떤 쪽도 전체 인구에서 광범위한 부분을 차지 하지 않는다.
자유시장과 사회정의에 관한 블로그 ‘블리딩 하트 리버테리언스(Bleeding Heart Libertarians)’의 설립자 매트 졸린스키는 기본소득 지급이 수급자가 직장을 갖게 되면 공급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현재의 복지제도보다 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결과적으로 가난한 가족들은 일을 더 많이 해도 돈을 더 받을 수 없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졸린스키는 자유주의자들과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이 현재의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이 보장되는 체제로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 체제는 그들의 정치 신조인 정부 규모 축소와 개인적 독립 증진에 도움이 된다.
기본소득 보장 체제의 또 다른 반대자들은 빈곤층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더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미 전국민에게 초·중등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이자 뉴욕에 있는 비정부기구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경제학자들’의 이사인 바버라 버그만이 말했다. 버그만은 식량과 주거, 대학 교육, 보육도 정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을 거라면 전국민 현금 지급보다 더 유용하게 쓸 방법이 많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기본소득보장네트워크의 조정관 마이클 하워드는 자동화 시대에 기본소득이나 그에 준하는 뭔가가 꼭 필요해질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따라서 사회적 차원에서 소득과 고용을 어느 정도 분리시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보장제는 미국에서 잠정적으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외국에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위스는 기본소득 보장에 관한 전국 차원의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됐다. 스위스 의회는 2015년 매달 2500스위스프랑(약 2600달러)의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할지에 관해 투표를 실시 할 예정이다. 한편 인도에서는 마디아 프라데시주의 20개 마을에서 실시된 시범 프로그램이 성공한 후인 2013년 연방 정부가 29개의 복지 프로그램을 현금 지급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기본소득 지급의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알래스카주에서는 석유 수입을 모든 주민에게 동등하게 분배한다. 매년 연말에 지급되는 수표의 액수는 보통 1인당 약 1000달러다. 한 가구가 살아가기엔 부족한 금액이지만 이 보조금은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경제학자 스콧 골드스미스는 이것이 알래스카주 경제에 새로운 산업 한 가지, 또는 새 일자리 1만 개를 추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추정했다.
이 정책은 알래스카 주민 90%의 지지율을 자랑한다. 또 월리 히켈(공화)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 많은 정치인들이 이 정책을 새롭고 탁월한 경제정책의 청사진으로 여겨 열렬히 지지해 왔다. 골드스미스는 2012년 “땅과 자원에 대한 공동 소유권으로부터 현대 사회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 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 주의 소유주로 여긴다. 우리가 가진 것은 공유재산이다. 우리는 이 정책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뛰어넘는 모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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