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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병원 메카’ 강남대로를 가다 -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성형·피부·한방병원’

‘미용병원 메카’ 강남대로를 가다 -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성형·피부·한방병원’

강남대로 일대가 성형외과·피부과·한방병원 등 미용병원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서울 강남의 신사역 일대는 한집 건너 한 집꼴로 병원이다.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면 병원 간판이 셀 수 없을 정도고, 교차로에서 주변을 살피면 온갖 병원이 경쟁하듯 서 있다. 대부분은 성형외과·피부과·안과·치과 등 미용병원이다. 한의원도 제법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역도 병원 광고가 즐비하다. 그야말로 병원 천국. 신사역 사거리부터 강남역 사거리까지 약 2km 구간이 모두 그렇다.

신사역과 강남역을 세로 지르는 강남대로 일대가 국내 최대의 병원 집적지로 부상 중이다. 국세청이 내놓은 ‘전문·의료·교육 서비스업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전체 성형외과 수는 전국의 51.6%인 671개. 이 가운데 강남·서초구에만 539개(74.8%)가 몰려있다. 그 중에서도 신사역을 중심으로 한 반경 500m 이내의 성형외과 수는 88개, 강남역 주변은 164개다. 신사역과 강남역을 관통하는 길에 있는 성형외과 수까지 합하면 대략 3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의 성형외과 수는 200개 안팎이었다. 전통적인 성형외과 집적지인 압구정역-로데오거리-청담사거리 일대와 맞먹는 수치다.

왜 강남대로 일대로 성형외과가 몰리는 것일까. 인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타지역으로부터의 접근성과 부동산 임대료, 집적 효과 등을 이유로 꼽는다. 신분당선과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강남대로의 교통이 좋아졌고, 압구정역 인근보다 임대료가 싸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성형외과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서서히 집적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용 황금부동산중개법인 대표 컨설턴트는 “압구정역 인근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성형외과들이 신사·강남역으로 번지기 시작했는데, 이 지역 교통이 좋아지다 보니 2년 전부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남역은 분당·용인권 수요를, 신사역은 강북권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형외과가 몰리다 보니 피부·모발 등 미용병원들도 속속 강남대로 일대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미용성형은 집적을 이루는 경향이 강한데, 통상 성형외과-피부과-안과-치과-한의원 순으로 들어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강남·서초구의 피부·비뇨기과 의원 수는 379개로 전국(3049개)의 12.5%가 집중됐고, 강남대로 일대에만 70여 개(비전문의 포함)가 몰려있다. 강남·서초구에 위치한 안과의원은 104개로, 서울시 전체(405개)의 32%를 차지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성형외과의 경우 다른 과목과는 다르게 일종의 클러스터 개념으로 모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한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방병원도 강남대로 일대로 몰릴 조짐이다. 강남대로 일대가 미용병원의 메카로 부상하면서 미용 한방 수요도 늘어날 기대에서다. 국내 최대의 한방병원인 자생한의원은 지난해 말 논현역 인근 1000㎡ 규모의 토지를 사들여 본원을 새로 짓고 있다. 자생한의원은 오랫동안 신사동 본원을 지켜왔으나, 강남대로로 몰려드는 의료 수요를 고려해 확장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생한의원 관계자는 “건물이 치료동과 입원동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환자들의 불편이 컸던 만큼 이를 통합해 새로 병원을 짓자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남대로는 장생·기린한의원 등 대형 한의원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를 잡은 곳. 강남·서초 지역 전체 한의원은 616개로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강남대로에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생한의원이 이 지역으로 옮기면 한방병원 클러스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최대 자생한의원도 이전
강남대로 인근 주요 미용병원 / 자료: 네이버
중국인들의 의료(성형)관광이 증가한 점도 이 지역 미용병원 개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사역을 중심으로 한 강남대로 일대가 신흥 성형단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최근 중국 의료관광객들은 압구정역보다는 신사역 쪽을 선호한다는 전언이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가로수길·세로수길이 강남의 대표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중국인 관광객들도 압구정역보다는 신사역 근처로 많이 몰리고 있다”며 “미용병원 상권도 수혜를 받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치료를 받은 중국인 환자 수는 지난 2013년 5만6075명으로, 2009년(4735명)에 비해 11배가량 증가했다. 성형외과를 찾는 전체 외국인 환자 수도 같은 기간 2851명에서 2만4075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신사역 일대 성형외과 간판에는 한국어 ‘성형외과’보다 중국어 표현인 ‘정형외과(整形外科)’가 더 눈에 많이 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강남구에서 2012년부터 운영 중인 강남시티투어버스의 경로에 메디컬투어가 포함돼 있다”며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이 지역으로 많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료 천정부지 … 아예 빌딩 매입하기도
신사역에 미용 병원이 몰리며 인근 대형 빌딩의 상가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진:김유경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상가 임대료도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에만 1.4% 급락했다. 하지만 신사역 인근의 상가 임대료는 같은 기간 전기 대비 3.7% 급등하며 몸값을 자랑했다. 강남역은 3분기 보합세에 그쳤지만 지난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상승하는 등 상승 추세다. 신사역 인근의 건물 임대료는 간판을 달 수 있는 2~3층의 경우 330㎡ 규모가 보증금 3억원, 임대료는 월 1500만원 안팎이다. 입지에 따라 가격 조건은 다소 다르지만 대로변에 있는 건물은 이보다 더 비싸다. 그러나 상권이 워낙 좋고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바람에 비싼 값에라도 들어오겠다는 병원들이 입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사역에 위치한 18층 규모의 ‘신사 미 타워’의 경우 전체 34개 상가 가운데 성형외과·피부과·한의원 등 의료 관련이 26개나 된다. 나머지는 분양·관리사무소, 은행, 커피숍이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이 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강남·홍대·신사·압구정 등으로 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가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성형외과 병원들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거나 권리금이 없는 신축 건물로 관심을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지역 상가 임대료가 불과 2년 전과 비교해 20% 가량 올라, 여러 의사들이 모여 빌딩을 매입하거나 권리금이 없는 신축 건물을 찾는다는 전언이다. 최용 황금부동산중개법인 대표 컨설턴트는 “강남대로로 나오려면 임대료가 비싸고, 일부 건물주들은 병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여러 의사들이 자금을 모아 아예 빌딩을 세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신사역-강남역 왕복 노선에 신축 중인 빌딩은 8개로 이중 6개가 성형외과·안과 등 병원 빌딩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신사역 인근의 한 3층짜리 상가건물 부지도 대형 성형외과가 들어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흐름이 의료법인 대형화 추세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중개업자들은 의료관광 열풍 등으로 이 지역 상권 가치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앞으로 의료관광객이 더욱 늘어 날 전망인 데다, 최근 국내에 성형외과를 세우려는 중국 자본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인근 리츠칼튼·노보텔 근처로도 성형외과 등 미용병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들 호텔은 성형 등 미용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의료관광객들이 많이 묵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논현역을 중심으로 한 봉은사로 인근 상권도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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