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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전쟁’ 느리지만 진전은 있다

‘기후전쟁’ 느리지만 진전은 있다

중국 허베이성 핑취안의 주민들이 심한 스모그에 마스크를 쓰고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2013년 11월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제3차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렸다. 지도부 교체 후 처음으로 향후 5개년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특히 시진핑 신임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에 절실한 야심적인 경제계획을 발표하는 것이 그 회의의 주된 목적이었다.

집권 공산당은 역사적인 행사가 되리라 기대했지만 어이없이 체면이 깎였다. 회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라 외부 사정 때문이었다. 3중전회 기간 내내 베이징은 짙은 스모그로 뒤덮였다. 베이징 시민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외출을 자제하거나 며칠 동안 실내에서 머문 시민도 많았다.

그래서 중국의 2013년은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의 해로 알려졌다. 공기를 뜻하는 air와 대재앙 또는 종말을 뜻하는 apocalypse의 합성어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을 가리킨다. 국영 선전매체도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중국일보)는 “대기오염은 국가적 재앙”이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동부의 일부 도시에선 5m만 떨어져도 서로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오염이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환경보호를 먼 나라 일로만 생각하는가?”

세계 언론도 3중전회보다 중국 수도를 질식시키는 스모그 장막에 초점을 맞췄다. 그 회의가 열린 시점에 베이징에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할 때 주된 화제도 스모그였다. 곁에 앉은 ‘태자당’(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아들)으로 알려진 한 젊은이는 해외 유학을 다녀왔으며 미국 출장을 자주 다닌다고 했다. 그는 화제가 스모그로 돌아가자 베이징의 상황을 개탄했다. “정말 부끄럽다.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에게 지도부의 자녀들이 집에서 아버지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걸 말이라고 해요’라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당연하다는 뜻인 듯했다.

중국 에너지의 3분의 2는 석탄에서 나온다. 지난 11월 초 중국 정부는 석탄 소비량을 실제보다 17%나 적게 보고했다고 인정했다.
그 다음 흥미로우면서도 신랄한 대화가 이어졌다. 다른 한 미국인이 불쑥 말했다. “그건 참 좋은 일이다. 당신들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젊은 중국인은 비웃는 듯이 응수했다. “기후변화라고? 중국에선 아무도 ‘기후변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린 들이쉴 수 있는 공기와 마실 수 있는 물만 있으면 된다.”

지난 11월 30일부터 세계의 정치·환경 엘리트들이 삼엄한 경비 아래 프랑스 파리에 모였다. 12월 11일까지 계속되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칭한 “인류에 대한 최대 위협”에 직면해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협약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었다. 따라서 일부 환경운동단체의 눈엔 중국이 공적 1호였다. 중국은 쏟아지는 비난에 신물이 나 어떤 협정이든 곧바로 서명할 태세인 듯하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다. 형식적으론 선진국과 개도국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협력하는 분위기지만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라는 서방의 압력을 심히 못마땅해 한다. 사실 중국의 대다수 관리는 아주 분개한다.

석탄은 가장 지저분한 연료다. 중국의 ‘에어포칼립스’는 거대하며 정치적인 힘이 막강한 석탄업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저렴하고 풍부한 석탄 에너지를 바탕으로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현재 중국에서 석탄은 전체 사용 에너지의 66%를 담당한다. 거대한 제조부문은 대부분 석탄을 때는 발전소에 의존한다.

허난성 지위안의 황허강 샤오랑디댐. 중국엔 수력발전용 댐이 4만7000개에 이른다.
실제로 중국 통계당국은 지난 11월 초 석탄 소비량을 실제보다 17%나 적게 보고했다고 인정했다. 그 차이가 연간 6억t이다. 미국에서 매년 소비되는 석탄의 70%다. 지난해 시진핑 주석(‘2030년께부터’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래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155개의 건설 계획을 승인했다. 일주일에 3건 조금 못 미치게 승인됐다는 뜻이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석탄과의 전쟁’(비판자들이 그렇게 부른다)을 치르는 중이다. 그는 기후변화를 자신의 ‘유산’ 이슈 중 하나로 삼는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청정전력계획’이라는 미명 아래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 승인을 무조건 거부한다(약 24개 주가 그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과 동남아의 여러 이웃나라는 미국이 ‘석탄과의 전쟁’을 해외로 확장하려 한다고 본다. 외교관들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에 석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의 재정지원을 보류하라고 압력을 가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생각이다.

일부 중국 관리는 미국이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지지하지 않는 것도 그 문제와 관련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한 자문관은 “미국이 AIIB 지지 거부의 명분으로 지적하는 대출 기준과 운영 미숙 등은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AIIB가 석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지원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우린 그런 프로젝트를 지원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런 우려로 AIIB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COP21 개최를 앞두고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치켜세웠다.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량을 서서히 줄여가다가 2030년부터는 완전히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국무부의 세계문제담당 차관을 지냈고 현재 유엔재단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티머시 워스는 시진핑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처음 약속했을 때 “우리가 고대하던 정치적 돌파구”라며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 내부적으론 회의론이 훨씬 많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중국이 제시한 목표는 보기만큼 획기적이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의 최고점은 정부 산하 여러 연구소가 제시한 예측과 일치했다. 중국사회과학원(CASS)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도시화 추세의 둔화로 산업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2025∼2030년 정점에 이르며 2040년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중국은 COP21에서 무슨 합의가 이뤄지든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주장한다. NDRC의 기후정책 자문관 리쥔펑은 “중국이 제시한 연대별 계획은 구속력 있는 목표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중순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COP21 파리 의정서가 나온다고해도 국제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조인국들에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베이징 부근의 석탄 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서방, 특히 미국이 ‘기후변화’에 집착한 이래 중국에선 의심이 팽배했다. 약 10년 전 내가 참석한 기후회의에서 한 중국 대표는 ‘외부 세력’이 세계의 에너지 규칙을 급작스럽게 바꿔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누구나 석탄과 석유 같은 값싼 에너지를 사용해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자 그들은 석탄과 석유를 더는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건 사다리 오르기 경제다.” 중국이 사다리를 신속하게 오르자 서방이 사다리를 갑자기 들어 올려 중국을 떨어뜨리려 한다는 뜻이다.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서 재앙을 가져온다는 증거가 늘고 있지만 중국의 그런 사고방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워싱턴 DC 소재 에너지안보 연구기관인 세계안보분석연구소(IAGS)의 갤 루프트 소장은 중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는 요즘 베이징에서 자주 들리는 뒷말이 ‘환경제국주의(environmental imperialism)’라고 말했다. 서방이 개도국 세계에 자신들의 환경·에너지사용 기준을 강요하려 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고에 따르면 중국은 탄소 발자국을 효과적으로 줄인 성과가 국제적으로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수력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했고(수력발전용 댐이 4만7000개에 이른다) 핵발전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한다(신규 원자력발전소 29개가 건설 중이거나 승인돼 2020년까지 중국의 핵발전 역량이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 노력으로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기업평균연비(CAFE, 1년 동안 기업이 생산한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규제하는 제도) 실시로 감축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한 것의 10배 이상 줄였다.

루프트 소장은 “중국이 연료 구성의 다각화를 적극 추진하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크게 악화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세계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중국인이 가장 긴급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관해 조사했다. 첫째가 부패, 둘째가 대기오염이었다. 기후변화는 순위에 들지도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부패한 관리를 전례 없이 강하게 처벌했다. 과거엔 건드릴 수 없었던 최고 지도부의 비리도 사정없이 파헤쳤다. 대표적인 인물인 저우융캉 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 10월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 반부패 운동은 시진핑 주석이 원하는 변화(경제개혁, 에너지 효율성 제고, 건강한 환경, 탄소배출 감축 등)에 방해되는 중국의 막강한 기득권 층을 겨냥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패인사 숙청 표적에는 에너지 업계 지도자들도 포함됐다.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공해를 줄일 수 있는 개혁에 가장 고집스럽게 저항했던 실력자들이다.

저우융캉의 마지막 직함이 정법위원회(사법부 총괄 기관) 서기였지만 중국인 대다수는 그가 석유산업을 바탕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석유업계에서 거대한 인맥을 가졌다. 행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이 설립한 폴슨 연구소(기후와 환경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한다)의 대미언마 연구원은 “저우융캉의 체포로 시진핑 주석은 석유부문도 숙청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확실한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거리에 자동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신차 2000만 대가 팔렸다. 그에 따라 중국에선 자동차가 대기오염·이산화탄소 배출 기여도 2위로 등장했다. 중국의 환경부는 수년 동안 중국석유(CNPC)와 중국석유 화공(Sinopec) 같은 거대한 국영 정유회사의 연료 품질기준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가 압력을 가했고 중국인민대표 회의에서 관련 법도 통과됐다. 그런데도 CNPC(직원 150만 명)와 Sinopec은 그런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에어포칼립스’ 후 정부는 그런 비협조적인 태도를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리커창 총리는 그 업체들에 요구 사항을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동시에 오염을 일으키는 기업과의 싸움으로 잘 알려진 판웨를 환경부 부부장에 앉혔다.

판웨 부부장은 2005년 여러 국영기업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30건을 중단시키면서 많은 적을 만들었다. 2008년 그는 사임했지만 다시 환경부 서열 2위로 발탁되면서 오염 단속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반부패 운동으로 석탄산업도 뒤흔들었다. 중국의 석탄 주생산지 산시성에서 관리 10여 명이 부패 혐의로 기소됐고 더 많은 인사가 조사 받고 있다. 그런 조치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리샤오펑 산시성 성장은 국영 전력기업 화넝그룹 회장을 지냈고 덩샤오핑 주석 아래 총리를 맡았던 리펑(1989년 톈안먼 광장 시위의 강경 진압을 가장 강하게 주장한 인물로 악명 높았다)의 아들이다. 지금까지는 그 집안이 너무 막강해 어느 누구도 중국의 석탄업계 로비에 감히 맞서지 못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는 석탄업계를 표적으로 삼았다. 부패가 심하고 환경을 망치는 석탄산업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환경운동가들이 용기백배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중국 정부의 목표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석탄사용 반대운동과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변화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
지난해 신차 2000만 대가 팔린 중국에선 자동차가 대기오염·이산화탄소 배출 기여도 2위다.
업계 소식통과 비정부기구(NGO) 컨설턴트·대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 산업의 효율화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오염도 줄이고자 한다. 그 전술이 효과를 낸다. 지난해 승인된 155개 발전소는 20년 전 건설된 시설보다 석탄 단위당 훨씬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대기오염도 그만큼 줄일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중국이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태우기 전에 ‘사전 처리’한 석탄이 전년도의 2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소는 여전히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루프트 소장은 “석탄이 뻔히 나쁜 줄 알면서도 쉬쉬 그냥 넘어간다”며 “중국은 많은 사람이 원하는 만큼 빨리 석탄 사용을 줄일 수 없다는 게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분야만이 변화가 지지부진한 것도 아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10여 년 전부터 중국이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부터 전기자동차까지 새롭고 친환경적인 기술을 대량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수력 포함)이 중국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중국은 이 비율을 2020년까지 15%로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교통체증이 심한 중국에서 팔린 신차 중에서 전기자동차는 1%도 안 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를 늘리려면 새로운 전력공급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에너지를 생산해 필요 없을 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그리드’를 말한다. 중국의 전력망은 대부분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믿을 만한 전력망이다(그에 비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의 경우 4억 명이 전기 없이 지낸다). 하지만 중국의 전력망은 스마트그리드가 아니다. 바꾸려면 오랜 시일이 걸린다. 대다수 분석가는 중국이 궁극적으로 그런 변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20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크다. NDRC의 자문관은 “인내심을 갖고 현재 중국의 발전 주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기와 물을 오염시키던 15년 동안의 투자 주도 성장이 끝나면서 이제 중국의 발전 주기가 변하고 있다. 연간 10% 성장률의 시대는 다신 오지 않을 것이다. 성장 견인차로 소비가 투자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투자 붐이 사그라지면서 훨씬 에너지 효율적인 산업 기반이 들어서고 있다.

전설적인 국유업체인 둥펑자동차가 비근한 예다. 2002년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 외곽에 있는 둥펑자동차 최초의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그 공장은 마오쩌둥 시대에 산 속에 건설됐다. 비즈니스보다 보안 위주로 선정된 장소였다. 그 공장은 연기를 대량으로 뿜어냈고 산업로봇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1950년께 디트로이트처럼 수많은 직원이 조립라인에 붙어 서서 일했다. 지금 그 옛 공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현대식 시설이 들어섰다. 직원 수가 5000명이나 줄었지만 연간 생산량은 예전의 2배다. 공장 측은 에너지 사용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중국인의 저항은 여전히 강하다. 과거 미국 피츠버그와 독일 루르 지방 같은 공업지대와 환경재앙이 심했던 소련에서처럼 요즘 중국 전역에서도 경제 기득권을 가진 막강한 세력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에너지정책과 환경에 관한 세미나에서 NDRC는 좀 더 효율적이고 청정한 지속가능 에너지 부문을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설명했다. 발전소 연료로 석탄보다 천연가스 사용을 장려하고, 스마트그리드로 더 빨리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NGO 대표들과 함께 그런 개혁으로 영향을 받을 업계 대표도 참석했다. NDRC의 설명 후 중국 전역의 전력을 관리하는 국가전력망공사의 한 임원은 NDRC가 제시한 방안을 조목조목 따지며 제동을 걸었다. 이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저것도 안 된다, 스마트그리드는 건설에 오랜 시일이 걸리며 비용도 많이 든다 등등.

그 자리에 참석한 한 NGO 대표는 “너무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가장 막강한 기득권을 가진 기업이 ‘앞서 가지 마라. 우린 그런 프로그램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파리의 COP21에 참석한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전쟁에서 이룬 성과를 축하하지만 중국 기득권층의 변화 거부 정서를 보면 그 전쟁의 승리가 아직 요원한 듯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했지만 수많은 장애물이 기후변화에 맞서려는 노력을 방해한다.

- BILL POWELL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박스기사] 숫자로 본 COP21
프랑스 파리에서 COP21이 개막된 지난 11월 30일 베이징은 올해 들어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렸다.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지난 11월 30일 2주간의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올렸다.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에너지, 탄소배출, 녹색기술 등의 문제에서 새로운 기후체제를 탄생시키려는 중요한 회의다. COP21에 관해 알아야 할 사항을 숫자로 정리해 본다.



21 COP21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하는 연례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 21차 회의다. 첫 회의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1년 뒤 총회에선 회원국들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수집한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수용하기로 했다. 2009년 코펜하겐 회의에선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12 COP21은 11월 30일부터 12월 11까지 12일간 열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환경단체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의 진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5년마다 회의를 개최하는 안에 합의가 이뤄지길 원한다.



170 170개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비정부기구(NOG)·환경단체 지도자들과 감축 목표 달성에 필요한 녹색기술 등의 수단을 논의한다.



2 과학자들은 지표면의 평균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1900년) 이전 대비 2℃ 넘어서면 해수면과 기후 패턴에 재앙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기온 상승 억제 2℃’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다.



5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가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지표면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시대와 현재의 지구 평균 기온 차이가 5℃다.



2.7 회원국들이 유엔에 제출한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모두 완수해도 지표면 평균 기온이 2100년까지 2.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앙적 기후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한계치인 2℃보다 높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인 5℃보다는 낮다.



1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의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며,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 상승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42 영국 BBC 방송의 조사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20개국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국민의 평균 비율은 42%였다.



4 같은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방안이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국가는 프랑스·영국·스페인·캐나다 4개 국이다.



1000억 2009년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녹색 에너지 산업과 지속가능한 개발 인프라를 위해 1000억 달러를 모으기로 약속했다.



120억 2030년까지 대기에 추가될 이산화탄소 양은 120억 t으로 추산된다. 중국과 인도는 2030년부터 본격적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 JACK MARTIN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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