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아베노믹스
갈림길에 선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가 불확실한 길로 접어들었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름을 딴 일본의 상징적인 경제개혁안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29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20년에 걸친 미지근한 경제성장과 반복되는 경기침체에 종지부를 찍으려 안간힘을 쓰던 아베 총리가 핵심적인 경제 브레인을 잃은 시점이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시중은행들이 맡기는 예금에 0.1%의 수수료(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실상 잉여 자금의 예치 보관료를 요구하는 셈이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그런 조치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구로다 총재는 말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한다. 은행들이 현금을 많이 끌어안고 있을수록 손해나게 만들어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시도다. 그렇게 해서 고수익 투자로 돈이 흘러들어 수요증가, 지출확대, 그리고 궁극적으로 물가상승과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을 낳게 하려는 취지다.
통화정책은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중 하나다. 나머지 둘은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에 발목 잡힌 국내경제의 구조개혁이다. 일본 국내경제는 종종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 받는다.
아베 총리의 구조개혁 선봉장은 아마리 아키라였다. 미국과의 기념비적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상 등 갖가지 업무를 떠맡았던 경제재생담당상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건설회사와의 수뢰혐의로 사퇴했다. 후임인 이시하라 노부테루는 뛰어난 성과를 올린 아마리만큼 정책적·정치적 배경이 든든하지 않다.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정치 리스크 분석가인 토바이스 해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시하라 신임 경제상은 아베 내각에선 중진이지만 아마리에 필적할 만큼 거시경제 정책을 꿰고 있을지 또는 TPP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아마리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최측근도 아니다.”
이시하라가 아마리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을 동안 구로다 총재는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정말로 중앙은행에 힘을 보태줄지 입증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만성적인 정체에 빠진 일본 경제는 비상조치로도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탓에 대규모 노동력에 의존해 경제생산 증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통화정책으로는 일본 인구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 또는 역전시키거나 줄일 수조차 없다”고 경제 리서치 업체 HFE의 수석 경제분석가 칼 와인버그가 리서치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 2-2-2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전략으로 디플레이션 퇴치 작업에 착수했다. 말하자면 엔화의 유통화폐 기반을 2년 이내에 2배로 늘려 2%의 인플레율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그 뒤로 일본은행은 수조 엔에 상당하는 금융자산을 매입해 방대한 일본 채권시장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때로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성BANK장률이 연율 기준 1%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지만 인플레율은 여전히 바닥권을 맴돈다. 같은 달 데이터에 따르면 연간 0.8%였으며 더 낮아지는 듯하다.
구로다 총재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인했듯이 일본 경제는 올해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일본 기업들은 시장 불안과 중국의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크게 위축됐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올초부터 자원을 생산하는 신흥 대국 중국 경제의 감속이 금융시장에 변동성과 불안정을 유발했다”며 “그것이 일본 기업들의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열쇠는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일본은행의 발표 직후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지속적인 엔저는 일본 수출업자들의 수출증대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도 사실상 유로화를 새로 찍어내며 대규모의 통화 공급책을 실시한다. 따라서 일본이 금리 실험을 실시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어주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도쿄 소재 SMBC 프렌드 증권의 마리 이와시타 수석 시장 경제분석가는 블룸버그 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ECB를 포함해 중앙은행들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경쟁이 벌어질 듯하다. 일본은행은 이제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레이스는 신흥시장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실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본 경제를 나락으로 더 깊숙이 끌어내릴지 아니면 더 강력한 경제성장의 촉매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카터 다커티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시중은행들이 맡기는 예금에 0.1%의 수수료(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사실상 잉여 자금의 예치 보관료를 요구하는 셈이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그런 조치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구로다 총재는 말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시한다. 은행들이 현금을 많이 끌어안고 있을수록 손해나게 만들어 경제성장을 촉진하려는 시도다. 그렇게 해서 고수익 투자로 돈이 흘러들어 수요증가, 지출확대, 그리고 궁극적으로 물가상승과 지속 가능한 경제회복을 낳게 하려는 취지다.
통화정책은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 중 하나다. 나머지 둘은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에 발목 잡힌 국내경제의 구조개혁이다. 일본 국내경제는 종종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 받는다.
아베 총리의 구조개혁 선봉장은 아마리 아키라였다. 미국과의 기념비적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상 등 갖가지 업무를 떠맡았던 경제재생담당상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말 건설회사와의 수뢰혐의로 사퇴했다. 후임인 이시하라 노부테루는 뛰어난 성과를 올린 아마리만큼 정책적·정치적 배경이 든든하지 않다.
컨설팅 업체 테네오의 정치 리스크 분석가인 토바이스 해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시하라 신임 경제상은 아베 내각에선 중진이지만 아마리에 필적할 만큼 거시경제 정책을 꿰고 있을지 또는 TPP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아마리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최측근도 아니다.”
이시하라가 아마리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을 동안 구로다 총재는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정말로 중앙은행에 힘을 보태줄지 입증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만성적인 정체에 빠진 일본 경제는 비상조치로도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른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탓에 대규모 노동력에 의존해 경제생산 증대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통화정책으로는 일본 인구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 또는 역전시키거나 줄일 수조차 없다”고 경제 리서치 업체 HFE의 수석 경제분석가 칼 와인버그가 리서치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 2-2-2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전략으로 디플레이션 퇴치 작업에 착수했다. 말하자면 엔화의 유통화폐 기반을 2년 이내에 2배로 늘려 2%의 인플레율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그 뒤로 일본은행은 수조 엔에 상당하는 금융자산을 매입해 방대한 일본 채권시장의 실세로 자리 잡았다.
때로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성BANK장률이 연율 기준 1%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지만 인플레율은 여전히 바닥권을 맴돈다. 같은 달 데이터에 따르면 연간 0.8%였으며 더 낮아지는 듯하다.
구로다 총재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인했듯이 일본 경제는 올해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일본 기업들은 시장 불안과 중국의 불확실한 경제전망에 크게 위축됐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올초부터 자원을 생산하는 신흥 대국 중국 경제의 감속이 금융시장에 변동성과 불안정을 유발했다”며 “그것이 일본 기업들의 경제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열쇠는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유지하는 데 있다. 일본은행의 발표 직후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지속적인 엔저는 일본 수출업자들의 수출증대를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도 사실상 유로화를 새로 찍어내며 대규모의 통화 공급책을 실시한다. 따라서 일본이 금리 실험을 실시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이 가만히 있어주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도쿄 소재 SMBC 프렌드 증권의 마리 이와시타 수석 시장 경제분석가는 블룸버그 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ECB를 포함해 중앙은행들과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경쟁이 벌어질 듯하다. 일본은행은 이제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레이스는 신흥시장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실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일본 경제를 나락으로 더 깊숙이 끌어내릴지 아니면 더 강력한 경제성장의 촉매제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 카터 다커티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글로벌 160여개국 서비스 시작
2엔씨소프트, ‘독립 개발 스튜디오’ 체제 출범…4개 자회사 설립 확정
3DL이앤씨, ‘아크로 리츠카운티‘ 분양 예정
4프리드라이프, AI 자서전 무료 제작 이벤트 진행
5이복현 “기준금리 인하에도 경기 하방 위험…대내외 리스크 관리 총력”
6이장백 오렌지스퀘어 대표 “와우패스, 韓 게이트웨이 슈퍼앱 도약”
7한은, 기준금리 0.25%p ‘깜짝 인하’…“경기 하방리스크 완화”
8IBK기업은행, 폴란드법인 설립 인가 취득
9편의점 깜깜이 대금공제 방지…10개 표준거래계약서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