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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②] 창업생태계 파괴하는 창조경제?

[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②] 창업생태계 파괴하는 창조경제?

일러스트:중앙포토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의제인 창조경제가 국가 미래 성장동력의 기치를 내걸고 시행된 지 3년이 됐다. 그동안 정부는 정책자금 지원, 창조경제혁신센터 설립 등 창업 인프라 구축, 대학생 및 청년 창업교육 강화와 벤처창업 활성화, 규제개혁 등 다양한 창조경제 정책을 쏟아냈다. 과연 그 성과는 어떨까. 정부 및 공공기관 데이터와 벤처기업협회 등 민간단체 데이터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창업의 양적·질적 성장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먼저 양적 측면에서 보면 창업 후 7년 미만인 창업기업 증가 수는 2013년 60만4119개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고, 2014년 79만6825개로 전년 대비 31.8% 증가했다. 지난해 역시 벤처창업 열기가 지속되어 창업기업의 양적 성장은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근자에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창조경제 붐 조성이 창업의 양적 성장에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창업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생계형 창업비중이 크지만, 1인 창조기업 수의 증가, 지식 서비스업의 비중 확대, 고성장형 가젤기업 수의 증가 등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진해온 벤처 기술창업, 혁신형 제조기업, 지식 서비스형 창업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에 힘입은 바라 할 수 있다.

창업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등 투자자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으로 2000년 IT 버블 시점 이후 역대 최고인 1조6393억 원을 기록했다. 벤처캐피털 기업 수도 2012년 688개에서 2013년부터 크게 증가해 2014년 900개를 넘긴 후 작년 말까지 930여 개로 추정 돼 창업시장에 대한 투자 자금 유입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기업 늘고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도 늘었지만
이처럼 창조경제가 위세(?)를 발휘하는 사이, 경제민주화는 정부 정책의 주요 의제에서 사라지고 언론 및 여론의 관심에서도 벗어났다. 그 틈새를 비집고 대기업은 여지없이 슬그머니 치고 들어오고 있다. 작년에 30대 젊은 CEO를 맞이한 카카오는 A급 인재론에 근거, 모든 영역의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곳곳에서 중소기업, 골목 상권과의 분쟁이 일어날 조짐이다. 성과와 능력만을 중시하는 기업 이념은 독선적 기업으로 타락하기 쉽다. 자본주의 4.0 시대는 변화에 적응하는 혁신적 프로세스와 공유가치, 조직의 문화가 더 중요하다.

카카오택시는 콜택시 등 택시 중계시장을 파괴시켜 많은 일자리를 사라지게 했다. 택시가 과잉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택시는 ‘귀차니스트’들의 끝없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그치지는 않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 역시 수많은 중소 대리운전 업체를 도산시킬 것이다. 소비자와 노동자의 권리만이 절대적 가치는 아니다. 그들도 사회의 질서와 안전망, 공생 성장하는 생태계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다.

네이버는 2013년 인터넷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위해 부동산·맛집 등 7개 분야에서 철수했다. 그 이후 부동산·맛집 등에서 ‘직방’ ‘식신’ 등 성공적인 스타트업 기업이 많이 등장했다. 네이버는 많은 매출 손실을 보았으나 스타트업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선순환 창업생태계를 활성화 시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네이버의 상생 이념이 최근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선택과 집중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저것 손대다가 시장 반응이 좋은 아이템이 나타나면 그 때 가서 사업의 수익성과 골목상권과의 관계성을 검토해보자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벤처기업의 맏형 답게 기존 시장을 파괴하지 말고, 융복합 산업 등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거나 해외 진출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전체 국가 경제발전에 유익하다. 최근에 등장한 벤처기업 중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공신화를 보고 뛰어든 창업가도 많다. 모처럼 불고 있는 벤처창업 붐을 꺾지 말고, 이들 중소 벤처들과 어떻게 공생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정부 역시 창조경제의 성과뿐 아니라 경제민주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창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창조경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장에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창조경제는 또한 자영업 정책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창조경제로 쏠린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은 자영업 시장에는 여론을 의식한 손쉬운 자금 지원 정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자본주의 4.0 시대의 정부 정책은 시장과 유기적 상호작용을 하는 스마트한 정책이 필요하다. 생계형 자영업자 수 300만 명, 그중 약 50%는 월평균 수입이 100만 원도 채 안 된다. 그들이 물고기를 잡고, 자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가령 임대료 등 부동산의 불균형은 가장 큰 문제다. 자영업 비용 구조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경우는 최저임금 상승, 직원들의 4대 보험 의무화로 계속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자영업자의 숨통을 터 줘야 한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 보호 조항이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권리금 보호 예외 규정, 재개발 재건축 상가의 권리금 보호 미비, 환산보증금 규정 미흡 등 아직도 문제가 많다.

일본의 임대차법인 ‘차지차가법(借地借家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법은 약자인 임차인을 철저히 보호한다. 임대인을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임차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있는 계약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체결돼도 그 효력을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 법원의 판례 또한 ‘임차인의 절실한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즉, 일본에서는 건물주나 임대인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쫓겨나거나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불합리한 일은 일어날 소지가 없는 것이다. 일본이 대를 이어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더욱 개선해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도 여전하다. 몇 년 전에는 치킨 한 마리 5000원 하는 미끼상품으로 ‘통큰 치킨’ 파동을 일으켜 자영업자 생계를 위협하더니, 최근에는 배달까지 하겠다고 나섰다가 많은 비판을 받고 한 발짝 물러섰다. 동반성장이니 경제민주화니 하고 그렇게 떠들었는데도, 잠깐만 한눈 팔아도 금세 치고 들어온다. 자영업 창업 생태계만은 무너뜨려서는 안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은 별로 안중에 없는 듯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우월적 경제 주체들의 탐욕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윤리로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정부가 한시라도 경제민주화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글로벌 프랜차이즈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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