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소셜 벤처] 자투리 원단으로 ‘폐기물 0’ 패션 론칭
[보폭 넓히는 소셜 벤처] 자투리 원단으로 ‘폐기물 0’ 패션 론칭

#2. 서울 개포동의 ‘신화숲’, 서울 여의도의 ‘소녀시대숲’, 전남 진도군의 ‘세월호 기억의 숲’은 모두 트리플래닛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이 회사는 개인이나 단체의 돈을 받아 숲을 조성해준다. 모금한 돈의 대부분은 나무를 심는 데 쓰고 일부를 회사가 갖는다. 2010년 나무 키우기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발한 트리플래닛은 이제까지 12개국에 116개의 숲을 조성해 55만 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단순 제조업을 넘어 크라우드 펀딩부터 교육·여행·식품·환경·에너지·헬스케어·콘텐트·공유경제·제조·패션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셜 벤처가 세상을 매력적으로 바꾸고 있다. ‘농사펀드’ 역시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기업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등 친환경 조건을 만족하는 농부가 농사펀드 홈페이지에 농산물을 올리면 전국의 소비자가 이들에게 1만~30만원을 투자한다. 농부는 이 자금으로 농사를 짓고 투자자는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180여 개 농가에 영농자금을 후원했다. 레스토랑과 ‘농부 팀’을 연결해주는 기업 간 거래도 시작했다.
‘000간(공공공간)’은 디자인·패션 분야에서 눈에 띄는 소셜 벤처다. 회사명에 있는 ‘000’은 공감·공유·공생을 뜻하는 것으로 봉제 공장이 모여 있는 서울 창신동에서 여러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미대 출신의 홍성재 000간 대표는 이곳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창신동에서 버려진 자투리 원단을 모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 의류 폐기물을 최대한 ‘0’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역 소공인들에게 제작을 맡겨 일자리를 제공한다. 이 브랜드는 지난 5월에 열린 성수동 서울숲 플리마켓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공유 경제 분야에서 활동 두드러져
아웃도어 활동과 공유경제를 접목한 프렌트립은 야외활동을 원하는 사람과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같은 야외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주로 등산·패러글라이딩·윈드서핑 같은 활동적인 스포츠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많다. 한라산 산악 스키 투어, 보라카이 스쿠버 다이빙 같은 활동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우쿨렐레 배우기, 꽃꽂이, 주말농장 같은 취미활동으로 범위를 넓혀 종합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3년 동안의 프렌트립 이용자 수는 10만 명이 넘는다.
소셜 벤처끼리 협업도 활발하다. 소셜 벤처 골목으로 유명한 서울 성수동 1가에 있는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응용한 디자인 제품을 생산한다. 옷·가방·팔찌 같은 패션 아이템부터 앨범, 다이어리, 앞치마, 테이블 매트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휴대전화 케이스는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인 수지가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지 폰케이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의 연 매출은 16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동네에 있는 두손컴퍼니는 원래 노숙인을 고용해 친환경 옷걸이를 만들어 파는 회사였다. 이웃사촌인 마리몬드의 주문량이 늘면서 이 회사의 물류를 담당하게 됐다.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해 현재는 661㎡(200평) 규모의 창고에 물류센터를 열 만큼 성장했다.
이들은 고용에도 기여한다. 네이버 창업 멤버로 잘 알려진 김정호 대표가 설립한 베어베터는 장애인을 고용해 명함 인쇄, 제과·제빵, 꽃 배달 사업 등을 한다. 소비자들의 동정심에 호소하지 않고 품질 향상에 신경 쓴 결과 설립 2년 만인 2014년 손익 분기점을 넘어 흑자를 기록했다. 고용도 더 늘었다. 올해 초 기준 14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직원의 80%가 장애인이다. 이진희 공동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정년 퇴직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장애인 직원의 정년퇴직 꿈꾸는 회사
교육 분야 소셜 벤처인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회사는 고용률보다 근속연수에 집중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유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장애인은 연간 230여 명. 비장애인과 일대일 짝꿍이 돼 텃밭에서 여러 활동을 벌이는 동구밭 지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의 친구 수가 1.4명에서 3.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에서 수확한 작물로 천연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이용자의 선의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이들에게 투자자들도 긍정적 눈길을 보내고 있다. 프렌트립은 지난해 하나금융투자 등으로부터 19억원을 투자 받았다. 트리플래닛은 지난해 라임투자자문으로부터 8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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