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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롯데家 여인들] 검찰 수사 출발점이자 의혹의 핵심

[위기의 롯데家 여인들] 검찰 수사 출발점이자 의혹의 핵심

지난 3월 31일 일본 도쿄 도큐플라자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긴자점 개장 행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오너 일가가 모였다. 오른쪽부터 신 회장, 장남 신유열씨 부부, 신 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 롯데면세점모델인 첸(EXO)과 배우 최지우, 신 회장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 디오(EXO), 신 회장의 큰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 이사장의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
검찰의 대규모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그룹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부터 일감 몰아주기, 각종 특혜 논란 등을 들여다보면 빠지지 않는 등장 인물이 있다. 바로 ‘롯데가(家) 여인’들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신격호(95)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신 이사장이 그의 딸들과 함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스앤에스인터내셔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또 수사 시작 직후엔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57)씨와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33)씨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격호 총괄회장 여성 직계 가족은 총 11명
신 총괄회장에게는 2명의 부인과 2명의 딸, 며느리 2명과 손녀 2명, 외손녀 3명 등 총 11명의 여성 직계 가족이 있다.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아들이나 손자·외손자까지 포함해도 여성 가족이 두 배가량 많다. 롯데가 여성의 중심엔 신영자 이사장이 있다. 지난 6월 2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신 이사장과 장남 장재영(48)씨의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롯데에 대한 검찰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검찰은 정운호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신 이사장과 장남 장씨를 출국금지하면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 추적 과정에서 신 이사장의 혐의가 드러났고 롯데 측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서둘러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 대표로부터 15억원 안팎의 뒷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이사장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의 등기임원이다. 신 총괄회장과 그의 첫째 부인 고(故) 노순화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신 이사장은 오늘의 롯데백화점을 키운 주인공으로 꼽힌다.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이 태어나기 전 일본으로 건너가 와세다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1948년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모태가 되는 롯데를 설립하며 일본에 자리를 잡는다. 이 사이 노순화씨는 1951년 2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손길 없이 자라다 11세에 어머니마저 잃은 신 이사장에 대해 신 총괄회장은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1973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신 이사장은 1970~1980년대 호텔과 쇼핑사업 실무를 총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79년 롯데백화점 설립 때도 부친과 함께했다. 여기에다 신 총괄회장의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매년 열었던 마을잔치를 챙겨 신 총괄 회장의 신임을 얻기도 했다. 이후 롯데쇼핑을 성장시키는 데 30년 가까이 힘을 쏟았지만 정작 2006년 상장을 앞두고는 등기 이사에서 빠졌다. 그러다 2009년 4월 롯데쇼핑 사장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 사장에 선임되기도 했지만 2012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후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등 사회공헌 활동만 맡고 있다.

공식적으로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신 이사장은 여전히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도 적지 않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0.74%)·롯데제과(2.52%)·롯데칠성음료(2.66%)·롯데푸드(1.09%)·롯데정보통신(3.51%)·롯데건설(0.14%)·롯데알미늄(0.12%)·롯데카드(0.17%)·롯데캐피탈(0.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오너 일가로는 유일하게 대홍기획 지분 6.24%를 갖고 있다. 신 이사장이 이끄는 롯데장학재단도 롯데제과(8.69%)를 비롯해 롯데칠성음료(6.28%)·롯데푸드(4.1%)·롯데정보통신(1.0%)·롯데캐피탈(0.48%)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또 신 총괄회장을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인물로도 꼽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신 이사장은 물론 신 이사장의 딸들도 총애한다”며 “특히 신 이사장의 차녀 장선윤 상무의 조언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선윤(45) 호텔롯데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는 신 이사장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롯데에서 근무하고 있다. 장 상무는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통합팀장, 해외명품담당 이사를 거쳐 2007년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마케팅부문장(상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 개관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며 신 총괄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남편과 함께 베이커리 업체 ‘블리스’를 설립했다가 재벌 빵집 논란이 일면서 2012년 사업을 접었다. 그러다 얼마 전 호텔롯데로 복귀한 장 상무는 호텔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다.

신 이사장의 맏딸인 장혜선씨는 외부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다 지난해 경영 분쟁 당시 롯데호텔에 머무르며 신 총괄회장과 신 이사장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 키운 주역 신영자 이사장, 불명예 장본인 되나
신 이사장의 딸들이 주목받는 것은 한 회사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3명의 딸과 함께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이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이 55%, 장혜선·선윤·정안 등 3명의 딸이 나머지 45%의 지분을 각각 15%씩 갖고 있는 회사다. 2010년 7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됐고 부동산 임대업이 주요 사업이다. 가장 큰 수입원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건물의 임대 수익이다. 이 건물엔 초고가 스파 매장인 ‘SK-II 부띠끄 스파’가 입점해 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올린 매출 8억4000만원 전액이 스파 임대료에서 나왔다. 장재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 스파는 검찰이 주목하는 비앤에프 통상이 운영하고 있다.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과 매출 관계가 얽혀 있는 비앤에프통상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회사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직원 수가 3명인데 반해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가 8억4000여만원으로 명시돼 있어 오너 일가의 재산증식 의혹이 일고 있다.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3월 신사동 건물을 195억원에 팔았다.

신 이사장은 롯데백화점과 면세점을 국내 최고로 키운 유통업계 대모다. 2012년 신동빈(61) 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롯데그룹 계열 재단 이사장으로 물러났지만 그가 그룹 내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 미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그러나 이번 면세점 로비 의혹 등으로 신 이사장은 오너 일가의 뒷돈 거래에 관여했다는 불명예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되면서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롯데가의 또 다른 여인은 ‘미스 롯데’ 출신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다. 서씨는 1977년 ‘미스 롯데’로 뽑혔다. 당시 이름은 서승희였다. 1980년대 초반까지 영화배우로 활동하다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서씨가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는 사실은 80년대 후반 신 총괄회장이 서씨의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을 자신의 호적에 올리면서다. 이후 신 총괄회장의 부인으로 살아온 서씨는 롯데그룹 내 공식 직함은 없다. 롯데쇼핑 지분 0.1%(3만531주)를 가지고 있을 뿐, 그룹 경영에서 영향력도 크지 않다.

그런 서씨가 이번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서씨가 소유한 기업들 때문이다. 특혜성 사업을 영위하고 그룹 비자금 조성에까지 얽힌 것으로 추정되면서다. 검찰은 서씨가 가족 회사를 설립해 롯데그룹 내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씨가 보유한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롯데시네마는 팝콘이나 음료수를 파는 영화관 매점 사업운영권을 수년 간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에 맡겼다. 이 가운데 유원실업은 서씨와 그의 딸 신유미 고문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신격호 세 번째 부인 서미경, 비자금 조성 의혹
지난 2013년 서울지방국세청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600억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유원실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롯데쇼핑은 추징금 부과 후 1년여가 지난 2015년 2월 유원실업과 계약을 해지했다. 또 다른 회사인 유기개발은 전국 롯데백화점 10여 곳의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다. 검찰은 유원실업과 함께 유기개발을 비자금 조성처로 지목했다. 서씨의 친오빠 서진석(59)씨가 지난해까지 명목상 대표를 맡아 운영해왔고, 서씨와 딸 신유미씨가 이사로 등재돼 있다. 딸 신씨는 지난해 9월 이사로 등록됐다. 이 시기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왕자의 난’이 수면 위로 떠오르던 때다. 유기개발이 소유하고 있는 유기타워엔 롯데액셀러레이터란 창업투자사가 입주해 있다. 이 때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유기타워에 입주하면서 서씨 모녀가 신동빈 회장 편에 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입주했다면 신 회장 측에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이 유기타워의 공실(空室)을 막기 위해 입주했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한 판사는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서씨가 해당하는지, 어느 한쪽에 사업상 이익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위법 여부가 갈린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 관련 법률은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에게 현저하게 유리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유기개발은 롯데와 관련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내부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2000년대부터 유원실업·유기개발·유니플렉스 등 유통·부동산임대 업체 여러 곳을 운영해왔다. 이 회사들을 통해 각종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유원실업을 통해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의 미성빌딩을 보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과 경남 김해 등에 있는 부동산의 가치는 1000억원 안팎이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신유미씨는 롯데쇼핑 지분 0.9%,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1.4%를 가지고 있다. 유원실업은 서울 동숭동의 공연장 유니플렉스(지하 5층, 지상 6층)에도 사무실이 있다. 서씨 모녀는 2009년 동숭동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이 건물을 세웠다.

관심 인물은 이들뿐만 아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이자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89) 여사도 있다. 그는 일본 광윤사 지분을 20% 정도 보유한 주요 주주로도 분류된다. 또 신동주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52)씨와 신동빈 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쓰 미나미씨가 있다. 조씨는 재미교포 사업가 조덕만씨의 차녀이며, 미나미씨는 일본 최대 건설사 중 하나인 다이세이건설 오고 요시마사 회장의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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