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투자 고려사항 절세, 안정성, 수익성 순
부자들의 투자 고려사항 절세, 안정성, 수익성 순
부동산 자산의 절반 이상은 투자용이고, 금융투자 중에서는 투자·저축성 보험 등 안전자산에 관심을 갖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자산가 400명을 설문 조사해 추론한 ‘한국 부자’의 특징이다. 이들의 재테크 트렌드와 관심사를 소개한다. 부자들의 자산구조 변화를 살펴보면 부자들의 재테크 노하우가 보인다. 한국 부자는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51.4%)이 부동산이다. 나머지는 금융자산(43.6%)과 예술품·회원권 등 기타자산(5%)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금융자산이 전체 자산의 60~70%인 미국·유럽의 자산가와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자산의 구성 비중을 살펴보면 거주용 주택(45.8%)이 가장 높다. 그 뒤로 상가·빌딩(23.2%), 투자용 주택(20.1%), 토지(10.9%) 순이었다. 거주용 주택을 뺀 투자용 부동산만 봤을 때는 상가(55.2%), 아파트(40.5%), 오피스텔(26.1%), 단독·연립주택(16.9%) 순이었다.
특히 부자들 안에서도 자산이 많을수록 ‘빌딩·상가’에 대한 투자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보유 자산 100억원 이상의 초고자산가를 중심으로 ‘빌딩·상가’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 부자들이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토지보다 매달 임대소득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 임대료를 주택보다 비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 사이에 인기가 많다. 최근 전세의 월세화 경향에 맞춰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여러 채 사놓은 뒤 임대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지만, 한국 부자들은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 중 절반이 넘는 60.3%가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인식했다.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21%)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18.8%)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도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 내에서도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25%는 전·월세 형태로의 전환이나 다른 고수익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에서도 가장 유망할 것으로 꼽힌 투자처는 상가(25.5%), 오피스텔(15.3%), 아파트(13.8%)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비해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이 밖에 토지·실버타운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반면 단독·연립주택·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다소 줄었다. 보고서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등장과 수요자의 관심 증가, 주택 매매 가격의 상승세, 수익형·도심권 부동산 투자 선호 및 고령화에 따른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금융자산의 경우 예·적금을 포함한 현금 비중(41.7%)이 가장 높았다. 보험(18.5%), 주식(17.2%), 펀드(11.9%), 채권(5.6%)이 그 다음이었고 주가연계증권(ELS)·신탁이 5.1%를 기록했다. 저성장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급변하는 상황에 즉시 대처하기 위해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같은 부자라도 금융자산 규모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에 차이가 있었다.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인 자산가는 현금 비중이 35.1%, ELS·신탁 등의 중위험·중수익 상품 비중이 8.3%였다. 반면 금융자산 50억원 미만 자산가는 현금 비중이 44.5%로 높았지만 중위험·중수익 상품 비중은 3.8%로 낮았다. 초고자산가일수록 현금 비중은 낮추고 투자 상품은 보유율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 한국 부자는 향후 투자·저축성 보험 등의 장기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에 대한 자금 증가 의향은 36.8%로 지난해 조사 결과 22.8%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현금 및 수시 입출식 자금과 예·적금 증가 의향도 각각 24%, 32.5%로 지난해 조사에 비해 커졌다. 또한 금융자산 규모가 클수록 금·예술품 등 실물투자 등 새로운 투자안 발굴 및 전문적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전자산 위주의 금융투자를 기반으로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하고자 하는 의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금융 환경 및 경제 상황 변화에 맞게 지속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는 한국 부자들의 향후 경제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부자들의 약 90%가 저성장·저금리가 심화될 거라고 봤다. 지난해 조사보다 이런 인식이 확대된 모습이다.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지속적으로 낮아져 한국 부자의 93%가 과거에 비해 원하는 투자 수익률을 얻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65%가 ‘새로운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총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이러한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 연장선으로 한국 부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중요사항은 절세(35%), 안정성(32.2%), 수익성(25.8%) 등이 꼽혔다. 절세를 먼저 꼽은 건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절세 수단으로 부자들의 선택한 것은 ‘절세 금융상품 가입’(52.8%), ‘세무사와 상담’(40.8%) 등이었다. 선호하는 절세 상품(복수 응답)은 연금저축·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세액공제 금융상품(56.4%), 비과세 장기저축 보험(55.9%) 등이 꼽혔다. 올해 출시된 ‘ISA(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나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를 활용하는 비중은 각각 12.8%, 8.1%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상속·증여다. 한국 부자가 자녀 또는 배우자·손주에게 상속·증여할 자산의 유형 역시 부동산(85.2%)의 의향이 가장 컸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비중이 줄었다. 반면 ‘현금 및 이에 상응하는 금융상품’의 활용 비중은 2013년 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균형을 유지해 보다 적합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모습이다.
‘부동산 신탁’, ‘재산신탁’ 활용 의향이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영미권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를 ‘트러 스트 베이비(Trust Baby)’라고 부를 정도로 신탁이 일상화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활용이 저조하지만 2011년 신탁법 개정과 함께 금전신탁 등 투자 수단으로만 활용되던 신탁이 유언대용신탁과 같이 상속 등의 민사 영역에서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상속 및 증여 수단으로서 신탁의 활용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형 부자가 생각하는 부자의 조건(총자산 70억원 이상)은 2012년 조사 때의 조건(총자산 100억 원)보다 줄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눈높이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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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자들 안에서도 자산이 많을수록 ‘빌딩·상가’에 대한 투자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보유 자산 100억원 이상의 초고자산가를 중심으로 ‘빌딩·상가’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 부자들이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토지보다 매달 임대소득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상가의 경우 임대료를 주택보다 비싸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산가 사이에 인기가 많다. 최근 전세의 월세화 경향에 맞춰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여러 채 사놓은 뒤 임대수익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동산 경기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지만, 한국 부자들은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 중 절반이 넘는 60.3%가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인식했다. 나빠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21%)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18.8%)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도 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자 내에서도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25%는 전·월세 형태로의 전환이나 다른 고수익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오피스텔·토지·실버타운 투자 유망 의견 많아
금융자산의 경우 예·적금을 포함한 현금 비중(41.7%)이 가장 높았다. 보험(18.5%), 주식(17.2%), 펀드(11.9%), 채권(5.6%)이 그 다음이었고 주가연계증권(ELS)·신탁이 5.1%를 기록했다. 저성장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급변하는 상황에 즉시 대처하기 위해 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같은 부자라도 금융자산 규모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에 차이가 있었다.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인 자산가는 현금 비중이 35.1%, ELS·신탁 등의 중위험·중수익 상품 비중이 8.3%였다. 반면 금융자산 50억원 미만 자산가는 현금 비중이 44.5%로 높았지만 중위험·중수익 상품 비중은 3.8%로 낮았다. 초고자산가일수록 현금 비중은 낮추고 투자 상품은 보유율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상속·증여에 ‘신탁’ 활용하는 비중 커져
이는 한국 부자들의 향후 경제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부자들의 약 90%가 저성장·저금리가 심화될 거라고 봤다. 지난해 조사보다 이런 인식이 확대된 모습이다. 투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도 지속적으로 낮아져 한국 부자의 93%가 과거에 비해 원하는 투자 수익률을 얻기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65%가 ‘새로운 투자보다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총자산이 많은 부자일수록 이러한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 연장선으로 한국 부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중요사항은 절세(35%), 안정성(32.2%), 수익성(25.8%) 등이 꼽혔다. 절세를 먼저 꼽은 건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절세 수단으로 부자들의 선택한 것은 ‘절세 금융상품 가입’(52.8%), ‘세무사와 상담’(40.8%) 등이었다. 선호하는 절세 상품(복수 응답)은 연금저축·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세액공제 금융상품(56.4%), 비과세 장기저축 보험(55.9%) 등이 꼽혔다. 올해 출시된 ‘ISA(개인종합 자산관리계좌)’나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를 활용하는 비중은 각각 12.8%, 8.1%로 나타났다.
부자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상속·증여다. 한국 부자가 자녀 또는 배우자·손주에게 상속·증여할 자산의 유형 역시 부동산(85.2%)의 의향이 가장 컸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비중이 줄었다. 반면 ‘현금 및 이에 상응하는 금융상품’의 활용 비중은 2013년 조사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균형을 유지해 보다 적합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모습이다.
‘부동산 신탁’, ‘재산신탁’ 활용 의향이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영미권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를 ‘트러 스트 베이비(Trust Baby)’라고 부를 정도로 신탁이 일상화된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활용이 저조하지만 2011년 신탁법 개정과 함께 금전신탁 등 투자 수단으로만 활용되던 신탁이 유언대용신탁과 같이 상속 등의 민사 영역에서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상속 및 증여 수단으로서 신탁의 활용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형 부자가 생각하는 부자의 조건(총자산 70억원 이상)은 2012년 조사 때의 조건(총자산 100억 원)보다 줄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눈높이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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