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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2016 프로야구단 가치평가

2016년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동안 833만 9577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736만 529명을 훌쩍 넘어 ‘관중 800만 시대’를 열었다. 두산베어스가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이고 구단 가치평가에서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두산과 함께 가치평가 공동 1위였던 LG트윈스는 간발의 차로 2위로 밀렸다.
9월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위즈와 경기에서 승리해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흥행엔 두 복병이 존재했다. 하나는 올여름 전국을 녹인 폭염이었고, 또 하나는 8월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우와 달리 프로야구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 시즌 목표로 내세웠던 800만 관중동원을 가을야구도 시작하기 전인 9월29일에 훌쩍 돌파하더니 최종 834만 명에 가까운 관중을 동원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지난해 1만211명을 크게 웃도는 1만1561명으로 집계됐다.

관중 800만 명 돌파의 힘은 우선 서울을 연고지로 둔 두산베어스·넥센히어로즈·LG트윈스의 선전에서 찾을 수 있다. 세 팀은 정규시즌 각각 1·3·4위에 오르며 시즌 내내 폭발적인 관중동원력을 보여주었다. 3팀의 서울 경기가 있을 때 모여든 관중만도 310만 명이 넘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승 어드밴티지를 놓고 시즌 종료 2~3일 전까지 치열했던 LG와 KIA타이거즈의 4, 5위 싸움은 구름떼 같은 관중을 불러 모았다. 덩달아 입장료 수입이 지난해 730억원에서 올해 870억원으로 부쩍 늘면서 각 구단의 경기장가치를 높여놓았다.
 두산 1위 일등공신은 ‘열혈 팬’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시장·경기장·스포츠가치를 종합해 프로야구단의 구단가치를 종합 평가한 결과 1위에 두산이 올랐다. 특히 올해는 정규시즌 성적 또한 1위에 올라 시즌성적, 구단가치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은 평가 기준 전 분야에서 고르게 가치가 상승했다. 총액은 163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지난해 두산과 공동 1위에 오르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LG는 구단가치 총액 1626억원으로 아깝게 1위 자리를 놓쳤다. 지난해 1539억원보다 90억원 가까이 늘었다. 눈에 띄는 것은 넥센의 급상승이다. 지난해까지 6~8위에 머물던 넥센은 올해 가치평가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입장료를 기반으로 한 경기장가치가 지난해 408억원에서 올해 76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총액 또한 1021억원에서 142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삼성라이온즈도 순위가 2계단 올랐다.

대신 지난해 관중몰이에 성공하며 5위에 올랐던 한화이글스는 8위로 밀려났다. 저조한 성적 탓에 관중수가 지난해에 비해 3000명 정도 느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각각 3위, 4위에 올랐던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도 경기장가치가 정체되면서 두 계단씩 떨어졌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의 경쟁에선 지난해에 이어 KT가 NC를 꼴찌로 밀어냈다.

그동안 가치평가에서는 경기 성적과 가치평가 순위가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시즌성적 상위권 구단은 경기장가치가 크게 늘면서 성적에 따라 순위가 정해졌고, 하위권 구단에서는 여전히 성적과 관계없이 순위가 뒤바뀌었다.

올해는 투타가 완벽했던 두산베어스의 ‘몬스터 시즌’이었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선발투수진과 타선을 앞세워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고, 1995년 정규시즌 우승 이후 21년 만에 두 번째 감격을 맛봤다. 93승은 역대 최다승이다. 야구계에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커졌고, 그것이 잠재력을 폭발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정규시즌 두산의 서울 경기엔 모두 116만5020명이 찾았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입장료 수입만 130억원에 육박했다. 이것이 구단의 가치총액을 크게 올려놓았다.

특히 용병(외국인 선수) 효과가 대단했다. 연봉 120만 달러(약 14억)의 더스틴 니퍼트가 22승3패, 65만 달러(약 7억5000만원)의 마이클 보우덴이 18승7패를 올리며 역대급 피칭을 선보였다. 니퍼트의 22승은 외국인 투수 최다승 타이기록으로, 두 투수가 무려 40승을 일궈냈다. 특히 외국인 투수 21명 중 연봉 13위인 보우덴은 높은 ‘가성비’를 보였다. 두산은 내친 김에 10월29일부터 시작하는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통산 5번째 왕좌를 노린다.

가치평가 2위 LG는 올해 신구 선수의 리빌딩을 통해 2014년 이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동원 관중도 116만 명에 육박했다. 시즌 초반 팀 성적이 좋지 않자 리빌딩에 초점을 두고 팀을 운영하던 양상문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후반기에 양 감독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넥센 4계단 상승, 한화 3계단 추락
올해 순위 상승이 눈에 띄는 구단은 넥센과 삼성이다. 2013년 5위에 올랐을 뿐 늘 가치평가 순위에서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은 지난해 7위에서 올해 3위로 뛰어올랐다. 서울을 연고지로 둔 넥센은 시장가치에서는 상위권이지만 관중동원력이 낮아 경기장가치가 낮게 평가됐었다. 그러다보니 방송중계 또한 적어 스포츠가치도 낮았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역시 가장 큰 동력은 시즌성적에 따른 관중동원력이다. 전력 보강 없이 간판선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나 시즌 전 ‘꼴지 후보’로 꼽혔던 넥센은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면서 지난해 51만 명에 그쳤던 관중은 올해 78만 명으로 50% 이상 늘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팀에서 올해 9위로 추락한 삼성은 가치평가에서는 6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사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한 삼성이지만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에선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2010년 이후 5-6-5-6-6-6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인구 250만 명의 대구를 연고지로 두고 있어 시장가치에선 상위권이지만 인구 100만 명인 경남 창원의 NC와 비슷한 관중동원력을 보이고 있는 게 큰 이유였다. 하지만 관중이 지난해 52만 명에서 올해 85만 명으로 크게 늘면서 순위가 상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삼성과 넥센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서울 고척 스카이돔 등 신축구장 효과가 나타났다”며 “구단 또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관중을 끌어모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시즌 관중 동원의 일등 공신이었던 한화는 올해 3계단이나 떨어졌다. 지난해 김성근 감독 영입 후 돌풍을 일으키며 전년 대비 38% 증가한 65만 7385명을 끌어 모았던 한화의 올해 관중 수는 66만 472명. 타 구단이 30% 이상 동원관중을 늘리는 동안 한화의 대전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겨우 3000명 늘었을 뿐이다. 부임 2년째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김성근 감독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지만 경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와이번스와 롯데자이언츠도 경기장가치가 정체되면서 두 계단씩 떨어졌다. 시즌 내내 저조한 성적을 보이면서 관중을 지난해 대비 10%도 늘리지 못했다. 게다가 연고지 인구마저 감소세여서 시장가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서울 연고지 구단과의 경기에선 구름관중이 등장하지만 정작 부산 경기엔 전체 프로야구 경기당 평균 수준의 관중이 찾고 있다. 관객 동원 수가 86만 명으로 비슷한 SK는 연고지 인천 문학구장에 테이블 석, 바비큐 존, 그린 존 등 다양한 좌석을 구비해 마케팅을 펼쳐 롯데의 입장료 수입 58억원보다 많은 78억원을 올리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의 경쟁에선 지난해에 이어 KT가 NC를 꼴찌로 밀어냈다. NC는 시즌 성적 2위로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지만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55만 명 관중 동원에 그쳤다. 연고지인 창원의 인구수가 프로야구단 중 가장 적은 106만여 명인데 게다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위 구단들 ‘저비용 고효율’경영 빛나
지난 시즌 관중 동원 일등공신이었던 한화는 올해 흥행에 참패하면서 구단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김성근 감독의 경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왼쪽). 시즌 전 ‘꼴찌 후보’로 꼽혔던 넥센은 예상 외 선전을 펼치면서 올해 관중이 50% 이상 늘었다. 넥센 응원단 모습(오른쪽). / 뉴시스
올해 역시 구단의 ‘저비용 고효율’ 경영이 빛났다. 올해 각 구단 평균연봉(외국인·신인 제외)을 보면 하위권에 있는 5팀 중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시즌 1위 두산의 팀 평균연봉은 1억2526만원으로 6위였다. 2위 NC는 1억2150만원으로 8위, 3위 넥센은 8116만원으로 꼴찌였다. 반면 지난해 말 선수 영입을 위해 돈을 쏟아 부은 한화와 롯데는 ‘헛스윙’한 셈이 됐다. KBO 사상 처음으로 단일구단 연봉 총액 100억원을 넘기며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했던 한화(1억7912만원)의 시즌성적은 7위, 1억5464만원의 삼성은 9위에 머물렀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팀 경기는 몇몇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결과”라고 말했다.

출범 35년째를 맞는 프로야구는 명실상부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로 올라섰다. 한국 프로스포츠 중 한 시즌에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것은 프로야구가 최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사건·사고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장 큰 사건은 ‘승부조작’이었다. 대여섯 명의 선수가 돈을 받고 특정 이닝에 실점하거나 볼넷을 던지는 등 경기 내용을 조작한 혐의가 포착됐다. 지난 시즌 말 야구계를 뒤흔들었던 도박 사건은 올 시즌에도 여진을 일으켰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공정한 승부가 밑바탕이 돼야 할 스포츠에서 그 근간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이 터져 팬들이 충격을 받았다”라며 “800만 관중이라는 규모에 맞게 그라운드의 품격 또한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조사 양미선 기자
 [박스기사] 어떻게 평가했나
미국 포브스는 시장·경기장·스포츠·브랜드 네 가지를 기준으로 매년 프로야구단의 가치를 평가한다. 2005년부터 가치평가를 시작한 포브스코리아는 이를 바탕으로 하되 국내 현실에 맞는 기준을 도입했다. 시장가치는 각 구단의 연고지 규모를 환산한 금액이다. 제9구단 NC다이노스와 제10구단 KT위즈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지급한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을 토대로 각 구단의 연고지 인구에 비례해 산출했다. 연고지가 같은 서울의 3개 팀은 인구를 3등분 했다. 경기장가치는 올해 입장료 수입으로 향후 10년 동안 수입을 예상해 현재가치로 환산했다. 스포츠가치는 구단이 경기를 하면서 창출하는 가치의 총합이다. 연봉 총액과 방송 노출효과, 경기 성적이 포함된다. 경기 성적에 따른 가치는 전년도 승률, 올해 승률, 역대 정규시즌 우승횟수로 평가했다. 국내의 경우 브랜드가치는 구단가치와 직접적인 연계성이 적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받아들여 3년 전부터 평가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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