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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 봅시다 | 가계부채 대책 방향 옳은가] 핵폭탄식 총량 규제보다는 맞춤형 스마트탄으로 대응해야

[따져 봅시다 | 가계부채 대책 방향 옳은가] 핵폭탄식 총량 규제보다는 맞춤형 스마트탄으로 대응해야

가계부채 전체 상환 능력은 개선... 연령·소득·부채규모 따라 미시 대책 필요#1. 집을 임대하는 가구 중 고연령층의 금융부채비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임대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63%로 같은 연령층 전체의 평균인 51%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계청과 함께 실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포함된 내용이다. 한은의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인용됐다.

#2. 최근 5년 동안 금융부채를 가장 많이 늘린 연령층은 30세 미만 계층으로 54% 늘었다. 담보대출은 77%나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층은 30세 이상 40세 미만으로 52% 늘었다. 이는 LG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해 지난 4월 낸 보고서의 일부다.

#3. 소득 5분위별 분류 기준상 최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계층의 담보대출이 최근 5년간 64%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전체 가구의 담보대출 증가율 4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소득 1분위 계층의 부채원리금상환액은 같은 기간 193% 급증했는데, 이 증가율 역시 전체 가구의 해당 증가율 95%보다 훨씬 높다고 LG경제연구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상위 소득 가구가 하위 가구보다 더 빌려
이는 가계부채를 미시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 일부다. 가계부채는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분석해야 하지만, 이와 같은 미시적 접근도 필요하다. 거시적인 분석은 가계부채가 경제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점검하는 작업이다. 아래 상자 기사에서 다룬 것처럼 가계부채를 경기변동과 관련해서 들여다 볼 수 있고,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 뜯어볼 수도 있다. 시스템 리스크는 개별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금융시스템 전체가 부실해질 위험을 뜻한다. 시스템 리스크가 현실이 되면 그 충격은 경제를 마비시켜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우려되는 것은 이 위험 때문이다.

거시경제의 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데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상한을 둬 규제하는 정책이 쓰인다. 또 올해 들어서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도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 금융회사는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파악해 돈을 빌려주고 목돈은 원금상환 부담이 일시에 몰리지 않도록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대출해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높은 차입자는 사후관리하고 있다.

미시적인 대응은 빚에 눌린 계층이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50대 이상 임대 가구의 부채와 관련해 “금융부채비율이 높은 가구가 많고 임대보증금 부채 규모도 커서 보증금 반환 등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높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자산이 실물자산위주(총자산 중 85%)여서 부동산가격 하락 충격 등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런 취약성은 언론매체 보도와 홍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완화해야 한다.
 30~40세 신용대출 가장 많이 늘어
30세 미만이 금융대출을 가장 많이 늘렸고, 30세 이상 40세 미만 연령층이 신용대출을 가장 많이 받은 것과 관련해 LG경제연구원은 “극심한 청년 취업난 등으로 어려워진 청년층의 경제적 상황과 주택·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주거 관련 대출수요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시적인 해법도 여기에 맞춰 모색돼야 한다. 그래야 알맞은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부동산 대출 규제완화 전후를 중심으로’를 살펴보자. 2012~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15년 가계부채 증가의 80%가량은 가구주가 30~40대인 가구에서 이뤄졌다. 또한 증가액 중 가계소득 상위 20%인 5분위가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크게 확대된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2분위 가구 비중은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가계소득에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DTI와 LTV를 규제완화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고 집단대출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위소득 가구가 주로 빚을 늘렸고 하위소득 가구는 상대적으로 가계부채를 덜 졌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DTI와 LTV를 되돌리는 등의 ‘거시적인’ 대책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 김 연구위원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크게 악화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듯이, 가계부채 차입자의 전체적인 상환능력은 더 나아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시 데이터 파악해야 구체적인 대책 가능
앞의 셋째 사례에서 본 것처럼 부채에 가장 힘겨워하며 충격이 발생할 때 한계로 몰리는 계층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역시 ‘거시’가 아니라 ‘미시’로 대응해야 한다. 서민에 대한 금융공급을 확대하고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최장 30년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보금자리론)을 늘릴 필요가 있다. 사후적으로는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상환부담을 덜어주고 채무를 조정해주는 작업을 원활히 수행해야 한다.

가계부채의 미시데이터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데이터는 현재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매년 작성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유일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을 차입자의 연령·소득·부채규모·담보가액·금리 등에 따라 분석할 수 있는 ‘가계부채 미시데이터 분석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이르면 내년 4월 선보일 예정이다. 이 시스템을 가동하면 집값이 하락하고 금리가 올라가는 등의 충격을 시나리오별로 정확히 산정해 선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스기사] 가계부채, 금융권 전체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작아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4분기다. 가계부채가 명목 GDP 증가율보다 훨씬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당시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장기추세 비율에 비해 7.7%포인트 높았다. 이 차이를 ‘가계부채/명목 GDP 갭’이라고 한다.

2002년 가계부채 증가는 주로 신용카드 빚이 급증해 빚어졌다. 가계가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많은 빚을 당겨 쓰면서 경기가 좋아졌다. 경제성장률은 2001년 4.5%에서 이듬해 7.4%로 높아졌다. 그러나 부채를 바탕으로 한 소비는 오래갈 수 없다. 경제성장률은 2003년 2.9%로 급락했다. 이는 지나친 가계대출 증가가 가계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준 사례다.

가계부채가 다시 걱정거리가 됐다. ‘가계부채/명목 GDP 갭’은 지난해 4분기 장기추세보다 2%포인트 더 높아졌다. 이 갭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허리를 휘게 하는 큰 짐이 될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럴 위험이 있다고 본다. 지난 9월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1분기 ‘신용 갭’을 기준으로 국가별 민간신용의 리스크 누적 정도를 조사했는데, 한국을 브라질·멕시코 등과 함께 ‘주의’ 단계로 평가했다. 신용 갭은 민간신용(가계·기업 부채)의 명목 GDP 대비 비율과 추세치의 차이로 계산한다. 해당 국가의 신용 갭이 10%포인트를 초과하면 ‘경보’ 단계, 2~10%포인트면 ‘주의’ 단계, 2%포인트 미만이면 ‘보통’ 단계로 분류한다. 한국의 신용 갭은 2%포인트대로 산출됐다.

만약 향후 가계부채로 인해 충격이 발생한다면 그 양상은 2003년과는 다른 종류일 것이다. 2002년 가계가 소비지출을 위해 빚을 냈다면 최근에는 주택을 매입하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는 차입이 많았다. 따라서 집값 하락이나 금리 상승이 충격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고정금리 대출 등 안전장치가 있고 금융회사의 재무상태가 탄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 가계 부채가 크게 부실해져 금융권 전체에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편 가계부채의 규모를 명목 GDP와 비교하는 방식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지난달 초 언론매체 기고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부채 상환 가능성 또는 과다 부채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마치 연봉이 1억 원인 사람이 2억 원의 부채가 있으니 위험하다 또는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계부채를 억제하기만 할 일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의 증가는 유동성 제약 완화, 자산가격 상승 등을 통해 현재 소비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따라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응은 “미래의 가계부채 위험과 현재의 소비위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균형 잡기”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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