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너의 죄에 세금을 매기노라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너의 죄에 세금을 매기노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로 보는 죄악세... 간접세이자 역진세라는 비판 많아 현대 자본주의의 엔진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처음부터 자본주의의 심장은 아니었다. 백인이 점령하기 전 아메리카 대륙은 인디언이 주인이었다. 인디언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인디언들의 생활 철학은 미국이 ‘왠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절제를 고민할 때마다 떠올리는 소재다.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소설 중 할아버지가 손자인 ‘작은나무’에게 말한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빼앗기고, 우리 체로키한테도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이 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도고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
저자인 카터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가르침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체로키족은 미국 남동부의 애팔래치아산맥 남쪽 끝에 살면서 농경과 수렵 생활을 했던 인디언이다. 1838~39년 오클라호마주로 강제 이주당했지만 일부는 달아나 본래 고향인 테네시주에 머물렀다. 주인공은 다섯 살 체로키족 꼬마인 ‘작은나무’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산다. 작은나무가 머무는 집은 산을 등지고 서 있는 오두막집이다. 작은나무는 자연과 함께 자란다. 때로 할아버지와 함께 동틀 무렵 산꼭대기에 올라 산이 깨어나는 것을 보고, 붉은 여우 ‘슬리크’를 쫓는 여우사냥에 나선다. 외진 곳에 있는 통나무집을 틈틈이 찾는 이들이 있다.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니는 파인빌리로부터는 따뜻한 마음을, 유태인 봇짐 장수인 와인씨로부터는 진정한 자선의 의미를 깨닫는다. 개척촌에서 만난 소작농 가족들로부터는 잘못된 자부심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산사람인 작은 나무네도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옥수수를 기르지만 이것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비법은 위스키 제조였다.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쪽 가계로부터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위스키 제조 기술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만든 위스키는 옥수수로만 만든 100% 순수 위스키다. 비록 밀주지만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가 한 달에 만드는 위스키는 고작 11갤런(약 42ℓ)이다. 이중 9갤런을 개척촌 사거리 가게에 판다. 1갤런당 2달러니까, 18달러를 받는다. 불과 25센트에 불과한 옥수수 1부셸(약 30kg)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크다.
할아버지는 딱 한 사람의 정치가를 좋아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다. 그러나 워싱턴이 위스키세, 이른바 주세를 만들었다는 얘기에 크게 실망을 한다. 자신의 직업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시 위스키를 소규모로 제조한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미국은 건국 직후 빚이 많았다. 영국과 치른 독립전쟁 때문이다. 1789년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은 국채를 갚기 위해 고심했다. 그때 떠올린 것이 위스키세였다. 수입 관세는 충분히 높아 손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수 상품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데 기왕이면 죄악세를 건드리는 것이 조세저항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위스키세는 고가 제품을 사용할 때 붙는 사치세 느낌도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이 냈고, 워싱턴 대통령이 동의했다.
1791년 위스키세는 법제화됐다. 미국 서쪽 개척지인 애팔래치아산맥 서쪽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옥수수 농사를 지었던 이들은 무거운 곡물을 지고 높은 산맥을 넘어 동부에 파는 것이 어려웠다. 반면 위스키는 운반도 쉬었고, 가격도 높았다. 위스키세는 이들에게는 소득세와 같았다. 위스키세가 동부의 대규모 위스키 제조업자들에게 유리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위스키세는 생산량에 비례해 내거나 고정세율로 낼 수 있었다. 동부의 대규모 제조업자들은 고정세율을 택했다. 그 결과 대형 제조업자들은 1갤런당 6센트 정도, 소형 제조업자들은 9센트를 내는 꼴이 됐다. 조지 워싱턴이 위스키 제조업에 뛰어든 부자 사업가라는 것도 서부의 농민들을 자극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언덕배기 작은 밭뙈기가 있는 가난한 산사람들은 대토지 소유자들처럼 많은 옥수수를 기를 수 없어 수확한 옥수수에서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스키를 만드는 것 외는 방법이 없다”고 반대했지만 워싱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세 저항은 서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극심했다. 위스키세에 반대한 농민들은 스스로를 ‘위스키 보이즈(Whiskey Boys)’로 불렀다. 로빈후드에게서 따온 ‘땜장이 토미’라는 단체도 있었다. 이들은 세금 징수원들을 붙잡아 채찍질을 해대고 총도 쐈다. 1794년 8월 집회는 무려 7000명이 모여 정부를 성토했다. 1791년부터 1794년까지 일어난 조세 저항사건을 ‘위스키 반란(Whiskey Rebellion)’이라 부른다.
워싱턴은 1794년 10월 1만3000명의 진압군을 이끌고 서부로 향했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직접 군사를 이끈 첫 사례가 됐다. 오합지졸에 가까웠던 위스키 보이즈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토머스 제퍼슨이 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위스키세는 철폐된다.
위스키세와 같은 주세는 담배·도박·경마에 붙는 세금과 함께 죄악세라 불린다. 죄악세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카인이나 마리화나 같은 마약류, 성매매 등에도 죄악세를 부과한다. 죄악세 개념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설탕이나 탄산음료에 붙이려는 ‘비만세’나 ‘육류세’도 죄악세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축사육에 ‘트림세(burp tax·일명 방귀세)’를 물린다. 목축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죄악세는 구매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상품과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다.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 역진세라는 비판도 받는다. 때때로 죄악세는 증세의 명분으로 오용된다. 17세기 커피에 세금을 매기면서 ‘건강을 해치는 커비 소비를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영원할 것 같던 생활은 보육원으로 강제로 보내지면서 깨진다. 작은나무는 할아버지 연배의 체로키족 윌로존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2년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차례로 운명한다. 홀로된 작은나무는 블루보이, 리틀레드 등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서쪽 산 너머에 있다는 인디언 연방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자인 포리스트 카터는 [제로니모] 등 인디언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냈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로 테러 단체 KKK단의 멤버였다는 것이 훗날 밝혀지면서 빛이 많이 바랬다.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의 오랜 팬이었던 오프라 윈프리는 “이제 이 책을 읽어도 더 이상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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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빼앗기고, 우리 체로키한테도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이 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도고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
저자인 카터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가르침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체로키족은 미국 남동부의 애팔래치아산맥 남쪽 끝에 살면서 농경과 수렵 생활을 했던 인디언이다. 1838~39년 오클라호마주로 강제 이주당했지만 일부는 달아나 본래 고향인 테네시주에 머물렀다.
위스키세 만든 조지 워싱턴
산사람인 작은 나무네도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옥수수를 기르지만 이것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비법은 위스키 제조였다.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쪽 가계로부터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위스키 제조 기술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만든 위스키는 옥수수로만 만든 100% 순수 위스키다. 비록 밀주지만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가 한 달에 만드는 위스키는 고작 11갤런(약 42ℓ)이다. 이중 9갤런을 개척촌 사거리 가게에 판다. 1갤런당 2달러니까, 18달러를 받는다. 불과 25센트에 불과한 옥수수 1부셸(약 30kg)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크다.
할아버지는 딱 한 사람의 정치가를 좋아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다. 그러나 워싱턴이 위스키세, 이른바 주세를 만들었다는 얘기에 크게 실망을 한다. 자신의 직업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시 위스키를 소규모로 제조한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미국은 건국 직후 빚이 많았다. 영국과 치른 독립전쟁 때문이다. 1789년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은 국채를 갚기 위해 고심했다. 그때 떠올린 것이 위스키세였다. 수입 관세는 충분히 높아 손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수 상품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데 기왕이면 죄악세를 건드리는 것이 조세저항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위스키세는 고가 제품을 사용할 때 붙는 사치세 느낌도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이 냈고, 워싱턴 대통령이 동의했다.
1791년 위스키세는 법제화됐다. 미국 서쪽 개척지인 애팔래치아산맥 서쪽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옥수수 농사를 지었던 이들은 무거운 곡물을 지고 높은 산맥을 넘어 동부에 파는 것이 어려웠다. 반면 위스키는 운반도 쉬었고, 가격도 높았다. 위스키세는 이들에게는 소득세와 같았다. 위스키세가 동부의 대규모 위스키 제조업자들에게 유리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위스키세는 생산량에 비례해 내거나 고정세율로 낼 수 있었다. 동부의 대규모 제조업자들은 고정세율을 택했다. 그 결과 대형 제조업자들은 1갤런당 6센트 정도, 소형 제조업자들은 9센트를 내는 꼴이 됐다. 조지 워싱턴이 위스키 제조업에 뛰어든 부자 사업가라는 것도 서부의 농민들을 자극했다.
갈수록 확대되는 죄악세
워싱턴은 1794년 10월 1만3000명의 진압군을 이끌고 서부로 향했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직접 군사를 이끈 첫 사례가 됐다. 오합지졸에 가까웠던 위스키 보이즈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토머스 제퍼슨이 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위스키세는 철폐된다.
위스키세와 같은 주세는 담배·도박·경마에 붙는 세금과 함께 죄악세라 불린다. 죄악세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카인이나 마리화나 같은 마약류, 성매매 등에도 죄악세를 부과한다. 죄악세 개념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설탕이나 탄산음료에 붙이려는 ‘비만세’나 ‘육류세’도 죄악세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축사육에 ‘트림세(burp tax·일명 방귀세)’를 물린다. 목축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죄악세는 구매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상품과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다.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 역진세라는 비판도 받는다. 때때로 죄악세는 증세의 명분으로 오용된다. 17세기 커피에 세금을 매기면서 ‘건강을 해치는 커비 소비를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영원할 것 같던 생활은 보육원으로 강제로 보내지면서 깨진다. 작은나무는 할아버지 연배의 체로키족 윌로존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2년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차례로 운명한다. 홀로된 작은나무는 블루보이, 리틀레드 등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서쪽 산 너머에 있다는 인디언 연방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자인 포리스트 카터는 [제로니모] 등 인디언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냈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로 테러 단체 KKK단의 멤버였다는 것이 훗날 밝혀지면서 빛이 많이 바랬다.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의 오랜 팬이었던 오프라 윈프리는 “이제 이 책을 읽어도 더 이상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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