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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석의 부자가 알아야 할 법률칼럼 (4)

방효석의 부자가 알아야 할 법률칼럼 (4)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증여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적절한 증여는 약이 되지만 과도한 증여는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반드시 알아야 할 증여제도 활용의 팁을 소개한다.
증여란 무엇일까? 최근 이슈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 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0일 탄핵됐다. 탄핵 사유의 핵심은 뇌물과 관련된 것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재단법인을 설립할 때 삼성·현대차·SK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돈을 받은 점 등이 뇌물로 간주됐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형식상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한 모금으로 설립 자금을 마련했다. 사건 초기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해당 재단에 출연한 것은 대통령의 지시와는 무관한 일로 자발적인 기부, 즉 증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증여가 되기 위한 첫째 조건은 무상성이다. 즉 공짜로 재산을 주어야 한다. 형식상으로는 공짜로 선의로 준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가가 결합되어 있으면 증여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만약 SK에 대해서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롯데에 대해서는 면세점 특혜를 대가로, 삼성에 대해서는 경영권 승계를 용이하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건넨 것이라면 증여라고 볼 수 없다.

증여의 두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 다음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대기업 회장 김회장 씨는 첫째 자녀에게 자신이 보유한 건물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아래와 같은 증여계약서를 작성했다. 아래의 증여계약서는 제대로 작성된 것일까? 증여가 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상대방의 승낙이다. 증여도 계약이기 때문이다. 즉 받는 사람의 도장도 들어가야 올바른 증여계약서가 된다. 아무리 물건을 주고 싶어도 상대방이 승낙하지 않으면 증여계약은 성립되지 않는다. 세금만 많이 나오고 의외로 건물관리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경우라면 김 씨의 아들이 건물을 받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증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은 같다. 따라서 상속이든 증여든 세금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건 오해다. 다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5명의 자녀를 가진 이대표 씨는 100억원의 자산이 있다. 이 재산을 상속을 통해 물려줄지 증여를 통해 물려줄지 고민이다. 상속을 이용할 때와 증여를 이용할 때는 어떤 세금 차이가 있을까?

상속세는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만약 이씨가 상속을 선택하면 100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더욱이 전 재산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공제제도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속세의 경우 30억원 이상의 재산부터는 50%의 고율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또한 상속세는 ‘남아있는 재산’이 기준이기 때문에 몇 명이 상속받든 상속세는 같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증여하라
이와 달리 증여세는 ‘받는 돈’을 기준으로 한다. 만약 이 씨가 5명의 자녀에게 똑같이 증여한다면 20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지게 된다. 이 때 증여세율은 40%가 된다. 상속에 비해 세율이 10%나 낮아지는 것이다. 만약 이 씨가 며느리·사위·손자 포함 10명에게 100억원을 증여했다고 가정하자. 이 때는 10억원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므로 세율은 30%로 더 낮아지게 된다. 즉 증여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금은 줄어든다.

경영권 승계에서도 증여를 활용하면 좋다. 특히 사업성이 유망한 중견기업의 경우 적극 권장할 만하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바이오 및 IT를 융합한 500억원 상당의 중견기업 오너인 박이사 씨는 회사 성장을 위해 온 평생을 쏟아부었다. 회사는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충분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슬슬 후계구도를 생각하고 있는 박 씨는 둘째에게 회사를 물려주기로 결심했는데 변호사로부터 증여를 활용하면 상당한 금액을 절세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박 씨가 둘째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방법은 상속과 증여 두 가지가 있다.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고액 자산가인 박 씨가 상속을 활용하게 되면 절반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특히 상속세의 경우 박 씨가 사망 당시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박 씨 사망 당시 회사 가치가 예를 들어 1000억원으로 커졌다면 세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상속세는 사망 당시 박 씨에게 ‘남아 있는 돈’ 전체를 기준으로 하므로 회사뿐 아니라, 부동산, 현금 등 모든 재산을 더해 세금이 매겨진다. 결론적으로 박 씨는 상속보다는 증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증여에도 요령이 있다.

저평가되는 재산, 즉 자산가치 상승이 유망한 재산을 증여하는 것이 좋다. 추후 증여받은 물건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이는 세금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유망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주식을 일찍 둘째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이 좋다. 자산가치가 500억원인 회사라도 비상장회사일 경우 주식가치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가능성이 크다. 주식가치가 쌀 때 증여하면 증여세도 적게 내고 추후 가치 상승분도 자녀가 추가 세금 없이 가져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의 주식을 둘째에게 주었으니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도 훌륭한 전략이다.

여유가 있다면 배우자나 자녀에게 재산을 나누어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증여를 하면 언제나 세금을 내야 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최부자 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평생을 같이 살아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 결혼 30주년을 맞아 아내에게 돈을 주고 싶은데 반드시 증여신고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자녀나 손자에게도 건물을 증여해 주고 싶어한다.

증여세율은 최고 50%지만 법은 일정한 경우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배우자에게는 10년마다 6억원까지 세금없이 증여가 가능하다. 10년을 한도로 6억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증여한다면 반드시 증여 신고를 할 필요는 없다. 자녀에게는 얼마까지 줄 수 있을까? 법은 직계존속이 직계비속에게 증여할 경우 10년을 한도로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미성년인 직계비속의 경우는 2000만원으로 그 한도가 준다.

하지만 이 법을 오해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자녀에게 5000만원씩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직계존속에 해당한다. 따라서 세금 없이 증여하려면 아버지, 어머니가 준 돈을 모두 합해서 5000만원이 넘지 않아야 한다. 손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준 돈을 모두 합해 10년간 5000만원이 넘지 않아야 세금이 면제된다.

증여도 계약이고, 말로 한 것도 엄연히 계약이다. 그렇다면 말로 한 증여계약도 반드시 지켜야 할까? 정전무 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오늘 기분이 좋다. 회사에서 승진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온 정씨는 아내에게 ‘앞으로 버는 돈은 모두 너에게 주겠다’고 선언한 후 잠들어 버렸다. 만약 아내가 정 씨의 말을 녹음해 두었다면 그 말은 증여계약으로 효력이 있을까?
 말로 한 증여도 효력 있지만 취소 가능
고 김영삼 대통령이 좋은 일을 하기위해 증여를 했음에도 소송이 벌어진 이유는 유류분 때문이다. 적절한 증여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정분쟁을 막는 지름길이다. 사진은 유류분 분쟁에 휩싸였던 김영삼 대통령 도서관.
말로 한 증여도 당연히 증여계약으로 효력이 있다. 하지만 말로 한 증여를 모두 지켜야 한다면 세상은 소송천국이 될 것이다. 만약 아내가 정 씨의 말을 녹음해 둔 다음 법원에 이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가정해 보자. 정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둘러대야 할까? 그렇지 않다. 정씨는 법원에 출석해 “제가 한 말은 경솔했습니다. 하지만 증여계약이 문서로 작성된 바 없으니 그 말은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민법은 말로 한 증여는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솔한 증여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증여 탓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 사례를 살펴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11년 1월 거제도 땅과 상도동 자택 등 50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거제도 땅은 증여의 형식을 거쳐 김영삼 민주센터에 기부되었고 상도동 자택은 부인 손명순 여사의 사후에 소유권을 센터에 넘기도록 하였다. 그런데 2016년 5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김영삼민주센터를 상대로 3억40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2016년 5월 뉴스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증여를 했음에도 소송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유류분 때문이다. 자녀에게는 유류분이 있다. 유류분이란 최소한의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는 상속인의 권리다. 혼외자도 당연히 상속권이 있고 유류분 계산에는 생전에 증여한 재산도 포함된다. 물론 김영삼민주센터는 비영리법인이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속인도 아니다. 따라서 법정에서 김영삼민주센터 측은 혼외자의 존재도 몰랐고 증여계약으로 혼외자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것 역시 몰랐다고 주장하는 등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추후 상도동 자택 등 다른 상속재산으로 분쟁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외자는 특이한 케이스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류분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 자녀에게 재산을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곤란하다. 적절한 증여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정 분쟁을 막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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