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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가 뭐예요?”

“은퇴가 뭐예요?”

일자리의 사회적 관점 달라지면서 밀레니엄 세대는 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에 따라다니며 일과 삶의 균형 찾아
밀레니엄 세대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바꿔 놓으면서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를 재규정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해 일을 맡기는 고용 형태로 ‘독립형 일자리 경제’라고도 부른다)가 대세를 이루며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밀레니엄 세대는 그 윗세대와 판이한 경력을 가질 전망이라고 톰린 샤키 앤 어소시에이츠 CEO이며 마셜 골드스미스 그룹의 창립 멤버인 린다 샤키 박사가 진단했다. ‘일자리’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샤키 박사는 최근 경영 컨설팅 업체 스카이팀의 CEO 모라그 배릿과 함께 ‘미래를 보장하는 직장(The Future-Proof Workplace: Six Strategies to Accelerate Talent Development, Reshape Your Culture and Succeed with Purpose)’라는 책을 펴냈다. 샤키 박사에게 21세기의 일자리 전망, 대학 졸업장의 가치 하락, 머지않은 장래에 이런 인터뷰 기사를 로봇이 쓸 수 있는 상황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다음은 그의 답변 요지.



21세기엔 ‘은퇴’의 개념이 사라진다고 책에서 전망했다. 지금의 젊은 근로자들은 60대 후반에 정년퇴직하지 않고 스스로 안식년을 가진 뒤 또 다른 경력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런 현상은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선택의 결과인가 아니면 수명이 길어지고 자녀가 적어지면서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불가능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은퇴가 사라지는 것은 사회보장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아주 장기적인 추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더 오래 살고 더 많이 교육 받고 더 건강하며 주어지는 선택이 더 많아 20세기에 우리가 가졌던 패러다임에 구속 받지 않는다. 그들은 일이 반드시 ‘9~5시 근무’ 같은 형태가 돼야 할 필요가 없으며 매일 한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관심 있고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일거리를 찾으려 한다. 우린 이미 그런 추세를 목격하고 있다. 60세나 65세에 퇴직한 뒤 다른 직장으로 옮겨 경력 2막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다섯 군데의 직장에 다녔고, 나와 책을 같이 집필한 배릿도 대여섯 곳에서 일했다. 나는 상황에 따라 직장을 바꾼다. 최근엔 두 번째 책을 쓰려고 안식년을 가졌다. 그런 추세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를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이 달라지면서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긱 이코노미’가 그들의 일자리를 규정하는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가?


당연하다. 지금은 누구나 예를 들어 휴렛 패커드 같은 전통 컴퓨터 장비업체만이 아니라 새로운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 같은 곳에서 ‘긱’으로 일할 수 있다. 재능 공유 플랫폼인 피버(Fiverr)를 통해 ‘긱’으로 일하면서 자금을 마련한 뒤 이전에 하던 사업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하는 문화가 생겨난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젊은이들이 앞으로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전에도 사람들은 늘 직장에서 죽도록 일했다. 1990년 대 말에도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 문제를 얘기했다. 극심한 경기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에겐 그것이 아주 개인적인 문제였다. 일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너무도 심해 지쳐 나가떨어지거나 의욕 상실에 시달린 사람이 많았다. 그건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대부분 개인적 선택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그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보람을 찾는다. 결국 자신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건 개인적인 균형 찾기의 문제다. 일에 눌려 탈진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있겠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자신을 위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교수나 연구원이 아닌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안식년’은 어떤 개념이 되리라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어 변호사나 의사,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안식년은 어떤 형태가 될 수 있는가?


나의 경우 책을 쓰려고 일하지 않고 1년을 쉬었다. 난 박사 학위가 있지만 당시 학교에 몸담지 않았다. 구글에 다니는 한 친구는 여행을 하며 자신의 경력에서 다음 단계를 구상하려고 안식년을 얻었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나의 소개로 한 회사에 취직했지만 그 회사가 문을 닫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런 기회는 난생 처음’이라며 늘 가고 싶어했던 남미를 여행했다. 여행 후 돌아온 그녀는 다른 직장에 취직했다. 실제로 안식년은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아주 폭넓은 개념이다. 정상적인 직장생활 밖에서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는 방식으로 안식년을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론 한 직장에 3∼4년 이상 다니는 사람이 훨씬 적어질 것이다. 대다수가 직장을 자주 바꿀 가능성이 크다.


밀레니엄 세대는 그 윗세대보다 얼마나 자주 직장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여러 직장에서 서로 다른 일자리를 옮겨 다닐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런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직업은 같을지 모른다. 넓게 보면 같은 부문에 머물 가능성이 크지만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진다고 지적했는데 밀레니엄 세대가 사회에 진출할 때 석사 이상의 학위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고 보는가?


사람들은 여전히 대학에 가고 온라인 공개강좌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학위를 딸 것이다. 기업들은 고등학교나 직업학교, 초급대학을 나온 열정적인 젊은이를 견습생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그런 견습 프로그램을 대부분 외면했다. 직장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가 한 회사에서 일을 배워 다른 회사로 옮겨가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미래엔 어떤 직업이 새로 등장할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특정 전공보다 교양학부 학위가 중요할 것이다. 이미 우리 주변엔 칼럼이나 기사를 쓰는 소프트웨어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 하고 있는 이런 인터뷰도 기자가 직접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AI 소프트웨어가 나에게 연락해서 질문하고 나의 답변을 기사로 작성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의 직업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직장에는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서로 공감하고 대인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직장이 돌아간다. 그런 능력은 배움을 통해 생기지만 반드시 4년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



책에서 밀레니엄 세대의 일자리는 과거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와 기술의 영향은 별도로 치고 밀레니엄 세대 자신도 스스로 직장을 변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밀레니엄 세대는 경력과 일자리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여러 다른 분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한 직장에 들어가서 배운 것을 다른 직장으로 가져간다. 또 그들은 반드시 회사 안에서 일할 필요 없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직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한 회사들은 그런 점을 이해하고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과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대기업의 이사회에 참석한 밀레니엄 세대에 관한 재미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회의 중에도 휴대전화를 계속 사용했다. 휴식 시간에 임원들이 CEO에게 불평했다. ‘이 젊은 친구들은 전화기를 달고 산다. 회의 중에 문자를 보내고 페이스북을 하고...’ 그러자 CEO는 ‘그들이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딴 짓을 하는 게 아니라 회의 내용에서 중요한 것을 문자로 메모하느라고 그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밀레니엄 세대는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바꿔 놓고 있다.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를 재규정하는 것이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5년 전만해도 기업들은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금했다. 이제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어떤 기업이 그런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다고 보는가?


구글, 페이스북 등이다. 그들이 회사 캠퍼스에서 그런 방식을 선도한다. 그들의 캠퍼스는 전통적인 사무실 사옥이 아니라 하나의 커뮤니티다. 그 안에 세탁소, 미용소, 야외 간이 음식점,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거의 다 있다. 앞으로 그런 캠퍼스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사람들은 직장, 아니 ‘일하는 커뮤니티’를 창의성과 혁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모임의 장소로 인식할 것이다. 대리, 과장, 부장 같은 사내 직위도 없어질 것이다.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따라 계약으로 일하고 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장이 그들을 관리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유동적인 구조가 될 것이다.

- 리디아 오닐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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