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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도 돌변하는 ‘중증 자기중심주의’

180도 돌변하는 ‘중증 자기중심주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 나르시시즘, 골목대장 행동의 섬뜩한 교집합을 이룬다
트럼프는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을 때 쉽게 독재자의 역할에 빠져들 수 있다. / 사진:NEWSIS
우리의 관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한 성격 유형의 전형적인 인물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바로 고삐 풀린 또는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자의 유형이다. 말 그대로 현실 쾌락주의자는 오로지 현재 순간만 생각한다. 자기 행동의 결과나 미래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자는 자신의 자존심을 부풀리고 내재한 낮은 자존감을 달래는 데 필요하다면 무슨 말이든 한다. 과거의 현실이나 미래에 파멸을 초래할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제껏 목격한 가장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자에 속한다는 우리의 주장은 그에 관한 다수의 문서·녹음 자료에서 비롯된다.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자의 충동적인 사고는 충동적인 행동을 낳는다. 그리고 그런 행동의 결과에 직면하고서도 물러서지 않고 버틸 수 있다. 그가 권력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부랴부랴 원래의 충동적인 행동을 부정하거나 아니면 뒷받침할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평소의 일상생활에서 이 같은 충동적 언행은 오해, 거짓말 그리고 관계악화를 낳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충동적인 사고가 일련의 트윗이나 말폭탄 세례를 낳아 다른 사람들이 그의 생각 없는 행동을 실행 또는 부정하려 애쓰게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트윗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성스러운 선거운동 중 오바마 대통령이 내 전화를 도청하는 비열한 짓을 했다. 닉슨-워터게이트에 맞먹는다. 나쁜 녀석(Bad guy)!’이라는 트윗 메시지가 공개된 뒤 보좌관들은 이 중상적인 거짓 주장을 ‘사실’로 만들 증거를 찾으려 동분서주해야 했다.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자의 또 다른 우려스러운 특성은 종종 저도 모르게(우리 정신의학자들은 곧잘 몇몇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자들을 호의적으로 해석해주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말살해 우월감을 느끼는 성향이다.
 골목대장 유형
1900년대 초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심리분석 이론의 하나로 나르시시즘을 소개했다. 그 이론은 그 뒤 수십 년에 걸쳐 가다듬어지면서 때로는 과대망상증(megalomania) 또는 중증 자기중심주의(severe egocentrism)로 불렸다. 1968년 그 증상은 진단 가능한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진화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을 아주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거의 다른 모든 사람을 자기보다 열등하다고 간주하며 얕잡아 본다는 점에서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나르시시스트들은 감정적이고 극적이고 동정심과 공감능력이 결여된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성격 유형의 이면에 극히 낮은 자존감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어떤 비판도 감내하지 못하며 자신이 비판 받는다고 인식할 때 남들을 멸시하거나 분노를 터뜨리거나 위선적인 태도를 취해 우월감을 느끼려 한다. 나르시스트적 성격의 인물은 자신의 완벽하고 우월한 자아관에 맞지 않을 때 자신의 행위를 모른 척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조사에 따르면 골목대장(bully) 중에는 자기애성 인격장애자가 있는 반면 사회적 상황과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해석 또는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아무런 악의가 없는 사람의 행동도 적대적으로 해석한다. 예컨대 누군가와 무심코 어깨를 부닥쳤을 때 골목대장은 이 사건을 공격 행위로 간주한다. 그에 따라 과잉 반응을 보여 복수하려는 전형적인 ‘골목대장 반응’을 촉발한다. 골목대장은 학대를 당했거나 심리적인 불안정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통상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에선 3개의 원으로 이뤄진 섬뜩한 벤 다이어그램(집합의 포함 관계를 나타낸 도표)이 그려진다. 첫째는 극단적인 현실 쾌락주의, 둘째는 나르시시즘, 셋째는 골목대장 행동이다. 이들 3개의 원이 가운데서 교차해 충동적이고 미숙하고 무능한 인물을 형성한다. 그는 최고 권력자의 위치에 있을 때 쉽게 독재자의 역할에 빠져들면서 가족들로 이른바 친정체제를 구축한다.
 모두 무너져 내릴 수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역할을 맡기에는 정신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의학 전문가 입장에서 빠뜨려선 안될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대통령의 부친 트레드 트럼프가 앓았던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 같은 신경질환 가능성이다. 역시 가까이서 보지 않고 추측으로 진단할 생각은 없지만 1980년대·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초반으로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동영상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났다. 필수 단어의 사용이 크게 감소하고, 아주(very), 커다란(huge), 엄청난(tremendous) 같은 형용사의 구사가 증가하고, 끝없이 계속 이어지는 불완전한 문장은 두서가 없고 사고 흐름이나 기억의 단절을 나타내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경질환(또는 자기애성 인격장애, 또는 어떤 다른 정신건강 문제)이 있는지 검사를 받지 않는 한 두 말할 필요 없이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검사를 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러나 그런 검사결과가 없다 해서 그가 수십 년 동안 보여준 행동들과 그에 따른 위험에 관한 수많은 기록을 지울 수는 없다. 한 개인의 심리적인 균형이 깨졌을 때 그대로 놔두면 모든 게 한쪽으로 기울면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가스에 질식해 죽는 슬픈 장면을 목격한 자신(또는 가족)의 개인적인 안타까움 때문에 다른 나라에 미사일 발사를 명령할 수 있는 초강대국의 막강한 실권자라는 측면에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럽고 변덕스러운 180도 태도 변화와 이 같은 불안정의 표출이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 기업들은 입사 지원자들을 심사한다. 이 같은 검증 과정에는 빈번히 시험이나 퀴즈 형식의 심리 테스트가 포함된다. 입사 지원자가 정직한지 그리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인지를 판단해 더 효과적으로 채용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백화점 판매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다양한 자리에 이 같은 테스트가 적용된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의 후보자들도 이젠 그런 테스트를 받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 [필립 짐바도는 스탠퍼드대학 명예 교수이며 로즈메리 스워드는 타임 퍼스펙티브 요법을 개발한 카운슬러다.]- 필립 짐바도, 로즈메리 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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