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암 유발할까
휴대전화가 암 유발할까
전자파가 건강에 해롭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보건·규제 당국자들이 소극적이었지만 유해성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갈수록 늘어난다 티파니 프란츠는 16세 때 휴대전화를 처음 손에 넣었다. 그 플립폰을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설 때 브라 왼쪽 안에 끼워 넣었다. 21세 때의 어느 날 밤 펜실베이니아주 랭카스터의 집 거실에서 부모와 함께 TV를 보던 중 왼쪽 가슴의 휴대전화를 넣어두던 자리에 콩알만한 혹이 잡혔다. 그 뒤 검사에서 암성 종양 4개가 발견됐다. 엄마가 물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생겨난 거야?”
캘리포니아 남부의 유방암 전문의인 존 웨스트 박사는 그 원인을 안다고 믿는다. 2013년 그는 다른 의사 5명과 공동으로 학술지 ‘의료 사례보고(Case Reports in Medicine)’에 프란츠와 다른 젊은 여성 3명의 종양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3명 모두 습관적으로 브라 안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녔다. 웨스트 박사는 “휴대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젊은 여성의 유방암과 휴대전화 노출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몇몇 사례가 그가 가진 증거의 전부이며 사례가 가설의 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증명할 수는 없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암과 휴대전화 사용의 연관성을 조사하며 엄격한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증거를 모색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 학술 모임에서 웨스트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을 때 그 자리에 모인 약 60명의 유방암 전문의가 그런 연관성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일축한 까닭이다. 그는 “언젠가 사람들이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지금 보니 그의 말이 옳았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지 못 한다고 해서 그의 말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조사에서 한 종의 뇌암 위험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짓고 “휴대전화와 암 위험 간의 연관성을 예의 주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유해성의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규제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 뒤로 휴대전화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86년 휴대전화를 소유한 미국인은 68만1000명이었다. 30년 뒤인 2016년 미국 내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3억96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모든 성인과 어린이 당 한 대를 뛰어넘는 숫자다. 신체와 두뇌가 발육 중이어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십대가 휴대전화 소유에 적극적이다. 올해 초 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13~17세 그룹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95%에 달해 2012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한 세대 전체가 휴대전화와 함께 성장했다. 유아기 때 깨물고 중학교 때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잘 때도 베개 밑에 넣어 보관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모두 50억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앞으로 10~20년 뒤에는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하는지 않는지 확실히 밝혀질 수 있다. 그때까지 우리는 기본적으로 대조군 없이 우리 몸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한 가지 위안거리에 매달렸다. 물리학·생물학과 관련된 우리의 모든 지식에 따르면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할리 없다는 사실이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비전리(nonionizing)’, 즉 X선이나 태양광선의 자외선과 달리 우리 DNA를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전자레인지와 비슷한 방사선을 방출하지만 먹다 남은 파스타를 데우거나 뇌세포를 가열할 만한 세기와는 거리가 멀다(휴대전화 개발 초창기 휴대전화 전자파가 신체 조직을 가열할 가능성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이 한 가지 규제에 대해서만 안전 규제가 수립됐다). 그러나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두뇌나 유방 세포에 작용해 암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알려진 바 없었다.
하지만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통상적인 전화 이용자의 노출 수준에 우려를 나타낸다. 최대 35㎞ 떨어진 이동전화 기지국에 신호가 도달하려면 휴대전화 트랜스미터(전송기)가 강해야 한다. 근접거리에서의 신호강도가 세다는 의미다.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대고 있을 때의 전파 세기는 15㎝ 떨어졌을 때에 비해 약 1만 배 강해진다. 우리 대다수는 프란츠와 다르지 않다. 전화기를 뇌 조직 바로 옆에 있는 귀에 대고 누른다. 매일 몇 시간씩 생식·소화기관 가까운 허리띠에 차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암과 휴대전화 사용의 연관성 조사에선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일정 부분 조사 시행에 따르는 어려움 때문이다. 암은 서서히 진행되는 편이며 휴대전화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그에 따른 영향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결론을 얻으려면 대규모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암 유발요인 중 휴대전화만 별도로 떼어내 조사해야 하지만 이는 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휴대전화 사용 데이터가 모집단 조사에 도움이 되지만 이동통신 업계는 그 데이터를 과학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동통신 업계 단체 CTIA의 한 대변인은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입장은 밝혔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무선 주파수 에너지가 인체 건강에 어떤 위험을 끼치는지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대변인은 또한 “1980년대 중반 휴대전화 등장 이후 미국 내 뇌종양 발생률이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미국 뇌종양 통계를 인용했다. 사실이지만 그런 트렌드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통화할 때 휴대전화를 갖다대는 부위 근처에서의 종양 발생률 증가가 숨겨져 있다. 1992~200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조사한 결과 뇌의 다른 부위에선 악성종양 발생률이 감소했는데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갖다 대는 곳 가까운 뇌 부위인 전두엽·측두엽 그리고 소뇌에선 증가했다(연령 변수 반영). 2012년 학술지 ‘세계 신경외과학(World Neurosurgery)’에 발표된 연구 결과다. 한 가지 종양의 발생률이 1년에 12% 가까이 증가했다. 2014년 학술지 직업·환경의학(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발표된 프랑스의 한 연구는 양성·악성의 모든 뇌종양이 발생한 사람 447명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그 뒤 인구통계적 특성은 같지만 뇌종양 병력이 없는 사람을 약 2배 정도 찾았다.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방식에 관해 직접 인터뷰를 실시했다. 전체적으로 뇌종양과 휴대전화 간에 연관성은 없었다. 하지만 많이 사용하는 사람(평생 동안 896시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은 종양 발생 가능성이 더 컸다. 그러나 이 그룹에 속한 사람이 37명에 불과해 연관성이 있다고 결론짓기에는 표본 숫자가 너무 적었다. 그리고 질병과 행동 간의 연관성을 찾으려는 많은 조사가 그렇듯이 프랑스 연구는 피험자의 기억에 의존한 휴대전화 이용시간 기록을 사용해 신뢰성이 떨어졌다.
그 밖에 휴대전화 이용과의 구체적인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지만 우려를 자아내는 광범위한 트렌드도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04~2009년 미국인의 뇌와 기타 신경계 양성종양 발생률은 연간 3.9% 증가했다. 그리고 2000~2015년 대다수 연령그룹의 미국인 사이에서 악성 뇌종양 발생률은 평행선을 긋거나 감소했지만 두 가지 수치는 예외였다. 20세 이하 흑인 소녀들의 뇌종양 발생률은 연간 1.4%, 20세 이하 비(非)히스패닉계 백인 소녀들에선 연간 1% 증가했다.
한 독물 학자 그룹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하는지 규명하는 과업을 접어두고 훨씬 단순한 문제를 파고들었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로 암성 종양이 생길 수 있을까?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독성연구프로그램(NTP) 연구팀은 시카고의 한 콘크리트 지하실에서 3000마리 이상의 시궁쥐(rat)과 생쥐(mouse)를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것과 같은 전자파에 노출시켰다. 25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이 조사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동물에 종양을 일으킬 수 있는지, 무해한 전자파가 세포에 작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취지였다. 연구팀은 사람의 평균적인 휴대전화 이용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쥐들을 전자파에 노출시키기로 했다. 연구팀은 하루 9시간 동안 쥐들에게 10분씩 전자파 노출과 휴식을 반복했다. 대다수 휴대전화 이용자가 견뎌내야 하는 것보다 더 강한 전자파를 쥐들에게 쐈다. 최저 분량이 대략 휴대전화 이용자가 쐬는 최대치(㎏당 1.5W)와 맞먹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허용하는 최대치는 ㎏당 1.6W로 휴대전화가 기지국 연결에 어려움을 겪을 때나 방출하는 양이다. NTP의 연구를 이끈 존 부처 연구원은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통상적인 통화 중 에너지 방출량은 이 최대 허용치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쥐들을 훨씬 더 많은 양의 전자파에도 노출시켰다. 시궁쥐에는 ㎏당 최대 6W, 생쥐에게는 ㎏당 10W까지 쐈다. 그뿐 아니라 뇌·심장·간·소화계 등 몸 전체의 모든 장기를 높은 수준의 전자파에 노출시켰다. 쥐들에게 쏜 전자파가 너무 강력해 그들의 피부 밑에 마이크로칩을 심어 넣어 체온을 모니터하면서 전자 레인지 속의 팝콘처럼 달궈지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가장 높은 강도에서도 체온상승이 1℃를 넘지 않아 가열은 전자파로 인한 손상 원인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전자파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2014~2016년 2년간 쥐들에게 전자파를 퍼부은 뒤 검진을 실시해 그 결과를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전자파에 노출된 수컷 시궁쥐에게 생긴 종양이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보다 6%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암컷에게선 그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시궁쥐의 종양 발생률이 노출 강도에 비례해 높아졌다. KWH 당 1.5W를 쐰 시궁쥐들에게는 4개의 종양이 생긴 데 반해 KWH 당 6W를 쐰 시궁쥐에 생긴 종양은 11개였다. 노출량에 따라 종양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전자파가 중대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의 책임자인 부처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를 확대 해석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 결과는 아주 강력한 전자파를 오랜 시간 동물에 퍼부으면 그들의 세포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전자파에 잠재적으로 인간의 건강 위험과 관련된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부처 연구원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런 결과 중 불가해하고 잠재적으로 우려스러운 한 가지 문제는 영향을 받는 세포 유형과 관계 있다. 종양이 발생한 슈반 세포는 신경세포를 감싸는 수초(myelin sheath)를 만든다. 쥐 실험에서 종양이 생긴 슈반 세포는 쥐의 심장에 위치한 것이었다. 그러나 슈반 세포는 몸 전체에 존재한다. 머리·가슴·생식기, 휴대전화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는 많은 부위에 존재한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그와 같은 종류의 세포에 희귀한 뇌종양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보여준 앞서의 역학 조사 결과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특히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3월 이탈리아 연구팀이 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도 상당히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라마치니 연구소 과학자들도 시궁쥐 2448마리를 대상으로 하루 19시간씩 그들의 평생 동안 전자파를 퍼부었다. 시카고 지하 연구실의 쥐들과 마찬가지로 전자파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탈리아 수컷 쥐들 심장의 슈반 세포에서 종양 발생률이 훨씬 더 높았다.
학자와 제약업계 전문가 패널이 부처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지난 3월 수컷 쥐의 경우 “발암 활동의 뚜렷한 증거”를 보여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리더쿤 박사는 NTP의 예비 조사결과를 가리켜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중요하다”고 묘사했다. 미국암학회의 최고보건책임자(CMO) 오티스 브롤리 박사는 그것을 “(판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로 불렀다.
올해 초 예비 보고서 형태로 NTP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공중보건 운동가들로부터 휴대전화 전자파의 분류를 ‘가능성 있는(possibly)’에서 ‘가능성 높은(probably)’ 발암요인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요구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빗발쳤다. 그러나 브롤리 박사가 뉴스위크에 한 말마따나 “여전히 몇 가지 큰 구멍이 남아 있다.” 예컨대 왜 수컷의 종양 발생률이 암컷보다 높은 걸까? 그리고 전자파에 노출된 쥐들의 수명이 노출되지 않은 쥐보다 왜 대체로 더 긴 걸까? 무엇보다도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면 어떻게 유발하는 걸까?
워싱턴 D.C.의 비영리단체 환경실무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올가 나이덴코 선임 과학고문은 “어린이를 포함해 미국인의 90% 이상이 해가 뜨나 지나 전자파 기반 기술과 기기에 매달리기 전에 이런 조사가 실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규제 측면에서 공중보건을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부처 연구원은 말한다. 그는 이제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전에는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어떻게 개량해야 할지 조언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준비 중인 추가 조사에서 내년까지는 실마리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신경외과의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의학대학원 교수인 개브리얼 자다 박사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평범하면서도 취약한 세포를 암세포로 바꿔놓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테스트하는 시범적 실험을 준비 중이다. 한 실험에선 전자파를 차단하는 박스 안에 작동하는 스마트폰을 설치했다. 사람의 뇌종양 세포가 담긴 유리병을 전화기 옆에 둔다. 전자파가 다양한 세포 유형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자다 박사가 계획 중인 일련의 장치 중 하나다.
자다 박사와 부처 연구원이 인체에 대한 휴대전화 전자파 영향 조사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동안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NTP 조사의 최종 결과와 권고안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는 올가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연구를 의뢰한 지 근 20년 만에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2012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휴대전화의 현재 사용실태, 최신 리서치, 국제 안전 권고안을 반영하는 테스트 요건과 노출의 재평가를 촉구했다. 보고서는 노출한도 재조사의 필요성에 대한 공식적인 심의를 개시하도록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권고했다. 2016년까지 FCC는 그 문제에 관해 약 900건의 논평을 수집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NTP의 예비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발표한 성명에서 FDA의 의료기기·방사선보건센터 소장인 제프리 슈렌 박사는 “FDA는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현재의 안전 한도가 변함없이 공중보건 보호에 적합한 수준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전자파 에너지 노출 한도 이하의 노출이 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충분히 발견되지 않았다.”
2011년 WHO의 경고 이후 최소 8개국(프랑스·독일·스위스·인도·이스라엘 등) 이상에서 소비자의 휴대전화 전자파 노출을 줄이려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벨기에·프랑스·이스라엘은 아동용으로 설계된 휴대전화의 판매를 금지했으며 아동을 겨냥한 광고를 금지한 나라도 있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013년 휴대전화와 무선제품 표준의 재평가를 FCC와 FDA에 촉구했다. 토머스 매키너니 소아과학회 당시 회장은 ‘어린이는 작은 성인이 아니며 휴대전화 전자파를 포함해 모든 환경적 노출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썼다. 이 단체는 현재 아동과 십대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도록 부모에게 촉구하며 이렇게 경고한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우리 몸에 흡수되는 전자파의 양이 안전한 수준임을 보장할 수 없다.”
개정된 규제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는지 물으려 브롤리 박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자신의 귀에 휴대전화를 바짝 대고 말했다. “이어폰을 착용하라.”
- 로니 코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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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남부의 유방암 전문의인 존 웨스트 박사는 그 원인을 안다고 믿는다. 2013년 그는 다른 의사 5명과 공동으로 학술지 ‘의료 사례보고(Case Reports in Medicine)’에 프란츠와 다른 젊은 여성 3명의 종양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3명 모두 습관적으로 브라 안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녔다. 웨스트 박사는 “휴대전화를 많이 이용하는 젊은 여성의 유방암과 휴대전화 노출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몇몇 사례가 그가 가진 증거의 전부이며 사례가 가설의 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증명할 수는 없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암과 휴대전화 사용의 연관성을 조사하며 엄격한 과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증거를 모색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한 학술 모임에서 웨스트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을 때 그 자리에 모인 약 60명의 유방암 전문의가 그런 연관성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일축한 까닭이다. 그는 “언젠가 사람들이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지금 보니 그의 말이 옳았다’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웨스트 박사가 자신의 이론을 증명하지 못 한다고 해서 그의 말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조사에서 한 종의 뇌암 위험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발표된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짓고 “휴대전화와 암 위험 간의 연관성을 예의 주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유해성의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규제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 뒤로 휴대전화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86년 휴대전화를 소유한 미국인은 68만1000명이었다. 30년 뒤인 2016년 미국 내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는 3억96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모든 성인과 어린이 당 한 대를 뛰어넘는 숫자다. 신체와 두뇌가 발육 중이어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십대가 휴대전화 소유에 적극적이다. 올해 초 퓨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13~17세 그룹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95%에 달해 2012년에 비해 22% 증가했다. 한 세대 전체가 휴대전화와 함께 성장했다. 유아기 때 깨물고 중학교 때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잘 때도 베개 밑에 넣어 보관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모두 50억 명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앞으로 10~20년 뒤에는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하는지 않는지 확실히 밝혀질 수 있다. 그때까지 우리는 기본적으로 대조군 없이 우리 몸을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하는 셈이다.
1. 베개 밑
하지만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통상적인 전화 이용자의 노출 수준에 우려를 나타낸다. 최대 35㎞ 떨어진 이동전화 기지국에 신호가 도달하려면 휴대전화 트랜스미터(전송기)가 강해야 한다. 근접거리에서의 신호강도가 세다는 의미다. 휴대전화를 귀에 바짝 대고 있을 때의 전파 세기는 15㎝ 떨어졌을 때에 비해 약 1만 배 강해진다. 우리 대다수는 프란츠와 다르지 않다. 전화기를 뇌 조직 바로 옆에 있는 귀에 대고 누른다. 매일 몇 시간씩 생식·소화기관 가까운 허리띠에 차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암과 휴대전화 사용의 연관성 조사에선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일정 부분 조사 시행에 따르는 어려움 때문이다. 암은 서서히 진행되는 편이며 휴대전화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 한 세대도 지나지 않았다. 그에 따른 영향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확실한 결론을 얻으려면 대규모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암 유발요인 중 휴대전화만 별도로 떼어내 조사해야 하지만 이는 극히 어려운 작업이다.
휴대전화 사용 데이터가 모집단 조사에 도움이 되지만 이동통신 업계는 그 데이터를 과학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이동통신 업계 단체 CTIA의 한 대변인은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입장은 밝혔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무선 주파수 에너지가 인체 건강에 어떤 위험을 끼치는지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대변인은 또한 “1980년대 중반 휴대전화 등장 이후 미국 내 뇌종양 발생률이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미국 뇌종양 통계를 인용했다. 사실이지만 그런 트렌드의 이면에는 사람들이 통화할 때 휴대전화를 갖다대는 부위 근처에서의 종양 발생률 증가가 숨겨져 있다. 1992~200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조사한 결과 뇌의 다른 부위에선 악성종양 발생률이 감소했는데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갖다 대는 곳 가까운 뇌 부위인 전두엽·측두엽 그리고 소뇌에선 증가했다(연령 변수 반영). 2012년 학술지 ‘세계 신경외과학(World Neurosurgery)’에 발표된 연구 결과다. 한 가지 종양의 발생률이 1년에 12% 가까이 증가했다.
2. 브라 안
그 밖에 휴대전화 이용과의 구체적인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지만 우려를 자아내는 광범위한 트렌드도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04~2009년 미국인의 뇌와 기타 신경계 양성종양 발생률은 연간 3.9% 증가했다. 그리고 2000~2015년 대다수 연령그룹의 미국인 사이에서 악성 뇌종양 발생률은 평행선을 긋거나 감소했지만 두 가지 수치는 예외였다. 20세 이하 흑인 소녀들의 뇌종양 발생률은 연간 1.4%, 20세 이하 비(非)히스패닉계 백인 소녀들에선 연간 1% 증가했다.
한 독물 학자 그룹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하는지 규명하는 과업을 접어두고 훨씬 단순한 문제를 파고들었다.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로 암성 종양이 생길 수 있을까?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독성연구프로그램(NTP) 연구팀은 시카고의 한 콘크리트 지하실에서 3000마리 이상의 시궁쥐(rat)과 생쥐(mouse)를 휴대전화에서 방출되는 것과 같은 전자파에 노출시켰다. 25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이 조사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동물에 종양을 일으킬 수 있는지, 무해한 전자파가 세포에 작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취지였다.
3. 침실 탁자 위
연구팀은 쥐들을 훨씬 더 많은 양의 전자파에도 노출시켰다. 시궁쥐에는 ㎏당 최대 6W, 생쥐에게는 ㎏당 10W까지 쐈다. 그뿐 아니라 뇌·심장·간·소화계 등 몸 전체의 모든 장기를 높은 수준의 전자파에 노출시켰다. 쥐들에게 쏜 전자파가 너무 강력해 그들의 피부 밑에 마이크로칩을 심어 넣어 체온을 모니터하면서 전자 레인지 속의 팝콘처럼 달궈지지 않는지 확인해야 했다. 가장 높은 강도에서도 체온상승이 1℃를 넘지 않아 가열은 전자파로 인한 손상 원인에서 제외할 수 있었다.
전자파는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2014~2016년 2년간 쥐들에게 전자파를 퍼부은 뒤 검진을 실시해 그 결과를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전자파에 노출된 수컷 시궁쥐에게 생긴 종양이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보다 6%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암컷에게선 그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시궁쥐의 종양 발생률이 노출 강도에 비례해 높아졌다. KWH 당 1.5W를 쐰 시궁쥐들에게는 4개의 종양이 생긴 데 반해 KWH 당 6W를 쐰 시궁쥐에 생긴 종양은 11개였다. 노출량에 따라 종양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전자파가 중대한 요인임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의 책임자인 부처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를 확대 해석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인간에게 적용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이 결과는 아주 강력한 전자파를 오랜 시간 동물에 퍼부으면 그들의 세포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연구는 “전자파에 잠재적으로 인간의 건강 위험과 관련된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부처 연구원은 뉴스위크에 말했다.
4. 뒷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그와 같은 종류의 세포에 희귀한 뇌종양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보여준 앞서의 역학 조사 결과 때문에 이 같은 결과는 특히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 3월 이탈리아 연구팀이 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도 상당히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라마치니 연구소 과학자들도 시궁쥐 2448마리를 대상으로 하루 19시간씩 그들의 평생 동안 전자파를 퍼부었다. 시카고 지하 연구실의 쥐들과 마찬가지로 전자파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탈리아 수컷 쥐들 심장의 슈반 세포에서 종양 발생률이 훨씬 더 높았다.
학자와 제약업계 전문가 패널이 부처 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검토한 뒤 지난 3월 수컷 쥐의 경우 “발암 활동의 뚜렷한 증거”를 보여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카이저 퍼머넌트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리더쿤 박사는 NTP의 예비 조사결과를 가리켜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중요하다”고 묘사했다. 미국암학회의 최고보건책임자(CMO) 오티스 브롤리 박사는 그것을 “(판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로 불렀다.
올해 초 예비 보고서 형태로 NTP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공중보건 운동가들로부터 휴대전화 전자파의 분류를 ‘가능성 있는(possibly)’에서 ‘가능성 높은(probably)’ 발암요인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요구가 세계보건기구(WHO)에 빗발쳤다. 그러나 브롤리 박사가 뉴스위크에 한 말마따나 “여전히 몇 가지 큰 구멍이 남아 있다.” 예컨대 왜 수컷의 종양 발생률이 암컷보다 높은 걸까? 그리고 전자파에 노출된 쥐들의 수명이 노출되지 않은 쥐보다 왜 대체로 더 긴 걸까? 무엇보다도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면 어떻게 유발하는 걸까?
워싱턴 D.C.의 비영리단체 환경실무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올가 나이덴코 선임 과학고문은 “어린이를 포함해 미국인의 90% 이상이 해가 뜨나 지나 전자파 기반 기술과 기기에 매달리기 전에 이런 조사가 실시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5.양말 속
신경외과의이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의학대학원 교수인 개브리얼 자다 박사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평범하면서도 취약한 세포를 암세포로 바꿔놓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테스트하는 시범적 실험을 준비 중이다. 한 실험에선 전자파를 차단하는 박스 안에 작동하는 스마트폰을 설치했다. 사람의 뇌종양 세포가 담긴 유리병을 전화기 옆에 둔다. 전자파가 다양한 세포 유형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자다 박사가 계획 중인 일련의 장치 중 하나다.
자다 박사와 부처 연구원이 인체에 대한 휴대전화 전자파 영향 조사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동안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NTP 조사의 최종 결과와 권고안을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는 올가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연구를 의뢰한 지 근 20년 만에 발표될 예정이다.
6. 생식기 근처
NTP의 예비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발표한 성명에서 FDA의 의료기기·방사선보건센터 소장인 제프리 슈렌 박사는 “FDA는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현재의 안전 한도가 변함없이 공중보건 보호에 적합한 수준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전자파 에너지 노출 한도 이하의 노출이 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충분히 발견되지 않았다.”
2011년 WHO의 경고 이후 최소 8개국(프랑스·독일·스위스·인도·이스라엘 등) 이상에서 소비자의 휴대전화 전자파 노출을 줄이려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벨기에·프랑스·이스라엘은 아동용으로 설계된 휴대전화의 판매를 금지했으며 아동을 겨냥한 광고를 금지한 나라도 있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2013년 휴대전화와 무선제품 표준의 재평가를 FCC와 FDA에 촉구했다. 토머스 매키너니 소아과학회 당시 회장은 ‘어린이는 작은 성인이 아니며 휴대전화 전자파를 포함해 모든 환경적 노출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썼다. 이 단체는 현재 아동과 십대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도록 부모에게 촉구하며 이렇게 경고한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우리 몸에 흡수되는 전자파의 양이 안전한 수준임을 보장할 수 없다.”
개정된 규제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는지 물으려 브롤리 박사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자신의 귀에 휴대전화를 바짝 대고 말했다. “이어폰을 착용하라.”
- 로니 코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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