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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뜨거운 난민 논란 어디로? - 행정학] 포용과 추방 사이에서 길을 묻다

[‘각학각색(各學各色)’ | 뜨거운 난민 논란 어디로? - 행정학] 포용과 추방 사이에서 길을 묻다

인권의 보편적 원칙 인정하는 문화 필요…현실적·장기적 난민정책 짜야
난민 문제에 대한 국회의 진지한 담론이 부재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예멘인의 제주도 무비자 입국을 중지시킨 정부 조치가 과연 합당했는지에 대한 법리논쟁이 있고, 난민 신청인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정부의 제한적인 취업알선 특별조치는 그들에 대한 부당한 선처로 오해되는 현실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설전은 거칠고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난민 문제에 대한 이와 같은 논쟁 자체는 민주국가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특정 문화와 종교에 대해 편견을 내세우는 방식이나 숭고한 가치만을 중시해 국민 정서와 여건을 경시하는 방식 모두 여론을 더 분열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포용과 추방 간의 공방을 멈추고 바람직한 해결책에 다가가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우리는 무엇보다 인권의 보편적 원칙을 인정하는 의식과 문화를 키우고 자라게 해야 한다. 우리 역시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난민이나 실향의 경험을 겪었음에도 난민의 처지와 시련에 대해 동정과 공감을 표하는 데에 인색하다. 이는 우리가 아직 인권을 보편적 원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은 자국민이기에 누리는 것이고 특정 문화와 종교 집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차별의 여지가 가능한 예외 조건을 두는 것은 연령이나 성별, 또는 지위나 신분을 근거로 인권의 정도와 크기를 자의적으로 다르게 설정하는 것과 뿌리가 같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외국인이나 특정 문화나 종교 집단 출신에게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근거에 따른 차별도 용인하는 일이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인권보호를 위한 규율과 체계는 있으나 정작 인간에 대한 존엄은 무르익지 않는 우리 사회의 낮은 인권 의식과 문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권은 보편적인 원칙이어야 하는, 물러설 수 없는 근거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고, 이는 곧 우리 국민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그러한 인권의 보편성을 인정하다 하더라도 전폭적으로 난민을 수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여건을 경시할 수도 없다. 대부분은 근거가 없는, 외국에서의 일부 좋지 않은 사례와 경험을 들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 안전을 우려하는 정서와 여론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또 이상적이고 당위적인 수준의 난민정책은 인류 사회의 공동 과제이고 장기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할 난제라는 점을 환기할 필요도 있다. 요컨대 우리는 당분간으로만 최선이 되는 난민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럽 등 외국의 난민정책에서 배워야 할 교훈 중 하나는 급진적인 난민 수용은 오히려 일을 지연시키거나 그르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인권의 보편적 원칙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미흡한 난민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미안함이 바로 이 지점에 존재한다.

아울러 지금의 난민 문제는 예멘 난민 신청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고 또 단지 난민정책의 틀 속에서만 다뤄질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난민정책은 세계화와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장기적으로 이주정책, 나아가 이질성을 포용하며 동질성을 유지하는 통합정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난민 사건이 벌어진 후에서야 임박해서 임시방편으로 필요한 수준과 정도로만 난민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미래 지향적인 통합사회를 이뤄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역시 유럽 등 외국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가 인권의 보편적 원칙을 인정하는 의식과 문화를 바탕으로 당분간 유효하고 적절한, 그리고 장기적으로 최선의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데에 뜻과 마음을 모아야 할 때다.

※ 원준호 교수는…한국정치정보학회장,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조정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전국 국공립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 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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