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나홀로 호황’ 언제까지?] 지난해 정점 지나 … 성장동력 떨어져
[미국 경제 ‘나홀로 호황’ 언제까지?] 지난해 정점 지나 … 성장동력 떨어져
내년 대선 앞두고 저금리 기조 이어갈듯…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불가피 미국 경제 전망은 중요하다. 미국 경기와 금리는 국제 간 자본이동을 통해 세계 주가와 채권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금융시장에서 위험이 커지며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신흥시장에서는 자본 유출이 발생한다. 미국 경기는 국제무역을 통해서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경기 침체는 세계 경기 침체를 불러 신흥시장의 수출을 줄여 침체를 초래한다. 특히 미국 경제는 대미 수출과 대중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경기는 2018년을 정점으로 둔화되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 다시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16년 1.6%, 2017년 2.2%, 2018년 2.9%로 높아졌다. 경기순환 주기를 고려하면 2018년이 경기 호황의 정점이 되고 2019년부터 성장률이 낮아져 올해 1분기 성장률은 2.5%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이 예상과 달리 3.2%로 높게 나오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 또한 미국 경제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가 높아지는데 1분기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0.8%로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1분기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지표가 엇갈리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의 전망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과연 어떻게 될까. 미국 경제를 올바르게 전망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신기술 개발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중시 정책과 미·중 무역전쟁도 중요하며 미국의 금리 정책과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 경제의 성장 요인이 무엇인가는 경제학의 오랜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민간 소비와 투자 그리고 정부 소비와 수출 등의 수요 증가가 단기 경기를 좌우한다. 정책당국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통화·재정정책을 사용하기도 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정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수요관리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지만 지속성을 떨어지는 편이다. 물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총수요를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 기술 진보나 생산성 향상 등을 이뤄야 한다. 출산율을 높일 경우 젊은 인구 증가로 소득이 뒷받침된 새로운 수요가 창출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가 있다.
미국은 출산율이 높고 이민을 통해 젊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큰 구조를 갖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서도 과거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새로운 기술로 승부해왔으며 높은 기술 개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신기술은 미국에서 개발했으며, 그 결과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패권국가가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기술이 개발이 지연되면서 미국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예컨대 셰일가스 추출 기술을 개발했지만 성장률을 높게 지속시키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양적완화라는 통화확대 정책으로 미국의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를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다시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경기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미국 경기 회복은 양적완화 정책에 의한 단기적 회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신기술 개발이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신기술 개발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를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무엇일까. 외국에서 수입하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방법과 금리를 다시 인하해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외국에서 생산하던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기지를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을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시행했고, 미·중 무역분쟁도 결국은 제조업 제품의 수입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대책의 일환이다. 보호무역 외에도 환율을 조정해서 수입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BHC(Bennet-Hatch-Carper) 법안을 통과시켜 외국이 통화가치를 내려서 수출을 늘리는 것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확대 재정정책에 의해 정부 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조세감면 등을 통해 사용했고 또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과도하게 늘린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전략 또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서비스업의 부가가치가 높지만 제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매몰비용이 커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인식하고 있다. 또 제조업을 살려야 세계 경제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을 살려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제조업 수출국인 중국이나 한국·일본 등과의 무역분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왜 과거에는 제조업을 중시하지 않았을까.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은 수입에 의존하고 대신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상품을 수출하는 전략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에 대해서 미국은 예외 없이 금융시장을 개방하게 했다. 금융시장을 개방할 경우 미국은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상품을 수출해 제조업 무역에서의 적자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국제금융전략을 사용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환율을 큰 폭으로 내렸으며 한국의 경우도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런 정책의 결과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으로 승부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전략을 간파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국부를 축적하면서 단기간에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으며 대신 미국은 국부유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실패한 미국은 양적완화로 대응해 달러 가치를 낮추고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 했으나 중국 또한 양적완화로 대응해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고용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를 통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나 위안화 환율 조정을 목표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배경 외에도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패권을 막으려는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 역사적으로 제조업을 잃은 나라는 세계 경제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영국의 사례를 보거나 독일이나 일본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낮았으나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으로 첨단기술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환율 조정과 금융시장 개방에 미온적이자 관세 부과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던 것을 25%로 올리기로 했으며 앞으로 나머지 수입금액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1개월 후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3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총수입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와 달리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200억 달러 규모이며, 이 중 이미 500억 달러에 대해서는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나머지 600억 달러에 대해서도 5~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도 25%로 관세를 높일 계획이지만 수입 규모가 적어 추가적 무역보복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쉽게 타결되기 어렵다. 두 나라 모두 자국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는 데다, 세계 경제의 패권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보호무역을 실시할 경우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중국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으며, 중국이 관세 인상으로 보복할 경우 미국의 농·축산물 수출이 감소하면서 농업부문 종사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따라서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소폭 줄이는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나 환율에 대한 타협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허용하지 않거나 환율 결정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미중 무역협상은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을 위해 미국 경제를 부양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경기가 침체되고 고용이 감소할 경우 집권당은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경기는 선거와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이른바 정치적 경기변동론(Political Business Cycle, PBC)이 작동할 경우 선거 1~2년 전 정치권과 정부는 중앙은행에 금리를 내리고 확대 통화정책을 사용해 경기를 부양시킬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준에 금리 인하를 권고하고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해서 미국 연준은 상대적으로 독립돼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 혼재된 상황에서 행정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미국 금리는 지난 3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의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는 동결될 가능성이 크고, 내년에 한차례의 인상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타결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경우 미국 경기 침체는 가속화될 수 있으며 미국 금리 인하 시기도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올 1분기 호황인 것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반면 수입 증가율은 3.7% 감소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감소했다. 또 정부 지출이 2.4% 늘어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부지출과 수출 증가가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많아 1분기와 같은 호황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나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히 타결될 경우 미국 경기는 단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은 지속되기가 어렵다. 신기술 개발이나 생산성 증가도 단기간에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면에서 미국 경제 전망은 중단기적으로 밝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이 경험할 경기 침체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거나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이렇게 보면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경우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는다. 그동안 임금 인상과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내수가 침체되면서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매월 20만개 이상 늘어나던 일자리는 10만개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청년실업은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또한 낮아지면서 부실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아지고 있으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내수 침체에 수출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경기 경착륙도 우려되고 있다. 개방경제에서 경기 경착륙은 자본유출을 고리로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도 높아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 자본유출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정책수단 역시 제한적이다. 확대 재정정책인 추가경정예산과 금리 인하 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추경은 정치적 갈등으로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으며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 우려돼 한국은행이 사용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정책수단이 제약된 상황에서 경기 경착륙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것을 막지 못해 자본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 정책당국은 기업을 불안하게 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서 투자환경을 개선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경착륙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금리정책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의 교통 여건을 개선, 서울 도심주택 수요를 줄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주력 산업과 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과 같이 임금 인상으로 소비를 늘리는 수요 중심의 전략보다 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공급 위주의 새로운 과학기술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물론 중국의 추격에 대응해 주력 산업과 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일자리를 만들면서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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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에 ‘서프라이즈 성장률’
미국 경제는 과연 어떻게 될까. 미국 경제를 올바르게 전망하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신기술 개발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중시 정책과 미·중 무역전쟁도 중요하며 미국의 금리 정책과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 경제의 성장 요인이 무엇인가는 경제학의 오랜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민간 소비와 투자 그리고 정부 소비와 수출 등의 수요 증가가 단기 경기를 좌우한다. 정책당국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통화·재정정책을 사용하기도 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환율정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수요관리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지만 지속성을 떨어지는 편이다. 물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총수요를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 측면에서 기술 진보나 생산성 향상 등을 이뤄야 한다. 출산율을 높일 경우 젊은 인구 증가로 소득이 뒷받침된 새로운 수요가 창출돼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가 있다.
미국은 출산율이 높고 이민을 통해 젊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큰 구조를 갖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서도 과거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새로운 기술로 승부해왔으며 높은 기술 개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신기술은 미국에서 개발했으며, 그 결과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패권국가가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기술이 개발이 지연되면서 미국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 예컨대 셰일가스 추출 기술을 개발했지만 성장률을 높게 지속시키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양적완화라는 통화확대 정책으로 미국의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를 회복 국면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다시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경기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미국 경기 회복은 양적완화 정책에 의한 단기적 회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신기술 개발이 동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신기술 개발이 없는 상황에서 수요를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무엇일까. 외국에서 수입하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방법과 금리를 다시 인하해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외국에서 생산하던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기지를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을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시행했고, 미·중 무역분쟁도 결국은 제조업 제품의 수입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는 대책의 일환이다. 보호무역 외에도 환율을 조정해서 수입을 줄이고 국내 생산을 늘릴 수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BHC(Bennet-Hatch-Carper) 법안을 통과시켜 외국이 통화가치를 내려서 수출을 늘리는 것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확대 재정정책에 의해 정부 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조세감면 등을 통해 사용했고 또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과도하게 늘린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최근 미국경제의 나홀로 호황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성장전략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제조업 회귀 정책, 보호무역 강화
그렇다면 왜 과거에는 제조업을 중시하지 않았을까.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은 수입에 의존하고 대신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상품을 수출하는 전략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에 대해서 미국은 예외 없이 금융시장을 개방하게 했다. 금융시장을 개방할 경우 미국은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상품을 수출해 제조업 무역에서의 적자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국제금융전략을 사용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환율을 큰 폭으로 내렸으며 한국의 경우도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런 정책의 결과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같은 전략으로 승부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전략을 간파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국부를 축적하면서 단기간에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으며 대신 미국은 국부유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에 실패한 미국은 양적완화로 대응해 달러 가치를 낮추고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려 했으나 중국 또한 양적완화로 대응해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고용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를 통해 중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나 위안화 환율 조정을 목표로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배경 외에도 미중 무역분쟁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패권을 막으려는 전략과도 연관이 있다. 역사적으로 제조업을 잃은 나라는 세계 경제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영국의 사례를 보거나 독일이나 일본이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동안 중국의 제조업 기술이 낮았으나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으로 첨단기술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이 환율 조정과 금융시장 개방에 미온적이자 관세 부과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던 것을 25%로 올리기로 했으며 앞으로 나머지 수입금액 3000억 달러에 대해서도 1개월 후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3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총수입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와 달리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200억 달러 규모이며, 이 중 이미 500억 달러에 대해서는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나머지 600억 달러에 대해서도 5~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도 25%로 관세를 높일 계획이지만 수입 규모가 적어 추가적 무역보복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쉽게 타결되기 어렵다. 두 나라 모두 자국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는 데다, 세계 경제의 패권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보호무역을 실시할 경우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중국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가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으며, 중국이 관세 인상으로 보복할 경우 미국의 농·축산물 수출이 감소하면서 농업부문 종사자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따라서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소폭 줄이는 선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이나 환율에 대한 타협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을 허용하지 않거나 환율 결정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미중 무역협상은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를 침체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미국 대선과 금리 인하 가능성
미국 금리는 지난 3월 공개시장조작위원회의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는 동결될 가능성이 크고, 내년에 한차례의 인상을 예상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타결이 지연되거나 결렬될 경우 미국 경기 침체는 가속화될 수 있으며 미국 금리 인하 시기도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올 1분기 호황인 것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반면 수입 증가율은 3.7% 감소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이 감소했다. 또 정부 지출이 2.4% 늘어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부지출과 수출 증가가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많아 1분기와 같은 호황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나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히 타결될 경우 미국 경기는 단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리 인하나 양적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은 지속되기가 어렵다. 신기술 개발이나 생산성 증가도 단기간에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면에서 미국 경제 전망은 중단기적으로 밝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이 경험할 경기 침체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분쟁에서 중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거나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이렇게 보면 미중 무역분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미국과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경우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받는다. 그동안 임금 인상과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내수가 침체되면서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다. 매월 20만개 이상 늘어나던 일자리는 10만개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청년실업은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성 또한 낮아지면서 부실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아지고 있으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내수 침체에 수출 감소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경기 경착륙도 우려되고 있다. 개방경제에서 경기 경착륙은 자본유출을 고리로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도 높아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 자본유출 또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정책수단 역시 제한적이다. 확대 재정정책인 추가경정예산과 금리 인하 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추경은 정치적 갈등으로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으며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 우려돼 한국은행이 사용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정책수단이 제약된 상황에서 경기 경착륙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것을 막지 못해 자본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 경기 침체 때시 한국 경제 경착륙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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