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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숲으로 이뤄진 도시 만들자”

“수직 숲으로 이뤄진 도시 만들자”

나무와 화초로 장식한 아파트 등 도심 녹화 노력이 기후·생태계 위기 대응에 충분하진 않지만 유의미한 출발점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 (‘수직 숲’이라는 뜻). 약 1000그루의 나무와 수많은 화초로 장식한 고층 건물이다. / 사진:REUTERS/YONHAP
지구를 위협하는 기후·생태계 위기를 극복하려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사회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그런 시급한 변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상당히 복잡한 일이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더구나 그중 일부는 전혀 어렵지 않고 우리가 보기에도 좋으며 모두에게 득이 된다. 우리 도시를 가로수와 도심 공원, 텃밭과 옥상 정원으로 푸르게 만들면 계속 치솟는 기온을 낮출 수 있고,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의 행복과 사회적 유대감도 커질 수 있다.

도시 공간의 녹화가 기후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교통수단과 산업 활동이 열기를 더하고, 콘크리트 건물이 초목을 계속 대체하면서 나타나는 열 차단 효과 때문에 도시의 기온은 농촌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도시가 더워지면 주민은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그로 인해 에너지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열섬 효과가 심해진다.

식물은 잎이 태양 광선에 노출될 때 증발하는 수분을 통해 도시 기온을 낮춘다. 또 열기를 흡수하는 땅이나 건물 표면에 그늘을 만들어 온도를 떨어뜨린다. 연구에 따르면 햇볕이 강한 날 한 그루의 건강한 나무가 소형 에어컨 10대 이상의 냉방 효과를 낼 수 있다.

식물은 미세먼지처럼 건강에 해로운 오염원을 막는 데도 도움을 준다. 미립자 형태로 대기 중에서 하강하는 미세먼지를 잎의 외피나 끈끈막으로 가둘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도심에서 차량 운행을 금지하거나 최소한 제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대량 녹화가 추가로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가로수와 텃밭, 공원의 초목이 앞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도시의 기온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지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에 폴란드 바르샤바대학의 옥상 정원에서 책을 읽는 여성. / 사진:XINHUA/YONHAP
도시 녹화의 효과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고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나타나는 증거에 따르면 인간이 녹색 공간에 노출되면 사회적·심리적으로 이로울 뿐 아니라 건강상의 혜택도 따른다. 스트레스와 불안감 감소, 인지 기능 개선, 우울증 위험 저하, 전반적인 정신적·신체적 웰빙 향상 등이 그런 혜택에 포함된다. 도시에서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면 그 일에 참여하는 주민만이 아니라 해당 구역 전체의 사회적 결속감과 유대감이 강해진다는 증거도 있다. 신선한 제철 채소를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말할 것도 없다.

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애용되는 산림욕은 자연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육체적·정신적 건강 혜택에 초점을 맞춘다. 왜 우리가 자연에 둘러싸일 때가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지 아직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자연을 좋아하는 것은 인류 보편적이며 예로부터 널리 인정됐다. 그런 사실은 우리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 녹색 갈증)’가 오랜 세월 인간과 식물이 서로 가까이 접촉한 상태에서 함께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생겨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간은 본래 자연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자연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도시의 녹화와 생태 복원이 급속히 사라지는 생물의 다양성에 필수적인 보호막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사회경제적 활동, 특히 부유층의 그런 활동이 생물의 자연 서식지를 빼앗았고, 숲의 많은 부분을 파괴했으며, 수로를 오염시켰고, 생명체가 의존하는 계절 리듬을 교란했다. 인간이 주범인 제6차 대멸종이 시작된 상황에서 갈수록 더 많은 생물 종이 살 곳을 잃어간다.

도시의 생태 복원은 모든 생물 종에 필수적인 복잡 미묘한 자연 과정이 다시 활기를 띠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야생 초원과 초목 군락지를 조성하면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을 비롯해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종이 번성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주요 생물 종을 다시 도입할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

우리 도시의 대량 녹화와 생태 복원은 새롭거나 추상적인 이상이 결코 아니다. 이미 전 세계의 여러 도시 공간에서 그런 일이 진행 중이다. 프랑스 수도 파리는 2020년까지 녹지를 100㏊로 늘리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했다. 영국 런던은 가로수와 공원 복원을 통해 2050년까지 런던의 절반 이상을 녹화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 도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오필리아 도시 네트워크’의 파트너인 싱가포르는 건축과 도시 설계에 ‘자연’을 통합한 모범 사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파크로얄 온 피커링 호텔은 초목이 무성한 테라스와 곤충과 새가 서식하는 옥상 정원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미래 지향적 설계와 운동에 참여하는 도시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와 함께 싱가포르의 ‘자연 속의 커뮤니티’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대중이 야생 공간을 존중하고, 즐기며, 자연에 관해 배우는 과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닥쳐오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려면 도시 녹화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그 외에 성장 주도의 경제를 구조적으로 재편하고 전 세계에 만연한 불평등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도시에 새로운 생명을 주는 것이 아주 유용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 노력은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생물 종에도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구는 우리만이 아니라 그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들도 생존 가능한 미래를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

- 헤더 알베로



※ [필자는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 정치생태학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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