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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업계에도 세대 교체 바람] 초기 창업자 대다수 50대 중반 넘어

[사모펀드 업계에도 세대 교체 바람] 초기 창업자 대다수 50대 중반 넘어

국내 사모펀드 제도 도입 후 15년 흘러… 1세대 은퇴 시기에 촉각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도 고민은 있다. 어느덧 사모펀드 제도 도입 후 15년을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어서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사모펀드 초기 창업자들 역시 세월을 피해갈 수 없었다. 국내 주요 사모펀드 가운데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는 1971년생으로 아직은 2세대를 준비하기에는 여유가 있다. 반면 다른 주요 사모펀드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50대 중반을 넘어섰다.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은 1963년생이며 IMM PE의 송인준 대표는 1965년생, VIG파트너스의 박병무 대표는 61년생이다. H&Q코리아의 이정진 대표는 1958년생으로 이미 60세를 넘어섰고 스카이레이크의 진대제 회장은 1952년생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 늦어도 60대 중반이 넘으면 사실상 현업에 나서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출자약정을 받은 후 투자 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7~10년가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올해 설정할 펀드들은 청산 시점에 해당 사모펀드를 진두지휘했던 핵심 인물들의 은퇴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민연금은 사모펀드 두 곳에 출자를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운용사 세대교체 계획을 별도로 확인했다. 소유구조상 모기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금융그룹 계열 사모펀드는 논외로 하더라도 창업 1세대들에게 지분이 집중된 독립계 사모펀드는 다음 세대를 고민해야만 하는 셈이다.
 보유 지분 처리 문제가 관건
사모펀드 업계의 세대 교체는 생각보다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사모펀드의 소유구조는 삼성이나 LG 등 벌써 3세 승계가 진행된 상장기업보다는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과 유사하다. 사람이 핵심 자산인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서는 핵심 인력에게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모펀드도 마찬가지다.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사모펀드들은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키기 위해 핵심 인사 간 지분을 나누고 파트너로서 지위를 제공한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창업자의 은퇴가 없었지만 대량의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가 은퇴를 결정할 경우 보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파트너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새로 파트너를 선임할 때도 다른 파트너들이 갖고 있는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수장이 되겠다는 야심과 실력을 갖춘 젊은 인재 입장에서도 이미 유명해진 사모펀드의 대표로 승진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설립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자신의 이름을 건 새 회사를 설립할 경우 기존 파트너들의 지분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쓸데 없는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사모펀드 업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사례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역시 사모펀드인 칼라일의 한국대표를 역임한 후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설립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역시 모건스탠리 PE에서 한국대표와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를 역임하고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세대 교체에 정답은 없다. 국내보다 역시가 긴 미국이나 유럽 역시 사모펀드별로 제각각이다. 다만 창업자의 상징성이 큰 회사들은 세대 교체가 쉽지 않다.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이라는 논픽션 소설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사모펀드 KKR이 대표적인 사례다. KKR은 창업자인 제롬 콜버그와 헨리 크래비스, 조지 로버츠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1976년 설립됐다. 창업자 가운데 제롬 콜버그는 1987년 자신의 이름을 딴 콜버그앤컴퍼니를 설립하면서 KKR에서 물러났지만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는 여전히 공동 회장 및 공동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헨리 크래비스와 조지 로버츠는 모두 1944년생으로 70대 중반이다.

국내에서도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처럼 창업자의 상징성이 큰 사모펀드들은 후계 구도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달리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발 빠른 세대 교체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곳으로는 VIG파트너스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꼽힌다. 두 곳 모두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창업자의 나이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VIG파트너스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설립한 보고펀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고,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회장이 설립한 곳이다.
 “세대 교체 핵심 요소는 창업자의 시각”
국내 토종 사모펀드 가운데 세대 교체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VIG파트너스다. VIG파트너스는 지난 2014년 보고 펀드의 기업 인수 목적 사모펀드 부분이 떨어져 나와 설립된 곳이다. 이 과정에서 변양호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나고, 이재우 대표는 기업인수형 사모펀드보다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에서 자신의 적성을 더욱 살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 아래 보고 펀드자산운용의 대표를 맡았다. VIG파트너스는 박병무, 신재하 공동대표 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공동대표는 “독립계 사모펀드들만 놓고 보면 보고펀드 창업자들의 연배가 가장 많았다. 사실상 창업자인 변양호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60세가 되면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덕분에 보고펀드는 굉장히 이른 시점부터 다음세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이철민, 안성욱 부대표를 공동대표로 승진시키면서 4인 경영체제를 확립했다. 박병무 대표와 신재하 대표의 연배가 비슷하고 이철민 대표와 안성욱 대표의 연배가 비슷하다는 점 때문에 다음 세대까지 준비한 세대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한번도 지분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VIG파트너스는 공동대표들이 지분을 동등하게 보유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함께 VIG파트너스는 공정한 인사 시스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누가 승진하더라도 구성원 전체가 수긍할 수 있도록 성과를 공유한다. 개인별로는 담당하는 펀드의 성과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는 이익분배금(Carried interest)를 사전에 확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세대 교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창업자의 시각이다. 창업자가 먼저 나서서 세대 교체를 고민했기 때문에 현재 지분을 동등하게 나눠 갖고 있는 4명의 파트너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때가 되면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물려주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현재 VIG파트너스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 투명한 인사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새 회사 설립하는 스카이레이크
VIG파트너스는 국내 사모펀드 가운데 가장 먼저 세대교체에 성공한 곳으로 꼽힌다. 사진은 이철민 공동 대표./사진:황건강 기자
진대제 펀드로도 유명한 스카이레이크는 5월에 새 운용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2세대로 전환을 진행 중이다. 새로 회사를 설립해 진 회장이 50%의 지분을 가져가고 나머지 50%는 민현기 대표와 김영민 부대표 등 다른 임직원이 나눠 갖는 구조다. 현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의 지분은 진대제 회장이 100% 보유중인데, 진 회장의 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지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완전히 새로운 회사가 아니라 스카이레이크 브랜드를 이어가기 때문에 기존 투자철학과 운용인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직 세대 교체에 여유가 있는 사모펀드들은 IMM PE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IMM PE의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로 이름을 올린 이해준 부사장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프린스턴대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을 마쳤다. 미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일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다른 사모펀드들에서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력이지만, IMM에서는 남다른 경력이다.
 기존 파트너 지분율 낮춘 IMM PE
이해준 부사장 이전까지만 해도 IMM PE의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들은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들이 회계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들에게서도 국내 대학, 회계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나타난다. 이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하기 전인 2015년 말 기준으로 IMM PE의 지분은 창업 멤버인 송인준 대표와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영호 IMM PE 수석부사장, 손동한 부사장 등 다섯명이 나눠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지성배 대표와 김영호 부사장은 송인준 대표와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이며 회계법인에서 함께 근무한 후 함께 창업한 인사들이다. 장동우 대표는 송인준 대표와 동서지간이다. 손동한 부사장은 공인회계사로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IMM PE에 합류했다.

이해준 부사장은 지난 2016년 보통주 1만5000주를 취득하면서 IMM PE의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송 대표는 보유 주식 가운데 14500주는 우선주로, 5300주는 회사에 넘겼다. 이에 따라 송 대표의 지분율은 지성배 대표와 동일한 26.89%가 됐다. 장 대표는 보유 주식을 우선주로 전환하면서 현재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IMM PE가 발행한 우선주는 전환우선주로 액면가는 보통주와 같지만 배당률이 보통주의 300%까지 지급 가능하다. 또 발행일인 2016년 3월 22일 이후 10년 이내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율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새로운 세대를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IMM PE에 합류하면서 해외 시장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해외통인 이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송인준 대표가 각별히 신경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IMM PE 입장에서는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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