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정상회담의 기회 살려야”
“미국-이란 정상회담의 기회 살려야”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이 효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정한 외교적 해결책 모색 필요해 현재의 미국-이란 관계를 어떤 표현으로 가장 적절히 묘사할 수 있을까? ‘팽팽히 긴장된 상태’ 외에는 다른 말을 찾기 어렵다. 오랜 적대국인 미국과 이란은 각각 자국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며 한 치의 양보 없이 상대방이 먼저 눈을 깜빡거리도록 만들기 위해 압박과 긴장 고조 전략에 전적으로 매달린다. 물론 최근 들어 몇 차례 대화 시도가 있었지만 그 역시 견해차를 해소하려는 진정한 노력이라기보다 ‘눈치 전쟁’에서 이기려는 전술에 불과했다.
당연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긴장 완화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의 정찰용 드론을 격추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위기까지 치달으며 군사적인 장기 대치로 나아가는 조치를 불사하는 현재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매우 위험하다. 작은 오판이 대규모 충돌로 비화할 경우 미국과 이란만이 아니라 중동의 다른 나라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 측면을 감안할 때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그곳으로 ‘깜짝’ 초청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외교적인 출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주목할 만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대담한 외교적 행동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프 외무장관과 마크롱 대통령의 만남에 동석하지 않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자리프 장관 초청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G7 정상회의 폐막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이란과의 새로운 핵협정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이란 대통령 간 만남이 몇 주 안에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제거를 원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환경이 올바르게 조성되면 당연히 만남에 동의할 것”이라며 “다만 그들은 좋은 상대가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소위 ‘최대 압박’ 정책이 옹호론자들의 자신만만한 예측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얻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안 모색에 나섰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중동의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부인해선 안 된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프랑스 관리들과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이란으로 돌아갔다. 물론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약속 외에는 다른 좋은 소식은 없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근본적인 견해차가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성향인 이란 팔레비 왕조가 전복되면서 양국 간 국교가 단절된 이래 40년에 이르는 적대적 관계의 역사를 바탕으로 ‘우호의 가교’를 건설하기는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브라이언 후크 이란특사 등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들은 외교보다 제재가 정답이라는 전략으로 이란을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파산시키려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정책을 줄기차게 이란의 정권 교체를 주창하는 행정부 내의 인사에게 일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라도 이란과의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진정으로 나서려면 지난 한 해 동안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 ‘최대 압박’ 정책을 제시한 참모들을 제어해야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완전히 잘못된 전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이란이 제재로 경제적인 압박을 심하게 받으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다급해져 협상 테이블에 나와 재정적인 붕괴로부터 정권을 구하려고 미국과 합의할 것이라는 전제는 더는 먹히지 않는다.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은 이란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지난해 5월 하루 250만 배럴에서 올해 7월 하루 약 10만 배럴로 96%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이란 경제가 6%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최대 압박’ 정책이 이란 경제에 가져다주는 이런 단기적인 효과가 이란의 외교 정책에서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압박 전략은 이란 정부를 굴복시켜 이란 관리들이 넙죽 엎드려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이란 정치 체제 내부의 강경파를 단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대치를 원치 않는 동맹국들과 미국 사이를 소원하게 하고, 이란의 공격적인 행동을 부추겼을 뿐이다. 예를 들어 백악관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예외 없이 완전히 차단하는 제재를 발표하자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6척을 공격하고 3척을 억류하며 저항했다. 그처럼 ‘최대 압박’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연한 현실은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굴복할 경우 앞으로 이란은 더 심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G7 정상회의 기간 중 자리프 외무장관을 초청하는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선 것은 대담한 외교적 노력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재고하지 않는 한 그런 노력도 효용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협상 의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란이 핵합의를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공격을 중단하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이란산 원유의 금수 조치에서 예외를 다시 인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의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물론 서로 주고받는 것이 무엇이든, 또 어떤 방식이든 그것은 협상의 진전에 달렸으며, 그 속성으로 볼 때 그런 거래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적대감이 영구화되면서 위험한 상황에 더 심한 긴장을 추가할 뿐이다.
- 대니얼 R. 데페트리스
※ [필자는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민간연구단체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연구원이며, 정치 전문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 칼럼니스트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연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긴장 완화다. 미국과 이란이 서로의 정찰용 드론을 격추하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 위기까지 치달으며 군사적인 장기 대치로 나아가는 조치를 불사하는 현재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매우 위험하다. 작은 오판이 대규모 충돌로 비화할 경우 미국과 이란만이 아니라 중동의 다른 나라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런 측면을 감안할 때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그곳으로 ‘깜짝’ 초청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외교적인 출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주목할 만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 대담한 외교적 행동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프 외무장관과 마크롱 대통령의 만남에 동석하지 않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자리프 장관 초청에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8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G7 정상회의 폐막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이란과의 새로운 핵협정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이란 대통령 간 만남이 몇 주 안에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제거를 원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 “환경이 올바르게 조성되면 당연히 만남에 동의할 것”이라며 “다만 그들은 좋은 상대가 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소위 ‘최대 압박’ 정책이 옹호론자들의 자신만만한 예측보다 훨씬 못한 결과를 얻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안 모색에 나섰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중동의 긴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부인해선 안 된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프랑스 관리들과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이란으로 돌아갔다. 물론 논의를 계속하겠다는 약속 외에는 다른 좋은 소식은 없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근본적인 견해차가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성향인 이란 팔레비 왕조가 전복되면서 양국 간 국교가 단절된 이래 40년에 이르는 적대적 관계의 역사를 바탕으로 ‘우호의 가교’를 건설하기는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브라이언 후크 이란특사 등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들은 외교보다 제재가 정답이라는 전략으로 이란을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파산시키려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대이란 정책을 줄기차게 이란의 정권 교체를 주창하는 행정부 내의 인사에게 일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라도 이란과의 외교적 해결책 모색에 진정으로 나서려면 지난 한 해 동안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 ‘최대 압박’ 정책을 제시한 참모들을 제어해야 한다.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정책은 완전히 잘못된 전제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이란이 제재로 경제적인 압박을 심하게 받으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다급해져 협상 테이블에 나와 재정적인 붕괴로부터 정권을 구하려고 미국과 합의할 것이라는 전제는 더는 먹히지 않는다.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은 이란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지난해 5월 하루 250만 배럴에서 올해 7월 하루 약 10만 배럴로 96%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이란 경제가 6%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최대 압박’ 정책이 이란 경제에 가져다주는 이런 단기적인 효과가 이란의 외교 정책에서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의 압박 전략은 이란 정부를 굴복시켜 이란 관리들이 넙죽 엎드려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이란 정치 체제 내부의 강경파를 단합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대치를 원치 않는 동맹국들과 미국 사이를 소원하게 하고, 이란의 공격적인 행동을 부추겼을 뿐이다. 예를 들어 백악관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예외 없이 완전히 차단하는 제재를 발표하자 이란은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6척을 공격하고 3척을 억류하며 저항했다. 그처럼 ‘최대 압박’ 정책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엄연한 현실은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굴복할 경우 앞으로 이란은 더 심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G7 정상회의 기간 중 자리프 외무장관을 초청하는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선 것은 대담한 외교적 노력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재고하지 않는 한 그런 노력도 효용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협상 의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란이 핵합의를 전적으로 따르기로 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유조선 공격을 중단하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이란산 원유의 금수 조치에서 예외를 다시 인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의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물론 서로 주고받는 것이 무엇이든, 또 어떤 방식이든 그것은 협상의 진전에 달렸으며, 그 속성으로 볼 때 그런 거래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적대감이 영구화되면서 위험한 상황에 더 심한 긴장을 추가할 뿐이다.
- 대니얼 R. 데페트리스
※ [필자는 미국 워싱턴 D.C. 소재 민간연구단체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Defense Priorities)의 연구원이며, 정치 전문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 칼럼니스트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의 개인 견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