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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자’ 된 30대] ‘가점제’ 청약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

[‘청포자’ 된 30대] ‘가점제’ 청약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

‘외벌이’ 강요하는 특별공급… 희망타운은 ‘미스매치’
5월 19일 접수 받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에서 15가구 모집에 6933명의 신청자가 몰려 462.2대 1의 경쟁률이 나타났다. 사진은 흑석리버파크자이 조감도. / 사진:연합뉴스
몇해전 부동산 시장엔 ‘청포자’라는 말이 신조어로 등장했다. ‘청약을 포기한 자’를 줄인 말인데, 청약 당첨이 사실상 어려워져 청약을 포기한 30대를 가리킨다.

그간 청약은 모은 돈이 부족한 젊은 층이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여겨졌다. 부모세대의 경험을 본 젊은이들은 청약을 주거를 해결함과 동시에 재산을 키울 수 있는 창구로 여겼다. 그렇다면 무엇이 젊은 사람들의 청약을 포기하게 만든 것일까.

청포자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말 청약 가점제가 확대 적용되고 나서다. 청약가점제는 그 구조 자체가 젊은 세대에게 불리하다. 가점의 총점(84점)을 구성하는 항목 중 ‘무주택기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무주택기간의 최고점은 15년 이상으로 32점인데, 무주택 기간을 산정하는 나이가 만 30세부터이기 때문에, 최고점을 받으려면 최소 만 45세가 돼야 한다. 이제 막 결혼을 해 출산을 시작하는 30대들에겐 ‘부양가족 수’라는 기준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만 느껴진다.

이 같은 가점제의 확대적용은 그나마 25%에 한해 공급되던 ‘추첨제’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 제도가 적용된 이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공급하는 85㎡ 이하 물량은 모두 가점제로 공급되므로, 모든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일반적인 30대에게 청약은 ‘하늘의 별 따기’도 아닌 불가능한 일이 돼 버렸다.

실제 올 들어 당첨자 발표일 기준으로 이달까지 서울에 공급된 민간분양 아파트 3곳의 가점 커트라인은 ‘르엘신반포’ 62점, ‘호반써밋목동’ 61점, ‘우장산숲아이파크’ 56점 등이다. 올해 기준 만 39살에 두 자녀를 가진 직장인을 가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가점은 무주택기간 18점(8~9년), 부양가족 20점(배우자 및 두 자녀),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15년 이상) 등 55점으로 커트라인이 가장 낮았던 ‘우장산숲아이파크’ 최저 가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맞벌이 불리해 ‘경력 단절’ 양산
이처럼 가장 집이 필요한 30대 신혼부부가 청약 가점제에서 소외된다는 문제의식은 청약 가점제가 처음 실시될 당시부터 존재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민간 공급물량 일부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게 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고 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는 민간공급주택의 85㎡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공공주택 특별법 적용 주택은 30%)를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신혼특공’은 20~30대 신혼부부가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아래서도 신혼부부들의 내집 마련은 어렵다. 주택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신혼특공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19일 접수 받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흑석3구역)’ 특별공급 청약에선 31가구 모집에 7807명이 접수해 평균 25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 중 신혼 특공의 청약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쟁률은 462.2대 1, 15가구 모집에 몰린 신청자가 6933명에 달한다. 역대 서울 아파트 특별공급 가운데 최다 인원, 최고 경쟁률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혼특공에 대한 기준을 놓고서도 불만 섞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소득기준’이다. 신혼특공 지원자는 전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기준의 120% 이하(외벌이 기준)이어야 한다. 2인 이하 가구의 경우 월 525만원, 3인 가구는 675만원, 4인 가구는 747만원으로 고소득자가 아닌 이상 지원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부부가 모두 일을 하는 경우 얘기가 다르다. 맞벌이에 적용되는 기준은 1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월 소득이 2인가구 569만원, 3인가구 731만원, 4인가구는 809만원 이하여야 지원이 가능해진다.

실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신혼부부 138만 쌍 중 21.6%가 특공 청약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맞벌이 신혼부부의 경우 청약 소득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벌이 신혼부부 66만4000쌍 중에선 7만3000쌍(11%)만 특공 소득기준(120%)을 초과했던 반면, 맞벌이 신혼부부 58만6000쌍 중 20만4000쌍(34.8%)이 특공을 신청할 수 없었다.

실제 당첨 확률을 고려하면 소득이 더 낮아야 한다. 공급 물량의 75%를 소득기준 100% 이하, 맞벌이의 경우 120% 이하에게 우선 공급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사실상 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 여기에 또 외벌이 기준으로 소득이 80%(맞벌이는 100%) 이하인 경우 가점이 부여된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 각각 도시근로자 가구원별 평균소득의 50% 이하의 임금을 받아야 높은 당첨 확률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맞벌이 신혼부부 58만6000쌍 중 소득 기준 100% 이하인 가구는 26만8000쌍으로 46%에 불과했다. 54%의 맞벌이 신혼부부는 청약이 몰리는 신혼특공에서 당첨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임 의원은 “신혼부부의 경우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맞벌이 비중이 높고 경제활동의 중심에 있지만 초기 자산이 부족한 특성이 있다”며 “이런 신혼부부의 특성을 반영해, 신혼부부 특공 등의 소득기준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이 같은 공급 방식이 ‘경력 단절’을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맞벌이 부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부부 중 한명이 직장을 그만두는 사태가 빚어져서다.

서울에 거주하며 2017년 말 아이를 출산한 A씨(33·여)도 최근 주택분양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A씨는 “신혼 특공이 아니면 서울에서 사실상 집을 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청약 확률을 높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 휴가가 끝나고 복직해 월 300만원을 벌어 250만원을 베이비시터에게 주며 생활해 왔는데, 내 집 마련을 위해 자발적으로 경력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 허무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혼부부 특별공급 및 신혼희망타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직장을 그만뒀거나,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최근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신혼부부들 마저 분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지 고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가 높기 때문에 입주 기준과 자금조달 능력의 괴리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소득이 낮은 30대 신혼부부가 분양을 받지만 이들이 주택을 분양받기 위해 조달해야 할 자금은 크기 때문이다. 흑석리버파크자이 59㎡형을 놓고 보면 분양가가 6억4000만~7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신혼특공 당첨 기준이 높은 기준수익 80% 이하의 직장인이 대출을 끌어 모아도 이 같은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로 9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적어도 60%의 자금이 있어야 한다. 7억원짜리 주택을 분양받을 때 4억2000만원이 종자돈으로 필요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2인가구 도시근로자 소득 기준 80%의 월소득 350만원을 10년간 모조리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상 결국 자력이 아니라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만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신혼특공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끊임없이 나타난다. 최근 경찰청은 2018년 5월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분양권 투기사범에 대한 단속을 벌여 브로커, 위조 전문가 등 454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점을 높이기 위해 임신진단서를 위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동산을 분양받고 이를 불법 전매했다. 이들이 부정 당첨에 가장 많이 동원한 방식이 신혼특공이었다. 특별공급을 통한 부정 당첨 적발 278건 중 신혼특공이 41%(116건)에 달했다.
 입지 나빠 외면 받는 신혼희망타운
정부는 신혼특공과 함께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이름의 공공주택도 공급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놀이공간 확보 등 육아특화설계를 적용해 공급 주택 전부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구조로 주변 단지 시세의 70~80% 금액으로 분양한다. 정부는 이를 2022년까지 10만호 공급한다는 계획인데, 이 역시 젊은 신혼부부에게 큰 희망이 되진 못하는 모양새다.

신혼희망타운 역시 민간분양 신혼특공처럼 소득 기준에 제한이 존재한다. 분양형의 경우 지원 기준은 민간 분양과 동일한데, 가구소득이 월평균 소득기준의 70%(맞벌이 80%) 이하여야 1순위에서 최대 가점을 받을 수 있다. 2순위의 경우 소득과는 관계가 없지만 미성년 자녀수가 3명 이상이어야 최고 가점을 받을 수 있어 인기 지역에선 사실상 2자녀 이상의 가구만 혜택을 볼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의 더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에 있다. 서울권에 공급되는 단지는 ‘로또’라고 평가 받는 반면 지방에 공급된 단지는 쳐다보지도 않는 상황이 빚어졌다.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신혼희망타운은 14개 단지, 6675가구인데 이 중 7개 단지가 청약에서 미달됐다. 대부분 서울 접근성이 낮은 수도권이나 지방에 들어서는 단지다.

전북 완주에 분양한 ‘삼봉 A2블록 신혼희망타운’은 594 가구를 모집하는데, 39명만 청약에 참여했다. 이에 반해 서울에서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은 ‘로또’로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말 수서역세권에서 분양한 신혼희망타운은 398명 모집에 총 2만4115명이 몰려 평균 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형별 최고 경쟁률은 154대 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경기 고양, 과천, 수원, 위례, 아산 탕정, 창원 명곡 등에 분양형 8006호를 공급하는데, 입지를 살펴보면 일부 지역에만 신청이 몰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신혼부부의 수요에 맞는 지역에 신혼희망타운을 지어야 청년층 주택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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