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우려, M&A 기로에 선 배달의민족] ‘4조7500억 수표는 쥐었는데…’ 깊어지는 고민
[독과점 우려, M&A 기로에 선 배달의민족] ‘4조7500억 수표는 쥐었는데…’ 깊어지는 고민
자금력 든든한 DH… 우군 될까, 껄끄러운 경쟁사로 남을까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과 관련한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심사통과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어 향후 사업 확장과 시장지배력 강화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토종 배달업체임을 강조했던 우아한형제들은 독과점·수수료 인상 문제로 홍역을 치른 이력이 있다. 일부 지자체가 공공배달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드는 경쟁사가 늘고 있는 것도 우려 요소다. 여기에 기업가치(4조7500억원)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2019년 12월, 세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중국 제외)인 독일계 회사 DH는 국내 1위인 배달의민족을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싱가포르에 5:5 합작사(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를 세우고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계약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다. 공정위는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합칠 때 특정 시장에서 독과점이 형성되고 경쟁이 약화되는 등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따진다. 공정위가 ‘승인’ 판정을 내리지 않으면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은 불가능해진다. 우아한형제들이 받아든 4조7500억원짜리 수표가 종잇조각이 되느냐, 아니면 현금이 되느냐 여부는 공정위 판단에 달렸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이번 심사의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심사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시장 독과점’ 여부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시장점유율은 약 63%, DH가 운영하는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은 34%가량으로 추정된다. DH가 우아한형제들과 한 기업이 될 경우 국내 음식배달시장의 97%를 장악하게 된다. 완벽한 독점체제가 구축되면서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
비슷한 문제로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두 회사가 결합하면 CJ헬로비전이 진출해 있는 전국 23개 유선방송 권역 가운데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돼 공정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독과점’ 문제도 주요 변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각각 보유한 소비자·가맹점 정보를 이용해 경쟁자의 시장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독과점 기업 횡포 문제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하며 “정보 자산을 수반하는 M&A의 경쟁 제한 효과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이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일각에서는 우아한형제들에 큰 타격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DH와 본격 경쟁: 무엇보다 우아한형제들은 DH라는 글로벌 회사와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두 회사는 인수합병 계약 전까지 수수료, 배달비 인하 등의 방법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결과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내자 DH가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그런데 기업 결합이 무산되면 두 회사는 다시 경쟁사가 된다. 경쟁 무대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이 될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배달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이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지역에는 그랩, 우버이츠 등 글로벌 회사들이 포진해있다. DH도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기업가치 재평가: 4조7500억원으로 평가됐던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도 재조정될 수 있다.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달의민족을 흡수하면 한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경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면 4조7500억원이 결코 큰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한국 시장을 독점할 수 없게 된다. 안정적으로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4조7500억원에 달한다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DH가 인수합병에 성공했을 때 평가 가능한 금액”이라며 “향후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지만, DH를 제외하고 그 정도 금액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는 업체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업체 등장: 현재 음식 배달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 배달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합병이 무산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다른 업체들도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쿠팡이츠도 본격적으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이미 올 상반기 음식 배달 시장에서 이용자 수 기준으로 3위를 차지했다는 조사도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나란히 1~3위를 유지해온 시장점유율 체제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쿠팡이츠와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5%, 1.7%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직 진입 초기 단계인 쿠팡이츠의 성장세에 따라 배달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등에 업은 쿠팡이츠와 DH의 자금력을 무기 삼은 요기요가 경쟁하면 자금줄이 마땅치 않은 우아한형제들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565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364억원에 달했다.
이미지 추락: 수수료 체계 변경 논란으로 불거진 갑질 논란도 부담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수수료 체제 개편을 강행하며 독과점 폐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수수료를 월 8만8000원(수수료 포함)짜리 정액제 중심에서 건당 5.8% 정률제로 바꿔 비판을 받았다.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개선책을 찾겠다면서도 정률제를 고집하다가 정치권까지 비판의 수위를 높이제 결국 ‘백지화’를 선언했다. 마케팅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인수합병 계약 이후 ‘배신의민족’, ‘게르만민족’이라고 불리며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많이 깎아 먹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수합병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도 나온다. ‘배달 앱’ 시장에서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점유율이 97%에 달하지만, ‘배달 음식 시장’ 전체로 영역을 넓히면 점유율은 15%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오픈마켓 시장 1, 2위였던 옥션과 지마켓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다. 이베이가 운영하던 옥션과 인수 대상이었던 지마켓의 2008년 시장점유율은 87.5%에 달했다. 독과점 문제가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시장 자체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시장 참여자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해 인수를 허가했다. 다만 3년간 거래수수료율 인상 금지 등의 조건을 내세운 바 있어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결합도 조건부 승인이 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고위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배달 앱’만 놓고 볼 때 논란이 있지만 전화 주문, 외식 시장 등 음식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면 배민은 독점 기업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기업 등 경쟁 업체가 언제든 들어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달 음식 시장은‘열린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공정화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점이 우아한형제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공정화법은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처럼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영향력을 무기로 ‘갑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디지털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주업체 간 거래 관계를 규율하고 수수료율 책정, 판촉 활동비용 배분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DH-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으려 했다면 독과점을 빌미 삼아 얼마든지 퇴짜놓을 수 있었다”며 “플랫폼공정화법을 통해 독점 기업의 횡포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합병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우아한형제들로서는 아시아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노하우와 DH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문화와 인구 분포상황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가진 우아한형제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DH가 4조7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이 우리나라 시장 만을 놓고도 전 세계 푸드 딜리버리업체 가운데 4위 수준”이라며 “아시아 전역에서 음식 배달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배민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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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세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중국 제외)인 독일계 회사 DH는 국내 1위인 배달의민족을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싱가포르에 5:5 합작사(조인트벤처) ‘우아DH아시아’를 세우고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했다.
하지만 계약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마지막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있다. 공정위는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합칠 때 특정 시장에서 독과점이 형성되고 경쟁이 약화되는 등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따진다. 공정위가 ‘승인’ 판정을 내리지 않으면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은 불가능해진다. 우아한형제들이 받아든 4조7500억원짜리 수표가 종잇조각이 되느냐, 아니면 현금이 되느냐 여부는 공정위 판단에 달렸다는 뜻이다.
DH-우아한형제들 결합심사 통과 장담 못해
비슷한 문제로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두 회사가 결합하면 CJ헬로비전이 진출해 있는 전국 23개 유선방송 권역 가운데 21곳에서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가 돼 공정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독과점’ 문제도 주요 변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이 각각 보유한 소비자·가맹점 정보를 이용해 경쟁자의 시장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독과점 기업 횡포 문제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하며 “정보 자산을 수반하는 M&A의 경쟁 제한 효과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인수합병 무산시 배민은 타격 불가피
DH와 본격 경쟁: 무엇보다 우아한형제들은 DH라는 글로벌 회사와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두 회사는 인수합병 계약 전까지 수수료, 배달비 인하 등의 방법으로 치열하게 경쟁했다. 결과적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내자 DH가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그런데 기업 결합이 무산되면 두 회사는 다시 경쟁사가 된다. 경쟁 무대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이 될 전망이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배달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이 동남아시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지역에는 그랩, 우버이츠 등 글로벌 회사들이 포진해있다. DH도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기업가치 재평가: 4조7500억원으로 평가됐던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도 재조정될 수 있다.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달의민족을 흡수하면 한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경쟁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면 4조7500억원이 결코 큰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한국 시장을 독점할 수 없게 된다. 안정적으로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아로 진출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4조7500억원에 달한다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가치는 DH가 인수합병에 성공했을 때 평가 가능한 금액”이라며 “향후 음식 배달 시장의 성장을 지켜봐야 하지만, DH를 제외하고 그 정도 금액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는 업체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쟁업체 등장: 현재 음식 배달 시장에서 배달의민족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 배달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합병이 무산되고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다른 업체들도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쿠팡이츠도 본격적으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이미 올 상반기 음식 배달 시장에서 이용자 수 기준으로 3위를 차지했다는 조사도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나란히 1~3위를 유지해온 시장점유율 체제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쿠팡이츠와 배달통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5%, 1.7% 수준에 불과하지만, 아직 진입 초기 단계인 쿠팡이츠의 성장세에 따라 배달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등에 업은 쿠팡이츠와 DH의 자금력을 무기 삼은 요기요가 경쟁하면 자금줄이 마땅치 않은 우아한형제들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565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364억원에 달했다.
이미지 추락: 수수료 체계 변경 논란으로 불거진 갑질 논란도 부담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수수료 체제 개편을 강행하며 독과점 폐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배달의민족 수수료를 월 8만8000원(수수료 포함)짜리 정액제 중심에서 건당 5.8% 정률제로 바꿔 비판을 받았다. 사실상 수수료 인상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개선책을 찾겠다면서도 정률제를 고집하다가 정치권까지 비판의 수위를 높이제 결국 ‘백지화’를 선언했다. 마케팅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이 인수합병 계약 이후 ‘배신의민족’, ‘게르만민족’이라고 불리며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많이 깎아 먹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인수합병 허가 가능성도
우아한형제들 고위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배달 앱’만 놓고 볼 때 논란이 있지만 전화 주문, 외식 시장 등 음식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면 배민은 독점 기업이 아니다”라며 “글로벌 기업 등 경쟁 업체가 언제든 들어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달 음식 시장은‘열린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공정화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는 점이 우아한형제들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공정화법은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처럼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영향력을 무기로 ‘갑질’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디지털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주업체 간 거래 관계를 규율하고 수수료율 책정, 판촉 활동비용 배분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DH-우아한형제들의 합병을 허가하지 않으려 했다면 독과점을 빌미 삼아 얼마든지 퇴짜놓을 수 있었다”며 “플랫폼공정화법을 통해 독점 기업의 횡포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합병을 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우아한형제들로서는 아시아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노하우와 DH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 문화와 인구 분포상황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가진 우아한형제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DH가 4조7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민이 우리나라 시장 만을 놓고도 전 세계 푸드 딜리버리업체 가운데 4위 수준”이라며 “아시아 전역에서 음식 배달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배민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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