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투자법? "동업하는 마인드로 주식에 투자하라"
[투자 고수에게 듣는다①]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1
시드머니 없어도 퇴직연금, 연금저축펀드로 투자 시작해야
※ 투자 광풍이다. 주변에 넘쳐나는 투자 무용담에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는 만큼 버는 법. [이코노미스트]가 투자 고수들의 혜안을 모았다. 첫 번째는 동학개미의 선봉장으로 불리우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다. [편집자]
“시드머니는 지금 당장 있습니다.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을 통해 주식을 시작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이 DC형이 아닐 경우엔 연금저축펀드에 반드시 가입하세요.”
30대 초반에 접어들었지만 주식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주린이’ 기자가 금융문맹이 가야할 길을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코로나19와 코스피 3000 돌파라는 역동적 흐름을 보인 한국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 선봉장’ ‘존봉준(존리+전봉준)’ 이라는 별명을 얻은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존리 대표를 만났다. 초보들을 위한 투자 추천법에 대해 그는 “기업의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따져야 한다”며 “내가 주인이 되고 싶은 회사를 찾아 동업을 하겠다는 투자 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갖고 싶은 회사’ ‘내가 사장이 되고 싶은 회사’를 찾으면 됩니다. 이게 주식투자 철학입니다.
금융문맹의 고민상담
저 또한 ‘주린이’입니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무엇을,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데요. 초보 투자자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것’을 추천하신다면?
사실 많은 사람들은 당장 투자할 자금이 없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씨드머니는 이미 있어요. ‘퇴직연금’이라는 것이요. 직장에서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을 거란 말이죠. 일단은 그 퇴직연금이 확정기여형(DC형)인지 확정급여형(DB형)인지를 알아봐야 하는데요, 개인이 투자를 하려면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합니다. 30대 초반이라면 앞으로 퇴직할 날이 30년 정도 남았으니 그 사이에 은퇴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건데요. 은퇴자금은 젊었을 때 주식투자를 통해 마련하는 것이 좋아요. 30대 주린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투자 스텝으로는 DC형 퇴직연금을 통해 주식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회사의 퇴직연금이 DB형이면 어떡하나요?
회사에 DC형 가입을 요청을 해야 해요. 요청을 해도 변경이 안 된다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회사가 DB형으로 정해놨다는 건데, 사실 그건 한국 퇴직연금 제도의 잘못된 부분이에요. 미국의 경우에는 퇴직연금 때문에 백만장자가 많이 나오거든요. 30년이 지나도 정해진 원금만 보장되고 있으면 돈을 벌기가 힘들죠.
그럴 경우, 두 번째로 해야 할 스텝은요?
두번째로 해야 하는 것은 ‘연금저축펀드’입니다. 반드시 가입할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연금저축펀드를 무조건 추천하는 편인데, 세금을 환급해주거든요. 매년 400만원 정도만 넣으면 되는데, 400만원이면 하루에 커피 1~2잔 가격이에요. 제가 종종 ‘커피를 사먹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그 돈을 아껴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게 투자적 측면에선 훨씬 이득이거든요. 그게 시작이에요.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사야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처음부터 없는 돈을 마련해 바로 주식을 사는 것은 힘들어요. 어떤 주식을 사야할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최근 ‘샐러리맨펀드’를 출시했는데, 이걸 활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비대면 계좌를 열어서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통해 하루에 만원, 한 달에 30만원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투자는 일단 시작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초보들은 가장 쉬운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좋죠.
‘좋은 기업’을 찾는 존리 대표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사실 주식에는 전문가가 없습니다. 저도 전문가가 아니에요. 다만 몇 가지의 팁을 알고 그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다는 것뿐이죠. 기업에 대한 공부라는 것도 대단하거나 특별한 게 없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좋은 제도를 이용해 일단 투자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고요. 투자 초보자들에게는 주식보다는 펀드를 먼저 추천합니다. 펀드를 사면 펀드매니저들이 관리를 해주니까 초보 입장에선 용이하죠. 이후 본인이 개별 주식에 투자를 하고 싶을 때엔 주식 투자를 하는 건데, 공부보다는 ‘철학’이 필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란 타이밍을 잘 맞춰 잘 사고, 잘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주식 투자라는 것은 결국 그 기업과 동업하는 겁니다.
투자가치의 기준이란 무엇인지요.
결국 ‘내가 동업할 기업을 어떻게 고를까’입니다. 어렵겠지만 간단합니다. ‘내가 갖고 싶은 회사’ ‘내가 사장이 되고 싶은 회사’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내가 카카오 주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네이버 주인이라면, 또 맥도날드의 주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단순히 그 기업의 주가가 얼마나 오를까를 먼저 봐요. 내가 100만원 투자했을 때 10만원을 벌 수 있을지 20만원을 벌 수 있을지를요. 그런데 그것은 투자가 아닙니다.
재무제표나 오너리스크 등도 살펴봐야 하지 않나요?
그것도 물론,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아주 초보자의 경우엔 그러한 경영환경을 살피는 것 자체가 힘들 수 있어요. 그럴 땐 주식의 가격을 보지 말고, 갖고 싶은 기업을 먼저 살피는 것이 좋아요. 그러고 나서 그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 경쟁기업, 업황 등을 살펴봐야겠죠. 그때부터는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갈 필요가 있어요.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순서와 철학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주식 투자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팔아야 할 것 같아요. 매도 타이밍은 어떻게 잡아야 하죠?
주식을 살 때 이유가 있는 것처럼 팔 때에도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60세쯤 은퇴해 현금이 필요한 경우, 더 좋은 기업이나 더 갖고 싶은 기업을 찾았을 경우, 본인이 주식을 잘못 샀을 경우 등이요. 또 세상이 바뀌었을 경우도 있겠네요.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될 것 같은데 이러한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전환하지 못하는 그런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을 때 그 주식을 팔아야 하겠죠. 이런 각각의 경우에 신중히 생각해서 매도 결정을 해야 합니다.
코스피 3200선이 돌파됐는데, 지금 주식을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과는 큰 상관이 없어요. 어차피 장기적으로 투자를 계속 할 것이니까요. 마켓타임을 맞추려고 해선 안 됩니다. 무조건, 매일매일, 조금씩이라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비싼 가방을 사려고 백화점 가지 말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해야죠.
결국 주식을 일종의 ‘장기 투자’로 보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하루라도 일찍 사고, 하루라도 늦게 팔아야 합니다. 내 돈이 ‘일’을 하고 있는데 그걸 중단시킬 필요가 없잖아요. 내가 어느 기업의 주식을 사는 순간, 그때부터 내 돈은 나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또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나서 주식을 해보겠다’고 생각하는데,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내 돈을 일하게 하는데 기다릴 이유가 없죠.
강민경 기자 kang.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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