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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기간만 벌써 10년, 엔씨가 AI에 꽂힌 이유는?

당장 ‘돈이 되는’ 사업 연결보다는 기술력 축적에 집중
이재준 AI센터장, 윤송이 사장 권유로 엔씨에 합류
게임 AI는 물론 야구 서비스 등 게임외 분야 연구도 활발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사진 엔씨소프트]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 연구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2011년 AI 전담조직을 출범한 이래 10년 동안 관련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엔씨는 AI 기술을 통해 당장 ‘돈이 되는’ 사업으로 연결하기보다 기술력 축적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게임 회사’를 넘어 ‘기술 회사’로 도약하겠단 포부다.
 
엔씨는 2011년 2월 AI TF를 출범한 후 2012년 AI랩, 2016년 AI센터로 관련 조직을 점차 확대했다. 아울러 엔씨는 2015년 1월 AI랩 산하 자연어처리(NLP)팀을 신설하고 2016년 AI센터 산하 NLP랩을 구성, 이를 2017년부터 NLP센터로 확대했다.
 
현재 엔씨의 AI 연구개발 조직은 AI 센터와 NLP센터 두 개 축을 기반으로 하위에 ▶게임 AI랩 ▶스피치랩 ▶비전 AI랩 ▶언어 AI랩 ▶지식 AI랩 등 5개의 랩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랩에서 근무하는 AI 전문 연구인력만 200여 명에 달한다.  
 

AI 기술력 인정받은 엔씨…리니지2M 등은 AI 기술 적용

엔씨의 AI 연구개발은 김택진 엔씨 대표와 AI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송이 사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는 게임과 연관된 AI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외 분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연구 기간만 벌써 10년, 업계에서는 엔씨가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2019년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초대한 저녁 식사 자리에 김택진 엔씨 대표를 초대하기도 했다. 국내 수많은 IT 기업 가운데 엔씨를 초대한 것은 엔씨의 AI 기술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씨의 AI 연구개발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은 1970년생인 이재준 엔씨 AI센터장이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박사 출신인 그는 SK텔레콤을 거쳐 윤송이 사장의 권유로 엔씨에 합류했다. 엔씨 AI TF장, AI 랩장 등을 거쳐 현재 센터장(전무)을 맡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19년 열린 ‘NC AI 미디어 토크’에서 ‘엔씨의 AI 기술 수준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엔씨 AI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특히 게임 AI는 독보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엔씨는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의 보스 몬스터에 AI 기술을 적용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등장한 보스들은 유저에게 아이템을 주기 위한 자원일 뿐이었지만, AI가 적용된 보스는 유저들의 전쟁 상황을 조율하는 조율자 역할도 수행한다.  
 
한 예로 리니지2M의 여왕개미 보스는 자신의 굴에 들어온 사람 중에서 어떤 혈맹이 우세하고 위기인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강한 혈맹에 버프를 주거나 약자에 스턴을 주는 등 최대한 많은 시체를 만들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리니지M’ 적용을 목표로 개발 중인 ‘보이스 커맨드’는 음성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입구로 이동, 지원요청’ 등 간단한 명령부터 가능하도록 적용할 계획이다.
 
엔씨는 2018년 9월 e스포츠 대회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 현장에서 선보인 ‘블소 비무 AI 이벤트 매치’를 통해 게임에 적용된 AI를 선보이기도 했다. 엔씨는 각각 다른 학습체계를 적용한 3종류(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의 AI를 유럽, 중국, 한국 프로게이머의 상대로 선보였다.
 
가령 방어형 AI는 상대 체력을 줄이기보다 자신의 체력 보존을 중요하게 여겨서 상대 선수와 거리를 벌려 유리한 기회에 반격했으며, 공격형 AI는 상대에 근접해 빠른 시간에 승부를 내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었다. 현재는 ‘블레이드&소울’ 게임 중 ‘무한의 탑’ 콘텐츠에 AI 기능이 적용돼 있으며, 딥러닝을 적용한 AI와 대결하며 유저들은 마치 실제 유저와 전투를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AI 야구 서비스 '페이지' [사진 엔씨소프트]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 등 게임외 분야 AI 연구도 활발

 
엔씨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AI도 연구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게임 개발에 필요한 무수한 시행착오와 소요 시간, 비용 단축 등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로 ‘게임 AI랩’에서 개발하고 있는 ‘보이스 투 애니메이션’이 꼽힌다. 음성에 맞춰 캐릭터의 표정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수작업으로 하면 1분짜리 대화에 필요한 표정을 그리는 데만 하루가 족히 걸리지만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게임 제작 과정 내에서 사람의 업무를 도울 수 있는 심층 강화학습 기반의 의사결정기술, 기획자를 위한 콘텐츠 자동 생성 기술 등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계학습 기반의 그래픽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기계학습을 활용해 기존 게임 그래픽 품질을 높이고 애니메이터의 수작업을 줄이기 위한 AI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엔씨는 야구단 운영 경험을 살려, 야구를 활용한 AI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인 ‘페이지(PAIGE)’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응원 구단을 설정하면 구단과 선수에 대한 AI 콘텐츠는 물론, 구단 뉴스와 경기 일정, 결과, 순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AI가 직접 편집한 ‘경기 요약 영상’을 제공한다. 모든 타석의 결과를 15~20분 수준으로 편집한 영상으로 이용자가 경기 전체를 한 번에 확인하기 용이하다. 하이라이트나 승부처, 선수별 활약 등 AI가 주제별로 편집한 주요 장면도 볼 수 있다. 챗봇과의 채팅을 통해 경기나 구단, 선수 등과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엔씨는 최근 머신러닝 기반 ‘AI 기자’를 개발하기도 했다.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로 작성되는 기사는 국내 최초다. AI가 일기예보 데이터와 한국환경공단의 미세먼지 자료를 파악한 뒤, 스스로 기사를 작성한다. 현재까지의 ‘로봇 기사’는 증시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정형화된 데이터를 미리 만든 템플릿에 넣어 만드는 방식이었지만, 엔씨가 개발한 AI 기자는 머신러닝 기반 NLP 기술을 습득해 문장을 100%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엔씨는 기자의 업무를 돕는 AI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AI가 기사 내용을 파악해 관련 사진을 자동 추천하는 기술, 특정 이슈의 흐름을 파악해 타임라인에 따라 자동으로 연표를 생성하는 기술 등을 곧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엔씨는 자사의 NLP 기술과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해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을 사람이 아닌 AI가 제공하는 ‘AI PB’ 개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엔씨 관계자는 “AI 전문가 윤송이 사장의 도움으로 우수한 AI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었다”며 "온라인과 모바일 등 다방면에 AI를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개발∙투자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재준 엔씨 AI센터장 [사진 엔씨소프트]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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