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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의 서소문 오락실] 웹소설로 ‘억대 연봉’ 꿈꾸는 지망생들...현실은 ‘냉혹’

웹소설 ‘돈이 된다’는 소문에 지망생 크게 늘어
기성 작가들 “3편 이상 성공하기 전에는 전업 신중해야”

 
 
 
카카오페이지 이미지 [자료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진심이 닿다’ 해당 드라마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입니다.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로맨스 장르?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웹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웹소설은 말 그대로 웹상에서 연재되는 소설을 의미합니다. 지난 2013년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용어가 상용화·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1990년대 PC통신문학, 2000년대 유행한 인터넷소설 등이 그 전신이라고 할 수 있죠.
 
웹소설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기준 약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약 6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한 것으로 웹소설 업계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네이버·카카오 참여로 급성장한 웹소설 시장 

웹소설 시장이 드라마틱하게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우선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대중화가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책 대여점 등에서 직접 소설책을 빌려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빌린 책들은 주로 학교나 집 등에서 소비됐습니다. 즉 책을 편하게 볼 공간이 필요했죠.
 
하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던 소설들은 온라인 공간으로 들어가게 됐고, 지금은 웹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독자들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이동 시간을 활용해 웹소설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콘텐트를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과거와 비교해 독자 폭도 크게 넓어졌죠.
 
또 다른 시장 성장의 원동력은 네이버·카카오 등 IT공룡들의 웹소설 시장 본격 진출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웹소설 시장에 진심을 다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지난 5월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죠.
 
그렇다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소설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원천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함이죠. 최근 콘텐트 업계의 트렌드는 웹소설 IP를 활용해 →웹툰을 제작하고 →이를 다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오리지널 IP들은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군침이 당길 수밖에 없죠.
 
이렇듯 웹소설 시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작가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억원까지는 못 벌어도 대기업 직장인 연봉 이상을 버는 작가들도 크게 늘었고요.
 
웹소설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웹소설 작가에 도전하는 지망생들도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가 추산하는 웹소설 작가 지망생은 약 20만명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웹소설 스토리 구상 등을 도와주는 학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웹소설은 특별한 형식이 없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에 속합니다. 당장 관련 플랫폼에 글을 올리면 아마추어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웹소설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또 다른 얘기죠.
 
보통 지망생이 작가로 데뷔하는 방법에는 웹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자유 연재를 통해 출판사와 계약을 맺거나 공모전을 통해 입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웹소설 플랫폼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작가 데뷔의 기회도 예전보다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프로 작가 데뷔를 노리는 지원자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죠.
 
그럼 작가로 데뷔하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출판사들의 연락을 받기 위해선 매일 최소 5500자 정도를 꾸준히 써야만 합니다. 하루라도 소설을 올리지 않으면, 독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소설을 연재 하다 보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게 되고, 각 플랫폼별 ‘투데이 베스트’에 입성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렇게 투데이 베스트 안에서 순위를 올리다보면 출판사나 플랫폼으로부터 계약 제의를 받게 됩니다.
 
다시 말해 ‘매일 5500자 작성’ → ‘투데이 베스트 진입’  → ‘출판사와 계약’이라는 과정을 거쳐 정식 작가로 데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프로 작가 데뷔가 생각보다 어려워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 신춘문예 등을 통해 바늘구멍을 통과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죠.
 

낮은 진입 장벽에 지망생 크게 늘어...성공하기는 쉽지 않아

실제로 많은 지망생이 ‘돈이 된다’는 소문에 이끌려 웹소설 작가 데뷔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지망생은 첫 번째 단계인 ‘매일 5500자 작성’에서 탈락합니다. 창작이라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매일매일 5500자를 작성한다는 것은 보통의 인내력이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또 매일 5500자를 쓴다고 해서 모든 웹소설이 투데이 베스트에 오를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겠죠. 아울러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에 대한 공부도 요구됩니다.  
 
어렵게 투데이 베스트에 올라 출판사와 계약을 따내도, 정식 출판한 웹소설이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무료일 때는 잘 따라오던 독자들이 유료 이후 귀신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작품 한 두편을 낸 이후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누군가는 작품이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서 등등 수많은 이유로 웹소설업계를 떠나고 있습니다. 상당수 기성 작가들은 최소 3편 이상의 작품을 성공한 이후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그만큼 차기작 흥행을 장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성공한 웹소설 작가 중 상당수는 웹소설 시장이 소위 ‘돈이 안 되던’ 시절부터 글을 써오던 사람들입니다. 글 쓰는 게 좋아 이 시장에서 버티다 보니, 기회가 오게 됐고 이를 잡은 것입니다.
 
물론 웹소설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프로 작가로 데뷔할 길이 열릴 것입니다. 다만 웹소설 자체에 대한 흥미도 없으면서 ‘돈만 보고’ 도전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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