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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기대 신약, 연이은 허가 불발…R&D 집중해 위기 타개

‘롤론티스’ FDA로부터 '보완요구공문' 수령…한미 측 “보완사항 빠르게 해결 가능”
지난 2월 CRL 수령한 ‘오락솔’처럼 추가 임상 진행 없을 듯
신약 R&D 강화 기조 지속…추가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진행 중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 한미약품]
올해 한미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신약이 연이어 불발되고 있다. 미국 스펙트럼에 라이선스 아웃(기술 이전)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아테넥스에 라이선스 아웃된 전이성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지난 6일 롤론티스의 신약허가 신청서에 관한 '보완요구공문(CRL)'을 FDA로부터 수령했다고 밝혔다. 스펙트럼은 앞서 롤론티스의 임상3상을 완료하고 미국 품목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FDA는 올해 5월 롤론티스의 국내 원액 제조소인 평택 한미약품 바이오 플랜트에 대해 승인 전 실사에 착수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CRL은 아쉽지만 현재 세부 보완사항을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번 CRL은 지난 5월 진행된 한미 제조시설 실사 결과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현지 DP(포장·충진) CMO의 지적사항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미의 보완사항 등은 빠르고,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FDA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에서 완제의약품(DP) 생산을 담당하는 위탁생산(CMO) 업체 아지노모토와 한국에서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하는 한미약품에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지 CMO 업체 아지노모토에 대해서 최근 실태조사에서 결함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한미약품에 대해서는 롤론티스의 허가 여부에 영향을 끼칠만한 심각한 문제는 없으며, 지적했던 사항에 대한 회사의 답변도 적절하다고 FDA는 인정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바이오 신약이다. 지난 3월 국산신약 33호로 식약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서 실사와 허가가 무리 없이 이뤄지면서 미국 FDA에서도 허가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재실사 결정이 나오면서 허가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롤론티스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미약품 공장 실사가 한 차례 지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추가 실사 및 최종 허가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롤론티스의 이번 재실사 결정에 다소 실망감이 감돈다. 앞서 오락솔의 FDA 허가 불발 소식 이후 롤론티스 허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다만, 오락솔은 추가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롤론티스는 추가 임상 요구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인 상황이다. 
 
아테넥스는 지난 2월 FDA로부터 오락솔의 시판허가에 대한 CRL을 수령한 바 있다. 아테넥스는 신규 임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오는 4분기 FDA에 제시할 새 임상의 디자인을 모색하고 있다. 오락솔은 지난 2011년 12월 한미약품이 아테넥스(당시 카이넥스)에 기술이전한 항암신약이다.  
 
사실 롤론티스와 오락솔은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중에서 올해 미국 FDA의 시판허가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 역시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신약 2개가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을 예정인 등 올해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는 한미약품의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 다른 파이프라인에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포지오티닙은 지난 3월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신속심사가 기대된다"며 "비알콜성지반간염(NASH) 후보물질 트리플 아고니스트의 임상2b상 결과도 연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로 신규 기술이전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R&D)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제넨텍에 라이선스 아웃한 벨바라페닙(HM95573, 고형암)은 현재 글로벌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벨바라페닙은 변이가 발생한 암 환자에 투여한 국내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에 게재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6년 9월 제넨텍과 벨바라페닙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글로벌 독점 권리(한국 제외)를 넘기면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8000만달러(약 890억원)를 확보한 바 있다. 계약 체결 이후 약 5년 만에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면서 반환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다.
 
이미 권리반환을 겪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반전도 노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열린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사노피가 직접 발표한 에페글레나타이드 심혈관계 안전성 입증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또 다른 혁신 성과를 창출해 낸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확장 가능한 다양한 적응증을 개발하고, 여러 약물과 병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하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다. 하지만 사노피는 2020년 5월 경영전략 변경 등의 이유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권리 반환 의사를 통보했고, 같은 해 9월 반환을 확정했다. 개발권리를 반환하지만 진행하던 글로벌 임상 3상은 사노피가 이어갔다.  
한미약품은 2011년 이후 총 10건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국내 대표 R&D 투자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빅파마와 체결한 대형 계약이 중도 해지되기도 했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한 R&D 강화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를 오히려 늘렸다. 한미약품은 2020년에 연구개발비로 매출의 21%에 이르는 2261억원을 사용했다. 2013년 R&D 비용 443억원에 비해 5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올해 역시 작년 및 10년 평균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속해서 R&D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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