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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의 서소문 오락실] ‘게임하면서 돈 번다’...블록체인 게임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NFT 통해 개인 간 거래 가능…A게임 자산 B게임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
게임사 블록체인 게임 개발 나서…시장 규모 성장한다는 것 알기 때문

 
 
 
NFT 마켓 이미지 [자료 위메이드트리]
지난 2018년 개봉한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VR) 게임 속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왕년에 나도 게임 좀 해봤다’하는 유저들은 다들 한 번쯤 ‘게임 속에서 번 돈을 현실로 가지고 나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해 봤을 겁니다. 과연 이런 생각은 영화 속에서만 구현이 가능할까요? 정답은 ‘아니오’ 입니다. 이미 현실에서도 게임을 통해 실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합니다.
 
아이템중개 사이트 등을 통해서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이냐고요? 아닙니다. 그런 방법도 있지만 이는 게임사들의 이용 약관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걸리게 되면 아이템 회수를 비롯해 심하면 계정 정지를 당하게 됩니다.  
 
당당히 아이템을 거래해 실생활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고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 사람들과 거래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영화를 현실로 만드는 블록체인 게임

이를 가능케 만든 것이 바로 ‘블록체인 게임’입니다. 블록체인 게임이 기존 게임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대체불가토큰(NFT)’ 등을 활용해 게임 내 자산을 유저가 통제하고 소유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게임에서는 이용 약관을 근거 삼아 게임 내 최종적인 자산을 게임 개발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울러 A게임 자산을 B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반면 블록체인 게임에서 게임 내 자산은 NFT를 통해 유저에게 귀속됩니다. 개인 간 거래도 자유롭습니다. 아울러 A게임 자산을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B게임으로 이동시키는 것 또한 가능합니다. 특히 기존에 통용되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게임 내 자산을 암호화폐로 바꿔 실물경제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실제 돈을 버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죠.
 
특히 과거 블록체인 게임들은 단순한 퍼즐류나 ‘고양이 키우기’와 같은 캐주얼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게임 속 활동을 통해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게임성 자체는 유저들을 만족시키기에 한참 부족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MMORPG 장르가 나올 정도로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르’ 지적재산권으로 유명한 위메이드는 NFT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MMORPG ‘미르4’ 글로벌 버전을 조만간 정식 출시할 계획입니다.  
 
해당 게임에는 NFT 기술과 함께 유틸리티 코인 ‘드레이코’가 적용됩니다. 게임 내 가장 중요한 재화인 ‘흑철’을 채광해 유틸리티 코인으로 만들 수 있으며, 코인을 게임 속 자원인 흑철로 언제든지 교환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위메이드는 캐릭터를 NFT화해 카드 형태로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준비 중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암호화폐와 NFT로 대변되는 블록체인 관련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 중이기 때문입니다. NFT 시장 분석업체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NFT 거래량은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1억4000만 달러였던 NFT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4000만 달러로 커진 뒤 올해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부 규제로 블록체인 만나기 어려워

아울러 매달 무수히 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유저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NFT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게임의 본질이 ‘재미’이긴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제대로 맛보기 아직 어렵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 아이템 현금화 가능성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NFT 활용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분별한 NFT 기능 탑재는 게임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울러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훼손해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규제를 피해 해외에만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는 상황이고요.
 
한 블록체인 게임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부의 규제로 국내 게임사들이 주춤한 사이, 해외 게임사들의 규모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정부가 신기술 도입과 사행성 이슈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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