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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경제는 성장하는데 국민 소득은 제자리 걸음

2분기 경제성장률 0.8% 기록…연간 4% 성장 달성 청신호
국가경제는 연 4% 성장, GNI는 0.1% 증가에 그쳐
물가 상승 5개월 연속 2%대…달걀 전년보다 54.6% ↑
가을장마·추석·국민지원금의 자극 견디고 물가 안정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9으로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달걀은 54.6% 상승해 오름폭이 컸다. 한 시민이 서울의 한 농식품 전문 매장에서 달걀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8%로 집계되면서 한국은행(한은)이 제시한 연간 4.0% 성장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물경제에서는 경제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가는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고,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0.1%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을장마와 추석 명절, 오는 6일부터 지급되는 국민지원금 등으로 물가가 더욱 치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민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GDP 4개 분기 연속 증가했지만 소득은 제자리 수준 

지난 2일, 한은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공개된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결과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2.2%) 이후 4개 분기 연속 오름세다.
 
속보치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민간 소비가 큰 몫을 했다. 민간 소비는 준내구재(의류 등)와 서비스(오락문화·음식·숙박 등) 소비가 늘면서 전기 대비 3.6% 증가했다. 이는 2009년 2분기(3.6%)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에 타격을 받은 음식점·문화·오락 등 대면 서비스 부문 소비가 증가세로 반전한 영향”이라며 “그동안 억눌렸던 펜트업 소비(지연소비·보복소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서 올 2~4분기 경제성장률이 0.6%대 후반이면 연간 4% 성장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분기 성장률이 0.8%를 기록한 만큼 4% 성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4%대 성장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국민 주머니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이 생산 활동을 통해 획득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은 0.1%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2분기 실질 GNI는 전 분기보다 0.1% 증가한 약 474조2000억 원이었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약 6조3000억원에서 약 8조8000억원으로 불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이 약 5조1000억원에서 약 10조9000억원으로 커지면서 증가폭이 둔화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2.0%) 이후 최저치로 실질 GDP 성장률(0.8%)의 결과가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향했던 물가 상승률 전망치 2.1%도 넘어서나 

주머니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108.29로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이는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던 지난 5월, 7월과 같은 상승폭이다. 
 
아울러 지난 4월(2.3%)부터 5개월 연속 2%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은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1%로 상향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은의 전망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을 이끈 품목은 농·축·수산물(7.8%)이다. 1년 전보다 7.1% 오른 농산물 가격 가운데 특히 수박(38.1%), 고춧가루(26.1%), 시금치(35.5%) 등의 상승폭이 컸다. 
 
돼지고기(11.0%), 국산 쇠고기(7.5%) 등 축산물 가격도 전년보다 12.5% 상승했다. 이중 달걀의 오름폭은 54.6%에 달했다. 달걀은 올해 1월(15.2%)부터 8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전월보다는 1.5% 하락했다. 달걀 가격이 내려간 건 지난 4월(-0.7%) 이후 4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산란계 마릿수가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줄었는데 최근 회복되면서 가격 상승폭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통계청]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휘발유(20.8%), 경유(23.5%), 자동차용 LPG(25.3%) 등 석유류가 21.6%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이어 2% 중반을 상회하며 예상보다 상승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기가 회복하며 수요 측면 상승 압력이 확대된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국제유가 등 공급 측면 상승 요인이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우려하는 정부 “가용 가능 방안 총동원”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 가을장마가 이어지고 있고 추석 명절까지 다가오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이달부터 지급되는 11조원 규모의 국민지원금이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어 심의관은 “가을장마가 길어지고 추석 명절이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등 상승 요인이 많다”면서도 “다만 지난해 저물가 기저효과가 약해질 것이고 농축산물 가격도 기대보단 느리지만 상승폭이둔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지원금과 관련해선 “어디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물가 자극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상승요인 영향이 장기화하며 물가 상방 압력이 더욱 확대되는 상황”이라며 “가용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물가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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