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탑골공원] “귀한 인삼을 얼굴에 바른다고?” 설화수가 벌써 55살
설화수 모태, 1966년에 나온 ABC인삼크림
1987년 ‘설화’에서 1997년 ‘설화수’로
설화수의 유일한 모델은 배우 송혜교
“그땐 그랬지.” 생활과 밀접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추억 속 옛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 소환', 1020세대에겐 '옛 것이지만 새로운' 콘텐트를 선보입니다. 1990년대 영상과 사진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인기를 끌던 ‘온라인 탑골공원’의 유통가 확장판이죠. 당대 스타의 광고 사진에서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들춰보겠습니다.
노랗고 둥근 패키지로 알려진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첫 모습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둥근 모습은 맞지만, 하얀 칼라에 지금보다 더욱 원형에 가까운 형태였다. 설화수의 첫 모습은 55년 전, 아모레퍼시픽 창립자인 故 서성환 회장이 처음으로 인삼 성분을 함유해 출시한 ‘ABC인삼크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60년대는 인삼이 몸에 좋다는 인식은 있었으나, ‘인삼을 얼굴에 바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대였다. 서 회장은 당시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 시찰을 위해 프랑스를 찾았다. 이때 서 회장은 프랑스에서 생산되고 있는 향수제품들이 프랑스의 소도시인 그라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꽃을 주요 원료로 삼아 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프랑스 기업처럼 자신도 한국 재배 식물을 원료로 화장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서 회장은 인삼을 원료로한 화장품을 개발에 착수, 설화수의 모태가 된 ABC인삼크림을 1966년에 선보였다.
ABC인삼크림에서 한방화장품 ‘설화’ 브랜드가 나온 것은 1987년이다. ‘피부에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다’는 의미로 이름이 지어졌다. 지금의 이름인 ‘설화수’가 처음 선보인 건 1997년이다. 설화라는 기존 이름에 ‘빼어날 수(秀)’를 더했다. 설화수의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인 ‘윤조에센스’도 이때 함께 출시됐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 제품 ‘자음생크림’은 설화수가 출범하고 3년 후인 2000년 출시됐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모티브 얻은 용기 디자인
이름이 바뀌고, 제품이 늘면서 화장품 패키지도 함께 발전했다. 백자 모양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ABC인삼크림 패키지에서 길쭉하고 하얀 패키지의 설화로, 이어 설화수부터 현재까지는 둥글고 노란 색상의 패키지로 바뀌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 용기에서 볼 수 있는 곡선 디자인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조화로움을 상징한다”며 “특히 인삼ABC크림때부터 설화수 패키지는 조선백자 중 달항아리에서 모티브를 받아 디자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각적 측면뿐만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측면까지 고려해 디자인됐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으로는 브랜드 출시 후 모델은 단 한 명이었다는 것이다. 설화수는 유명 여성 배우를 모델로 앞세운 타 브랜드와 달리, 제품만을 활용해 광고하는 ‘無 모델’로 유명하다. 유일한 주인공은 배우 송혜교.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브랜드 출범 20년이 지나 송혜교를 모델로 선정했다. 물론 설화수 브랜드의 각 제품을 일회성으로 홍보하는 앰배서더는 있었다. 2019년 설화수 중화권 앰배서더로 중국 배우 안젤라베이비를 발탁하고 올해엔 국내 앰배서더로 가수 태연을 발탁했다.
중화권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도 인기
중화권 외에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권에도 설화수 판매가 활발하다. 사실 첫 수출 지역도 미국이다. 1973년 아모레퍼시픽의 ‘진생삼미’가 하와이로 처음 수출됐고, 이후 설화수 브랜드가 2010년 미국시장, 2015년 캐나다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미국 세포라 매장과 온라인몰인 세포라닷컴에 입점해 판로를 확장했다. 현재 설화수는 미국에 86개 매장, 캐나다에 1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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