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만에 다시 불지피는 금리 인상…금통위원도 필요 강조
서영경 금통위원 “8월 인상에도 현재 통화정책 여전히 완화적”
한은은 “0.5%포인트 인상해도 가계부담 2018년보다 낮아”
새 금통위원에 가계 부채 경고해온 박기영 연대 교수 낙점
한국은행(한은)의 금리 추가 인상 단행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8월의 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말한 바 있어 추가 인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고승범 전 금통위원 몫에 가계부채 우려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온 박기영 연세대 교수(경제학부)가 추천되면서 향후 금통위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개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통위원 “이자상환 부담 증가 불가피하나 금리 여전히 낮아”
앞서 지난달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4개월 만에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 자리에서 서 위원은 금리 인상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위원은 인상 배경에 대해 “2분기 실물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수준(2% 초반)을 상회할 전망이며, GDP갭은 내년 상반기에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불균형 정도는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소폭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균형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으나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신호역할을 통해 경제 주체들의 위험추구 행위 및 레버리지 투자와 자산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부채 상환 위험에 대해 그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기업의 이자상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나 금리 수준이 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낮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 규모는 2020년 말 대비 2조9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주 1인당 평균 부담액은 271만원에서 286만원으로 15만원 늘어난다.
한은 보고서도 “가계·기업·금융기관 감내 가능한 수준”
한은의 분석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 한은이 공개한 지난 24일 ‘금융안정 상황(2021년 9월)’ 보고서는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금리 수준 등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 규모(59조원)는 대출금리가 비교적 높았던 2018년(60조4000억원)보다는 작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가계·기업·금융부문의 안정성이 유지될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금융 불균형 완화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부담, 금융기관의 복원력 변화 등을 살펴본 결과 가계·기업·금융기관들이 감내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24일 금통위 정기회의에서 논의됐다.
가계부채 경고했던 박기영 교수, 새 금통위원으로
2018년에는 김수현 당시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과 함께 ‘가계 부채의 분산과 거시 경제적 시사점’이라는 연구를 통해 “고소득층이 부동산 투자로 가계 부채 급증을 주도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소비를 위해 차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가계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 교수의 성향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한은 몫으로 금통위원에 추천됐다는 점, 전임인 고승범 전 위원이 매파(긴축 선호) 성향이 강했다는 점, 박 교수가 평소 가계 부채 위험성을 경고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성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박 교수의 청와대 임명이 마무리되면 다음 달 12일 열리는 금통위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금통위 회의는 10월 12일과 11월 25일, 두 차례 남아 있다. 추가 금리 인상 단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꾸려진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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