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도용으로 51억원 줄줄 샌 건보 재정…환수율은 ‘절반’
[2021 국감] 14일 국회 복지위, 건보공단 국감
6년간 건보 명의 도용 횟수, 23만3040건에 달해
4369명 적발에 징역·벌금 등 처벌은 고작 950명
강병원 의원 “개선 절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발의”

#지난해 연말정산 내역을 확인하던 A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과 무관한 의료용 마약류 진료·처방이 본인의 국민건강보험(건보) 사용 내역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A씨의 건보 명의를 도용한 것이다.
#수도권 소재 약국에서 일하는 B씨는 지난해 한 처방전을 접수했다. B씨는 얼마 뒤 환자가 이미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환자의 배우자가 환자의 사망 신고를 미루고, 사망자의 의료급여 자격을 도용해 약을 처방·조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6년간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 또는 처방을 받아 적발된 건수가 23만30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건보 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는 비판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아 14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 9월까지 최근 6년간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처방·진료 받은 횟수가 23만304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용 적발 인원은 총 4369명이며, 이로 인한 건보 도용 결정금액(건보 재정 누수 금액)은 약 51억58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도용 적발 인원 중 징역·벌금 등으로 처벌받은 인원은 950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보공단 측은 명의 도용에 대해 개인 간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적발 인원에 비해 처벌이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건보 명의 도용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도용 결정 건수는 8011건, 적발 인원은 875명으로 드러났다. 마약류 처방으로 발생한 건보 재정 누수 금액은 1억8100만원이다.
반면 건보 도용으로 인한 누수 금액 환수율은 6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원 의원이 공개한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평균 환수율은 약 58%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57.1%, 2017년 55.7%, 2018년 54.8%, 2019년 54%, 2020년 72.4%, 2021년 8월까지 58.9%이다.

명의 도용이나 건강보험증 대여 등 건보 부정 사용은 일반의원·치과의원·보건소 등 의원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용결정 건수는 14만3294건에 달했다. 이어 약국(10만5164건), 병원(9167건), 종합병원(6721건), 상급 종합병원(4323건) 등 순이었다.
명의 도용 등 부정 사용이 만연한 배경에는 현행 법률의 허점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12조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고자 할 때, 건강보험증이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증명서를 요양기관에 제출하도록 한다. 하지만 제출 의무만 뒀을 뿐, 요양기관의 확인 의무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은 건보 재정 누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며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받는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의무 규정을 만들어야 하고 부당이득 징수 강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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