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은행연합회장 “금융의 플랫폼 종속 우려…금융지주사법 개정해야”
금융환경 변화에도 2000년 도입된 금융지주회사 제도 방치
“공정경쟁 위해 겸업 규제 및 ICT·플랫폼 진출 제한 완화해야”
국내 금융사들의 빅테크 종속 우려 등 규제 불균형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지주회사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시대변화에 맞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제안’ 기고문(우리리서치PLUS)을 통해 “지난 2000년 금융회사의 대형화·겸업화라는 당시 글로벌 추세에 맞춘 금융지주회사법 도입으로 국내 금융권이 금융지주 제도 도입을 시작했다”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외견상 성공을 거둔 듯하지만, 그간의 금융환경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사의 대형화 측면에서만 보면 2008년 말 980조원 수준이던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자산 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200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금융지주 제도의 근간인 금융지주회사법이 방치되면서 금융회사의 혁신이 지체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회장은 금융환경 변화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5배 이상 커지면서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금융서비스도 복잡해졌고, 여러 기능이 융합된 고도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봤다. 또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했고, 이러한 ICT 기업들은 간편결제나 AI 자산관리 등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회사와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특히 일부 빅테크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회사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그룹은 생존을 위해 자회사간 시너지 창출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나, 변화한 금융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지주 제도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금융지주회사의 겸업 제한과 ▶금융그룹의 ICT·플랫폼 진입 제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겸업화를 촉진하려면 자회사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로는 구체적인 사업 지시를 할 수 없다”며 “그 결과 금융지주회사가 주도적으로 자회사간 이해를 조정하고 시너지를 유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겸업화를 제한하는 또 다른 요소는 매트릭스 조직의 실효성을 제한하는 규제들”이라며 “국내 제도에서는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에 제약이 많고 펀드 등 특정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은 겸직이 금지돼 있어 통합전략 수립이 어렵고 자회사간 내부경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등 금융지주 제도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특별한 이해상충 우려가 없는 한 임직원 겸직과 고객정보 공유가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두 번째 문제는 금융그룹의 제도상 한계로 인해 금융과 ICT를 융합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현행 제도상 금융그룹이 직접 ICT·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데 금융-산업간 위험 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겠으나, 빅테크의 경우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에 자유롭게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ICT와 금융의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추세라는 점에서 빅테크의 금융 진출을 봉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따라서 우리나라도 금융지주의 플랫폼 사업 진출을 허용해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금처럼 산업자본의 일방적인 금융 진출만 허용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면 금융의 플랫폼 종속을 초래해 경제력 집중과 위험 전이 우려가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며 “금융지주의 ICT·플랫폼 진출을 일정 수준 허용해 공정경쟁과 혁신을 유도하고 현재 금융권 수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빅테크에 대해서는 엄격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적용을 통해 위험 전이 우려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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