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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보험사 직원, 2700명 떠났다…인원 감축 가속화

2019년 12월~2021년 9월, 생손보사 임직원 2700여명↓
코로나19에 영업 부진 심화, 디지털화 전환 등 조직 효율화에 따른 인력 감축
2014년 위기 때도 인력 크게 줄인 생보업계, 내년 희망퇴직 더 늘어나나

 
 
코로나19 이후 보험사들이 조직 효율화 측면에서 인력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후 약 2년간 보험사 직원 27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업계는 약 1500명이 회사를 떠나며 지난 2013년(약 2200여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업황 부진과 함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며 보험사들이 조직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부진·디지털화 맞물려 인력 줄이는 보험사

생명·손해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지난 2019년 12월 이후부터 올 9월까지 1년 9개월동안 생명손해보험사의 임직원 수는 각각 1510명, 1202명 감소했다. 이 기간 총 2712명이 회사를 떠난 셈이다.  
 
생보업계의 경우 지난 2014년 2269명의 임직원이 회사를 떠난 이후부터 매년 수십~수백명대 감소 수에 그쳐왔다.   
 
손보업계는 지난 10년간 임직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2019년 12월 3만4314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이듬해부터 임직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5년과 2016년에 임직원 수가 줄었지만 400~600명 수준에 그쳤다.  
 
반면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까지는 873명이 줄었고 올 9월까지 감소 수가 1200명대로 증가했다. 생손보업계 모두 2019년 12월 이후 임직원 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자료 생손보협회]
 
이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며 보험영업 부진이 심화됐고 이와 맞물려 비대면 영업트렌드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험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지난해와 올해 깜짝 실적을 냈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저출산·저금리 등에 따른 저성장기조 속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서다.  
 
또 오는 2023년 도입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 때문에 자본확충 압박을 받는 보험사들은 결국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조직 디지털화 전환 바람까지 불며 인력이 꾸준히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올해 생보업계 인력 감소 수 상당수는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분리) 때문이다. 올 3~4월 양사는 설계사 조직을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이동시키는 제판분리를 단행했고 상당수의 인력이 이동했다.  
 
한화생명의 임직원 수는 올 3월 4065명에서 제판분리 후 2701명으로 1364명이 줄었다. 미래에셋생명도 1023명에서 904명으로 119명이 줄었다. 양사 임직원 감소 수가 전체 감소분에서 90% 이상을 차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제판분리를 선택한 것은 조직 효율화를 도모해 설계사 조직 영업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며 "결국은 영업 부진에 따른 돌파구, 인력 구조조정 등을 제판분리 하나로 처리한 셈"이라고 밝혔다.  
 

위기의식 고조…내년 더 줄이나

이미 보험사들은 연중, 혹은 연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꾸준히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이달 초 1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250명의 퇴직이 결정됐다. KB손보는 올 상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동양생명도 2019년 이후 꾸준히 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연중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한 상시특별퇴직제를 도입한 상태다.  
 
이와 함께 내년에도 보험사들의 임직원 수 감소세가 가파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보업계는 지난 2014년 1년간 무려 2200여명의 임직원 수가 줄었다. 이는 2013년 당시, 보험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칠치며 위기의식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2012년 생보사들의 총 당기순이익은 약 3조20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3년 2조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료 수익도 86조원에서 54조원으로 떨어졌다. 위기를 느낀 보험사들이 2014년부터 인력을 대폭 줄였다. 올해는 순익 면에서 사정이 다르지만 위기의식이 고조돼 있다는 점은 유사하다.
 
올해 3분기까지 보험사 순익은 지난해 대비 증가한 상태다. 올 3분기까지 생보사 누적 순이익은 3조69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573억원(17.8%) 증가했다. 손보사 누적 순이익은 3조93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조5158억원(62.6%) 늘었다.  
 
생보사의 경우 주가·금리 상승으로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적립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또 꾸준히 금융자산을 처분하며 실적을 방어한 탓에 투자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손보사 호실적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여파로 자동차·장기보험 손해율 하락 덕을 봤다. 차량 운행이 증가하는 연말을 맞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다시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들은 일시적 요인으로 호실적을 냈지만, 영업여건과 투자환경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내년에도 보험사 인력감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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