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상생기금, 네이버 분수펀드처럼 빛날 수 있을까
카카오 상생기금 계획 올해 사업계획에 반영, 곧 실행 앞둬
비판 여론 잠재운 분수펀드처럼 운용의 묘 살릴 수 있을까
“상생기금은 2022년 사업계획에 이미 반영했다.” 베일에 싸여있던 카카오의 상생기금이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상생안을 발표했다. 핵심내용 중엔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 마련’이 담겼다.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해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를 운용하겠다는 거다.
이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카카오는 올해 사업계획에 상생기금을 반영했고 곧 예정대로 이를 집행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상생기금이 네이버가 2017년 조성한 ‘분수펀드’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기금의 시행 배경이 닮아있어서다.
네이버 역시 과거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 회사가 2012년 오픈마켓 ‘샵N’을 론칭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막강한 검색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불공정 행위에 나설 경우 이커머스 시장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란 우려를 샀다.
이후로도 검색어 순위 조작 논란으로 독점 플랫폼 이미지를 좀처럼 떼지 못하던 네이버는 2017년 3월 네이버의 새 수장이 된 한성숙 대표를 통해 적극적인 변화를 꾀했다. 한 대표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착한 네이버가 되겠다”면서 공익사업에 쓰던 사내 기부금 예산을 ‘분수펀드’란 이름으로 새롭게 정비했다.
분수펀드는 공익 플랫폼과 사업 플랫폼 두 가지 영역에서 집행되는데, 공익 플랫폼은 기부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사업 플랫폼은 네이버 생태계에 속한 다양한 사업자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는 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거나 소상공인의 디지털 교육이나 컨설팅을 지원하는 식이다.
분수펀드 운용은 단기에 그치지 않았고, 규모도 매년 늘어났다. 네이버 분수펀드는 2017년엔 609억원으로 출발했는데, 2018년 613억원, 2019년 689억원, 2020년 86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상생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를 발판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를 거머쥐었다. 카카오의 상생기금 역시 분수펀드와 비슷한 배경으로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이미 성과를 낸 분수펀드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과정이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 5년간 3000억원, 연간 600억원 안팎의 기금이 효율적으로 쓰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카카오는 계열사 수가 138개(올해 2월 1일 기준)에 달할 정도로 사업 영역이 넓다. 그만큼 생태계 내에서 카카오와 맞대고 있는 파트너가 많다는 얘기다.
네이버가 분수펀드의 집행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파트너나 사회적기업, 소프트웨어 교육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건 당시의 비판 여론이 네이버 검색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에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는 ‘문어발식 확장’ 논란을 촉발한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밀접한 영역인 이커머스 비즈니스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교육, 콘텐트, 게임,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분야를 넘어 국민 생활 전반을 다루는 다양한 업종의 카카오 파트너를 끌어안는 게 쉽진 않아 보인다”면서 “카카오의 상생 의지를 납득할 만큼 디테일하게 상생기금을 운용해야 지금의 골목상권 침탈 비판 여론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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