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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의 게임체이서] ‘던파 모바일’로 증명한 넥슨의 변화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과금은 최소화
잘 만든 게임은 매출도 따라온다는 것을 증명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사진 넥슨]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입니다. 원작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의 대표 게임 중 하나입니다. 200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장수게임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단순히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버전으로 만들었다고 이렇게 주목을 받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여기에는 넥슨의 많은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던전앤파이터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2005년 8월 출시된 던전앤파이터는 3D 그래픽을 활용한 온라인 RPG 사이에서 2D 도트 그래픽과 횡스크롤 진행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흥행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과거 오락실에서 즐기던 아케이드 게임의 조작 방식을 온라인에서 성공적으로 구현하며 승승장구, 현재는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8억500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팬덤을 구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던파 모바일이 무조건 흥행한다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넥슨이 선보였던 모바일게임 ‘던전앤파이터:혼’은 흥행에 실패, 출시 후 1년도 버티지 못한채 서비스를 종료한바 있습니다.
 
그럼, 던파 모바일은 어떻게 성공을 거둔 걸까요? 우선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넥슨은 원작의 손맛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UI를 세분화해서 유저 편의성을 높였고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을 동시에 출시했습니다. 특히 원작 던파를 그대로 모바일에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부 유저들은 이번 던파 모바일이 사실상 던파의 클래식 버전과 마찬가지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아울러 던파 모바일은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의 대세로 평가받는 ‘자동사냥’을 제외한 채 수동전투를 고집했습니다. 단 5분을 하더라도 제대로된 재미를 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모바일게임들이 무의미한 자동사냥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 유저들은 스펙업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24시간 자동사냥을 돌리기도 합니다. 이는 사실상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위입니다.
 
던파 모바일은 과감하게 자동사냥을 배제했고 대신 원작에 있던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루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해 수동 전투로 인한 유저간 격차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던파 모바일은 8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3위를 기록 중입니다. 특히 매출이 높은 다른 모바일게임과 달리 유저들의 과금에 대한 불만도 크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과금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죠.
 
넥슨은 던파 모바일 출시에 앞서 “매출은 중요하지 않다. 유저들에게 칭찬받는 게임이 최우선 목표”라고 언급한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유저들이 이를 믿지 않았으나, 게임이 출시된 지금에는 당시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던파 모바일의 경우 굳이 과금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를 성장시키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면서도 이 정도로 유저들에게 욕을 먹지 않는 게임은 최근 던파 모바일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던파 모바일의 출시는 넥슨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넥슨은 과거 돈만 밝힌다는 의미의 ‘돈슨’으로 불리며 유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대표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가 확률 조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넥슨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카드가 절실했고 이에 대표 IP인 던파를 활용한 던파 모바일을 정면에 내세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즉 던파 모바일은 넥슨의 변화를 상징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잘 만든 게임은 자연스럽게 매출도 따라온다는 것을 이번에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던파 모바일이 흥행했다고 해서 다른 게임사들이 과금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게임사도 결국 기업이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들이 과금에 집중할 때,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좀 더 집중한 던파 모바일의 이번 성공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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