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15%, LG전자 8% 임금 올리는데…협상 지지부진한 삼성전자
카카오 두 자릿수 올리자 네이버도 10% 인상
4%대 인상 그쳐왔던 LG전자, 2년 연속 연봉 ↑
파업 긴장감 속 노사협의회 교착 상태 빠진 삼성전자
호실적을 기록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삼성전자는 임금인상률 협의를 처음으로 4월로 넘기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평균 연봉 1위 카카오, 올해 15% 내년 6% 연봉 늘린다
동종업계에서 두 자릿수 인상률이 나오자 네이버도 이달 초 노사 협상 끝에 올해 임직원 연봉 재원이 지난해 대비 10% 늘리기로 했다. 네이버는 앞서 연봉 재원을 2020년 5%, 2021년 7% 늘린 데 이어 올해는 두 자릿수로 더 올렸다.
LG전자도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LG전자 노사는 지난 9일 올해 임금인상률을 8.2%로 확정했다. LG전자는 앞서 지난해 임직원 평균 임금을 10년 만의 최대 폭인 9% 올린 바 있다. 2018~2020년 3년간 임금 인상률이 연 4%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연속 큰 폭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신입사원 초봉도 지난해보다 300만원 오른 4900만원으로 합의했다. 선임·책임의 초임도 지난해 대비 각각 300만원, 250만원 많은 5800만원, 7350만원으로 올랐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70조원을 돌파했고, 지난 1분기에는 매출 21조1091억원, 영업이익 1조8801억원의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LG전자는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임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잇따른 연봉 인상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보상 확대 요구에 사측이 적극적으로 부응한 결과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초 성과급을 놓고 고위 임원들만 혜택을 받는다며 직원들이 반발을 드러낸 SK하이닉스다. 당시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성과급 지급 기준이 모호하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일부 직원들은 본사 앞에서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나 IT 업계를 중심으로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인재 이탈에 더욱 민감해진 기업의 상황도 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이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 교섭 지지부진에 노사협의회 협의도 난항
삼성전자 측은 당장 삼성전자 4개 노조가 꾸린 공동교섭단과의 2021년도 임금 교섭도 끝마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지만 조정 중지 결정이 나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과 접촉한 사측은 2021년도 임금교섭에서 나온 의제를 올해 임금교섭에 병합해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거부하며 최근 사업장 순회 투쟁을 진행했다. 파업 여부를 놓고 곧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조합원 찬반 투표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설상가상 임금인상률을 협의하는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도 진통을 겪고 있다. 노사협의회에는 삼성전자 모든 직원이 소속된다. 그간 삼성전자는 과반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직원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 위원과 사측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임금인상률을 협의해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점은 올해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들의 요구가 예년에 비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근로자 위원들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2%를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협의회가 합의한 기본인상률 4.5%(성과인상률 3.0% 포함 시 7.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270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00조원 전망치가 나오는 상황에서 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근로자 위원 측의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한 번 임금을 올리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직원들의 요구에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한편 최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1일 임직원들과 만나 임금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결정이 되면 가감 없이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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