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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4승 1무’ 판정승에도…끝나지 않는 전쟁

[리걸테크의 미래는?]
1년간 검·경·공정위 “로톡은 합법” 판단…헌재도 “단순 연결은 법 위반 아냐” 결론
엇갈리는 해석에 변협 “징계 계속할 것”…일단 로톡 가입 변호사수 상승 반전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26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득권에 맞서 혁신기업의 손을 들어준 역사적인 결정.”
 
지난달 26일 경제단체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논평하는 진풍경이 나왔다. 헌재가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에 변호사가 가입해 광고하는 것을 막은 대한변호사협회의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로톡은 의뢰인과 변호사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고액 수수료와 정보 부족 등 기존 법률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춰 호응을 얻었다. 변호사로서도 영업 부담을 덜 수 있어 환영받았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이 수수료를 받고 의뢰인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하고 있다며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의뢰인과 변호사가 만날 수 있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하며 수익을 내고 있단 것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중개 영업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 직역단체와 갈등을 겪는 스타트업은 로톡 말고도 많다. 단적으로 타다는 택시업계와 갈등 끝에 지난 2020년, 승합차 호출서비스인 ‘타다 베이직’ 영업을 종료해야 했다. 이 밖에도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세무 플랫폼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와 다투고 있다. 스타트업계에선 “성장하려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할 만큼 숙명으로 여기기도 한다.
 
지난 3월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 강남구 변협회관에서 자체 법률 플랫폼 '나의 변호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구 1년 만에 나온 헌법소원 선고

그런데도 유독 이번 헌재 결정을 ‘역사적’이라고 추켜세우는 덴 이유가 있다. 그만큼 싸움이 처절했단 뜻이다. 로톡은 지난 1년 동안에만 경찰과 검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련법 위반 혐의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부에서도 마찬가지로 합법 서비스라고 인정했다.  
 
변협은 내부 규정을 바꿔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방법으로 수위를 높였다. 변협은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쳐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 결국 규정 개정 직전 3966명이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연말까지 1706명으로 줄었다. 로톡의 헌법소원 청구는 이런 한계상황에서 꺼내 든 궁여지책이었다.  
 
로톡이 헌법소원을 낸 지 꼭 1년 만인 5월 26일 헌재가 결론을 내면서 변협과의 갈등 국면은 물론, 로톡의 사업도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 5월 변협의 광고 규정 개정으로 시작된 로톡과 변협의 ‘1년 전쟁’을 되짚었다.
 
변협의 공세는 지난해 초부터 예고됐다. 그해 2월 이종엽 협회장을 필두로 한 새 집행부는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법률 플랫폼과 법률 AI는 기술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며 ‘플랫폼 등에 의한 직역침해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실천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5월 초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변협은 행동에 나섰다. 이름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으로 고쳤다. 변호사 이외의 자가 상호를 노출하는 등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를 광고·홍보·소개하는 일을 금지했다. 또 변호사나 소비자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는 것도 금했다. 로톡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해 8월부터는 규정에 따라 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로톡 회원 변호사를 조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 위한 전 단계였다.
 
이에 로앤컴퍼니와 로톡 광고주 변호사 60명은 변협의 광고 규정이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등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제기한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변호사법이 위임한 바에 따라 변협이 자체적으로 징계하는 것인 만큼, 헌번소원 외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같은 시기 고발전도 이어갔다. 변협은 지난해 8월 광고료를 받고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명칭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로톡을 표시광고법·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2개월 만에 혐의없음 판정을 내렸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변협회관에서 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변호사 단체도 거들었다. 2020년 11월 젊은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직역수호변호사단’은 로톡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로톡이 광고비를 낸 변호사만을 모바일 앱 상단에 노출해 중개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광고 사실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고발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2월 무혐의 의견으로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로톡이 (정액 광고비 외) 사건 수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 의뢰인에게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 단체는 지난 2월 이의신청을 해 검찰로 송치됐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에서도 같은 이유로 3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사법당국에서만 세 차례 무혐의 판단을 내렸지만, 변협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때문에 업계에선 광고 규정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헌법소원 결과만이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기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올 초만 해도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몇 달째 자료제출만 하고 있다”며 답답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던 중 선고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일정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헌재는 청구인 측이 문제 삼은 변협 광고 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단순히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광고 행위인)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행위로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로톡과 같은 플랫폼 기반 광고 서비스에 대해 허용된다는 취지를 밝혔다.  
 
규정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제5조 제2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변호사가 플랫폼 등 변호사가 아닌 자에게(제2항 제2호) 경제적 대가를 주고(제2항 제1호)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협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변협 측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헌재 측은 제2항 제1호 내용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관 다수는 “변호사법에서도 비용을 지급하고 광고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게재된 로톡 광고. [사진 로앤컴퍼니]
 

변협 “징계 근거 조항은 합헌 판단”

다만 재판부는 제2항 제2호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내용이 청구인 측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변협 측은 “헌재가 전체적으로 로톡 참여 변호사에 대한 징계에 대해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했다”며 “특히 로톡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청구의 핵심 근거 규정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변협은 헌재가 광고 규정에 합헌 판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공정한 수임질서를 위한 징계 절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협은 지난달 30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로톡 가입 변호사 28명에 대해 징계 개시 청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속 절차로 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에서 6개월 이내에 징계 수위를 정하게 된다.
 
청구인 측 대변인인 이재희 변호사는 “변협 논리는 헌재가 모욕죄 규정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니 전 국민을 모욕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모욕죄 자체가 합헌이라도 모욕 행위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단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실제 징계가 이뤄지면) 행정소송까지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다. 징계 당사자가 이의신청해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로 넘어가고, 또다시 행정소송까지 가려면 1년 넘게 걸린다. 변협 징계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일선 변호사로선 로톡 활동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로앤컴퍼니가 지난해 시리즈C 라운드에서 23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이 돈을 버티는 데 소진하면 다음 스텝은 불투명해진다.
 
헌재 결정이 나온 날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김 대표는 결정을 받아든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마냥 기뻐할 순 없다”며 “지난 1년간 회복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갈등을 끝내진 못했지만, 지난 1년도 의미는 있었다. 변협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로톡의 대항마 격인 ‘나의 변호사’를 지난 3월 내놓은 것이 성과 중 하나다. 변협 측은 공공 플랫폼이 사용자 수요를 충족시키면서도 변호사의 독립성을 지킬 절충안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이 더 나은지 품질 경쟁을 벌일 바탕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변협회관에서 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 참석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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