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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경기둔화 본격화…당분간 ‘박스피’ 불가피 [이종우 증시 맥짚기]

코스피 2500선 돌파 어려워…이익 감소 뚜렷
펀더멘털보다 ‘기대감’ 앞선 증시 경계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박스권이 거의 완성됐다. 고점은 2500선 부근이 될 것 같고, 저점은 이번 하락을 통해 확인될 것이다. 이런 전망을 하는 첫 번째 근거는 경제 때문이다. 2022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실업률이 높지 않았다. 분기당 1백만명 이상의 신규고용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올해는 본격적인 경기 둔화기가 되지 못했다.
 
경기둔화가 시작된다면 내년부터일 것이다. 시장에서는 다가올 경기둔화는 과거보다 둔화 폭이 크고,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걸로 보고 있다. 코로나 발생 직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1%를 기록할 정도로 내려간 적이 있지만 기간이 한 분기에 그쳤고, 곧바로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체감할 수 없었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마지막 경기둔화는 2008년으로 봐야 한다. 이때부터 따지면 경기 확장 기간이 14년이 넘기 때문에 회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수 밖에 없다. 올해 빠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는 기업이익이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이익은 한번 꺾이면 2년 이상 감소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에 상장기업이 242조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 242조는 정부가 무상으로 가계에 예산을 지원했던 비정상과 금리를 최저점까지 끌어내렸던 비정상이 만나 만들어낸 수치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242조를 뛰어넘는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당분간 2021년 같은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소한 2023년에는 이익에 의해 코스피가 올라가는 일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익의 역할이 변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분간 지난 분기나 작년에 비해 이익이 얼만큼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익 모멘텀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몇 년간 비교시점보다 이익이 크게 늘지 않을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의 절대규모가 관심을 끌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익은 주가가 현저히 낮을 때에만 역할을 하게 된다. 이익의 역할이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공격적인 형태에서 주가를 일정수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형태로 바뀌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기업 이익과 주가 사이에 관계를 보면 이익이 최고점 밑에 있을 때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18년이다. 2015년에 분기당 32조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직전 최고였던 2010년의 30조보다 약간 많았지만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과거 최고이익과 현재 발생한 이익 사이에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이익 증가를 재료로 본격적으로 상승한 건 2016년 4분기부터인데, 이익이 2010년보다 40%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다.  
 

과다한 성장 개념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

주식시장 내부적으로는 상승시기에 기대가 너무 부풀려진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 테슬라가 가장 좋은 예다. 테슬라 주가가 174달러까지 내려왔지만 여러 차례 액면 분할을 했던 걸 감안하면 여전히 주가는 3년보다 10배 이상 높다. 주가가 한창 오를 때에는 도요타, 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7개 자동차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더 컸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최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주가가 미래 성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현실보다 주가가 더 빨리 오르는 게 당연하지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성장성이 주가에 먼저 반영된 후, 현실이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연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현재 이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내연자동차가 여전히 대세인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에 먼저 뛰어들어 기존 시장을 망가뜨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연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기술에서 절대적 우위에 차지하지 못하고,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테슬라가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사례가 과거 LED 산업에서 발생했다. 10여년전부터 LED가 실생활에 본격 이용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주가는 LED산업에 대한 기대가 한창이던 2000년대 중반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그 때 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 많은 상상력이 발휘됐다. 작년까지 상승이 빅테크와 기술주 중심이었기 때문에 2000년 IT버블 때만큼 현실과 엇나간 종목들이 많았다. 연초 이후 주가 하락으로 상상력이 현실에 맞게 어느 정도 조정됐지만 아직 완성된 건 아니다.  
 
이런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앞으로 1~2년간 주식시장은 큰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경기 침체기여서 경제가 주가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이익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금융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가라도 낮으면 좋을 텐데, 주가가 특별히 낮은 것도 아니다.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없어 내년 코스피는 2500선 위로 크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주 구조적 하락세…단기 반등 어렵다

반도체 주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저점에서 15% 이상 올랐지만, SK하이닉스는 코스피가 2150일 때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도체 주식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건 중국 때문이다. 2019년에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였다. SK하이닉스는 더 커서 46% 정도 됐다. 미〮중간 분쟁이 본격화될 경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는데, 지난 3년간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중국의 반도체 수입에서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5.5% 포인트 감소했다.  
 
국내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만 있는 게 아니다. 반도체 소재나 장비를 만드는 회사도 다수 존재하는데, 이들도 피해를 봤다. 미〮중간 분쟁이 시작되기 전에 국내 반도체 장비관련 회사들은 중국 반도체 굴기의 수혜를 보고 있었다. 2019년에 우리 반도체 관련 수출품의 57%가 중국과 홍콩에 수출될 정도였는데, 이들도 대중국 규제 강화로 인해 피해를 봤다.  
 
반도체 주가가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하락하고 있는 만큼 반전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에 반도체 경기가 회복을 시작할거란 얘기가 많았다. 이 전망이 현실이 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몇 달 후에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는데, 지금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저점을 뚫고 밑으로 내려오는 게 맞는 그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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