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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참전으로 달라진 IRA 협상 분위기…섣부른 기대는 금물 [IRA 국제전②]

"美, 우려 인식” 반복하지만, 구체적 대책 없어

 
 

 
지난달 열린 제30차 통상추진위원회 겸 4차 IRA 정부합동대책반 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촉발된 세계 각국의 외교전(戰)에 유럽연합(EU)이 가세하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U가 IRA에 대해 거세게 반발한 이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던 미국이 ‘수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제7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한국과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을 아우르는 호혜적 공급망 생태계 강화를 위해 협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미국 측은 IRA와 관련해 “한국의 우려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모든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한국 측 우려와 의견을 다루기 위한 건설적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번 합의는 IRA 협의차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최소한 한국에 대한 대우가 유럽에 비해 불리한 부분은 없도록 하겠다고 확인받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해석이다. 안 본부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IRA 정책과 관련해 한국·유럽 사이에 온도차를 보인다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안 본부장은 “EU는 (IRA 법안 폐기 등) 상당히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고, 우리는 (유예 등) 산업 생태계를 미국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좀 더 실용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 부문에서 동맹국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칼럼을 통해 ‘대타협(grand bargain)’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전기차 보조금의 자격을 동맹국들에도 부여하고 동맹국들은 미국의 반도체 통제 조치에 동참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미 상·하원에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3년 유예하는 IRA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직접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며 이르면 2024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과 주한 EU 대사가 악수하는 모습.[사진 외교부]

다채널 외교에 총력…“너무 큰 기대 말아야” 지적도

우리 정부와 기업이 IRA 개정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지만, 섣부르게 기대감을 키워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반도체산업 지원 등 다방면으로 미국이 자국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 속에서 IRA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수혜가 예상돼 미국이 IRA 시행으로 한국이 손해 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 SK온처럼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 이후 시장 확대 등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 법인인 얼티엄셀즈에 25억 달러(약 3조2600억원)의 대출 지원을 결정하는 등 배터리 분야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특정 기업의 손익을 생각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면서 상대 ‘국가’ 차원의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IRA 관련 법이 이른 시기에 개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IRA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위원장은 “최근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이나 이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과정에서 좀 더 자국 산업을 우선하는 보호주의적 방향으로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도 느꼈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김한정 민주당 소속 산자위 간사 역시 “의회를 두루 접촉한 결과 한국에 불리한 차별적 조항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은 사실상 무망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문제에 대한 우리의 문제 제기를 상당히 수용하고, 우려를 인식한다는 얘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 손실 부분에 대한 완화나 보상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최근 IRA와 관련해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혜택 범위를 렌트·리스 차량까지 넓히고, 우버 등 이동 차량을 포함해 달라는 내용의 2차 의견서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 또 미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청정수소에도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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