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인상 폭탄...울며 겨자먹기 ‘4세대 전환’ 만지작
올해 평균 8.9% 실손보험료 인상…1~3세대 가입자 고민↑
4세대 전환 할인 올 6월까지 연장…갈아타기 이어질까
#.직장인 정모씨(44)는 올해 실손보험료 청구서를 받아들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갱신주기가 다가온 1세대 가입자인 정씨의 실손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해 매달 2만~3만원을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치솟아 대출이자로 신음하고 있는 정씨는 이번 보험료 인상분까지 부담해야 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해졌다. 정씨는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4세대 실손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실손의료보험료 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원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부과되는 4세대 상품에 대한 가입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월부터 실손보험료는 1~3세대별로 평균 8.9% 인상된다. 갱신주기가 다가온 가입자는 물론, 내년 혹은 내후년 갱신을 앞둔 사람들은 매년 오르는 실손보험료에 ‘울며 겨자먹기’로 4세대 전환을 고려 중이다.
현실로 다가온 보험료 인상…4세대 전환할까
각 세대별로 산출된 평균 인상률은 1세대가 6%, 2세대 9%대, 3세대가 14%대로 나타났다. 3세대는 2017년 4월 출시된 이후 5년 만에 첫 보험요율 조정이라 그동안 누적된 손해율이 적용돼 1~2세대 대비 인상율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개인별 구체적 인상률은 달라진다. 실손보험료는 가입자별 나이와 직업 변동 유무 등의 영향으로 인상률이 결정된다. 1세대 평균 인상률이 6%지만 개개인별 인상률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세대별 갱신주기에 따라 올해 갱신되는 가입자만 보험료가 오른다.
가입자별, 가입시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세대별 보험료 갱신주기는 1세대가 3~5년, 2세대가 1~3년, 3·4세대는 1년이다. 위 사례의 정씨처럼 갱신주기가 도래해 월 보험료가 50%나 뛰는 가입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보험료 인상률이 이달부터 당장 적용되다보니 가입자들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료는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4~14% 인상되는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난 1~3세대 가입자들은 올 6월까지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는 4세대 전환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 담보구성에 따라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이 1세대(구실손), 2009년 10월~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 실손’이 2세대(신실손)며 2017년 4월~2021년 7월까지 판매된 ‘착한 실손’이 3세대, 지난해 7월 나온 ‘보험료 차등제’ 상품이 4세대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병원 이용량에 따라 이듬해 보험료가 할인 및 할증되는 상품이다. 보험금 청구액별 구간을 나눠 할증율이 0~300%까지 적용된다. 1년간 보험금 청구가 없었다면 다음해 보험료가 5% 할인되는 식이다. 급여 치료 자기부담율은 20%, 비급여치료는 30%로 1~3세대 대비 자기부담금 비중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최근 실손보험료가 계속 인상되는 이유는 1~3세대별 가입자들의 과도한 도수치료 이용 등 도덕적 해이 때문에 보험사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140%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4세대는 다른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관계없이 ‘나의 보험금 청구’로만 보험료 조정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협회가 제시한 40세 남성의 4세대 실손보험료는 월 1만1649원이다. 1세대(4만7485원)와 2세대(3만1295원)보다 월 보험료를 약 2만~3만5000원 아낄 수 있다. 연간으로 보면 23만~43만원에 달하는 보험료가 절약된다.
이러한 특징으로 4세대 상품은 지난 2021년 7월 출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보험사 콜센터에 실손보험 상품 문의량이 평소보다 2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의 전환율은 낮았다. 자기부담금이 0~10%인 1~2세대 가입자들은 당장 비급여치료 자기부담액 비중이 30%에 달하는 4세대 전환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당국은 1년간 보험료 5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당초 4세대 전환 시 보험료 50% 할인 혜택은 6개월간만 진행되는 한시적 이벤트였다. 하지만 전환율이 너무 부진하자 당국과 협회는 이를 지난해 6월, 12월까지 또 연장했고 이번에 다시 6월까지 재연장했다.
당장 1월부터 갱신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보여 6월까지 진행되는 4세대 전환 동참 가입자가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4세대 전환을 꺼린 1~3세대 가입자는 ‘현 상품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보험료 부담이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라 상품 유지를 마냥 고집하고 있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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