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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패로 남은 ‘안심전환대출’…변동금리 시장 불안 확대된다

지난해 4월에 받은 주담대 금리 ‘안심전환대출’보다 낮아
연 3.5% 변동금리, 3.9% 고정으로 바꾸면 연 이자 119만원↑
금리 인상 계속되지만, 변동금리 비중 여전히 76.8%

 
 
한국주택금융공사 중부지사에 놓인 안심전환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2021년 6월에 연 3.5% 금리로 받은 직장인 A씨(39)는 최근 안심전환대출 받는 것을 포기했다. 5년 고정금리 적용 후 변동금리로 적용되는 상품이지만, 아직 고정금리 기간이 3년 이상 남은 데다, 지금 안심전환대출로 대환할 경우 오히려 이자가 연 119만원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A씨는 차라리 향후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변동금리 비중을 낮춰보고자 시행됐던 안심전환대출이 결국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한 채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정금리로 대환해주더라도 금리 이점이 부족한 데다 이미 집값이 올라 대상자들이 많지 않는 등 미흡한 시장 조사가 이같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변동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 제시해 고객 외면 받아

2일 금융권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안심전환대출 신청 접수가 마무리됐다. 마감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기준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액은 약 8조8355억원(7만399건)으로 목표치에 크게 미달했다. 애초에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25조원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흥행에 실패하면서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전환대출은 정부가 주담대를 받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동·혼합금리 주담대를 연 3.8~4.0%(저소득 청년층은 연 3.7~3.9%)의 고정금리 주담대로 대환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9월 15일부터 10월 31일까지 1차 신청을 진행했고, 이어 11월 7일부터 12월 30일까지 신청 요건을 낮춰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받았다. 2015년과 2019년 당시에도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한 정부는 당시 20조원으로 설정된 한도를 모두 채운 바 있지만 이번에는 시장 조사에 미흡해 정책 실패로 남게 됐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이는 안심전환대출로 인해 오히려 이자가 늘어나는 고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 금리는 연 3.90%로 안심전환대출 금리와 같았다. 지난해 말에는 연 3.63%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6월 말에는 연 2.81%를 기록했다. 올해 4월 전까지 주담대를 5년 고정의 혼합형으로 받았을 경우, 대부분 안심전환대출 금리보다 낮은 것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3억원의 주담대에서 금리를 연 3.5%로 내고 있다면, 안심전환대출로 연 3.9% 고정금리로 전환하면 연간 이자는 오히려 119만원이 증가한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이 2022년 8월까지 실행된 주담대만 받기 때문에 6월 신규 주담대 금리가 연 4.04%인 만큼 이때부터 주담대를 받은 고객만 실질적으로 이자 감면을 받는 상황으로 됐다. 
 
이 외에도 주택 가격이 6억원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조건도 문제가 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각각 10억5000만원, 6억2700만원이다. 이 가격대로라면 서울과 수도권에서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고객들은 없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세 둔화에 따라 기준금리가 오히려 인하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기다려보자는 심리가 더 커졌을 것”이라며 “금리 부담이 오히려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로 꼽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계속돼…한은 총재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안심전환대출의 목표치를 한참 밑도는 신청액이 나오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고정금리 비중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잔액 기준으로 국내 은행의 변동금리 비중은 76.8%를 기록했다. 전년 말과 비교해 0.7%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친 상황이다. 특히 신규 취급액으로 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53.2%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등 여전히 고정금리 대출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올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확대에 따른 은행들의 가계부채 건전성 유지가 갈수록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기준금리가 현재 연 3.25%인 상황에서 올해 최종 금리가 3.5% 이상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갈수록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향후 연체율이 증가해 은행이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자본조달비용지수)는 4.34%로, 사상 처음으로 4%를 돌파했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에 적용하는 평균 금리인 만큼 코픽스가 오르게 되면 변동금리 대출도 상승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0일에 금리 인상 기조를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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